[프라임경제] 윤용로 행장이 이끄는 IBK기업은행이 자존심 깎이는 지적을 연이어 받고 있다.
중소기업을 뒷받침하는 든든한 후원자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각종 문제가 불거지면서 공로에 빛이 바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 |
||
<사진=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 |
◆기업은행, 중기 유동성 위기 국면 '소방수'로 부각
지난해 국제경제를 강타한 미국발 금융위기 국면에서 기업은행의 활약은 눈부셨다. 금융위기와 이어진 기업 유동성 경색 국면을 맞아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지원에 적극 나서는 등 위기극복의 선봉에 섰다.
'공(公)금융'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완수하고 있다는 세간의 평가도 따랐다. 실제로 많은 은행들이 유동성 지원에 몸을 사리는 가운데서도 기업은행은 우리은행 등 일부 은행과 함께 중기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겨울을 넘겼다.
이 같은 중간 성과에 대해서도 윤 행장이 취임 이후 건전성 관리 때문에 미리부터 공을 들여 온 '기초체력 강화'가 밑거름으로 작용했기에 가능했다는 풀이도 나왔다.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였다. 윤 행장은 취임 직후 리스크 관리 및 대출 제도를 체계적으로 손질하는 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져 왔기 때문이다.
◆소방수 기업은행에 싸늘한 평가, 원인은 고임금
하지만 기업은행의 이같은 노력에 외부 시선은 싸늘했다.
이른바 국책은행으로 일컬어지는 데다, 금융위원회 출신 인사인 윤 행장이 수장으로 있어 정부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기업은행으로서는 힘빠지는 일일 수 밖에 없었던 것.
지난 6월 19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지난해 92개 공공기관장 및 100개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 윤 행장은 이수화 예탁결제원 사장, 산업은행 민유성 행장 등과 같이 '보통(60이상~70미만)'등급에 머물렀다.
기업은행의 경우 역시 직원 평균 연봉 8600만원으로 3위에 오르는 등 고임금 구조였던 것이 성과 평가에서 상쇄 효과를 불러온 게 아니냐는 풀이가 나왔다. 이에 따라 기관장 평가도 '보통' 등급에 머물렀던 셈이다. 결국 기업은행에 대한 정부의 시선은 '그 정도 돈 받고 그만큼은 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심상한 수준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업은행은 이런 세간의 시선에 부응하려는 듯,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등과 함께 추석 연휴 무렵 연봉 삭감을 결의하기도 했다.
◆구밀복검(口蜜腹劍) 기업은행? 앞에선 중기 대출 소방수 뒤에선 꺾기?
하지난 그나마 이같이 일은 잘 했으나 고임금 때문이라는 해석론도 금이 갈 전망이다.
중기 지원의 이면에서 기업은행이 다른 상품 대출 강요, 즉 '꺾기'를 강요한 면에서 일반 시중은행들과 다를 바 없었던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런 문제점을 차단해야 할 자체감사망이 사실상 뚫려 있었던 점과, 이후에도 개선은 커녕 계속 봐주기식 감사로 일관한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MB정부가 우리 경제의 사활이 걸려 있다고 판단, 지난해 독려했던 중기 대출의 부실을 드러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이명박 대통령은 은행들에 대해 (원하지 않더라도) 자본확충펀드로 체력강화를 하고, 중장기적으로 은행들이 중기 대출에 지구전을 펴도록 한다는 뼈대를 구상할 만큼 중기 대출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은행부터 유동성 지원에 혼탁성을 보인다면 기본 틀 자체가 흔들리는 셈이기 때문이다.
20일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기업은행의 꺾기 강요, 꺾기 감사 부실 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 의원은 기업은행이 자체 감사로 이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기업은행 '꺾기'에 대한 금융감독원 검사 및 자체감사 결과, 52개 지점에서 89건, 21억 4300만원의 '꺾기'가 적발되었다"고 말하면서 "그런데, 이번 조사를 실시하기 전인, 지난 2007년부터 지금까지는 기업은행의 자체감사에서 단 한 차례도 '꺾기'가 적발된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에 대해, "그동안 기업은행이 자체적으로 꺾기에 대한 감사를 등한시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이 의원은 "이번 자체감사에서도 각 지점별로 '자발적 확인서'를 사후 확보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등 꺾기에 대한 근절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시간벌어주기식 감사 논란도 제기했다.
◆윤 행장 깎인 체면 다시 회복할까 눈길
![]() |
||
<사진=기업은행 윤용로 행장> |
특히 위에서 지적했듯 부임 초반 윤 행장이 개혁을 강조했고 이것이 경제위기 국면에서의 대응능력으로 발휘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는데, 이것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경고음이 나온 셈이기 때문.
이에 따라 윤 행장이 초반에 중소기업 금융의 리딩뱅크로서 양적인 자금공급 확대는 물론 이에 따른 건전성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문이 은행권 내외에서 팽배할 전망이다.
윤 행장은 과거 전국 영업점장 회의에서 "위기는 고통스럽지만 반드시 끝난다"며 "긍정적인 마인드와 자신감이 필요하다"고 긍정적 마인드를 밝힌 바 있다고 전해진다.
기업은행이 앞에 닥친 이번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선장격인 윤 행장의 의지와 기업은행호의 항로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