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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건설 횡령,신한銀 한숨돌리고 하나銀 불똥

신한은행 신탁업무'소홀'에서 하나은행직원 '공모'로 초점이동?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10.07 12:26:31

[프라임경제] 동아건설 부장 공금 횡령 사건의 미스터리가 드디어 풀릴 기미를 보이고 있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7일 허위 서류로 회사 운영자금 계좌에서 공금 1000억원을 챙기고, 회사의 채무 변제금 898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동아건설 박모 전 자금부장을 구속했다.

이 과정에서 하나은행 직원 김모 차장도 구속돼, 금융권의 개입 내지 비호 여부가 밝혀질지 주목을 끌고 있다. 

◆망해가는 회사 자금 빼돌려 '자금관리 허술+윤리 실종'

경찰에 따르면 박 전 부장은 2004년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24차례에 걸쳐 건설공제조합에 예치해야 할 공사 관련 하자보수보증금 477억원을 착복했다.

여기에, 지난해 6월부터 올해 3월까지 법인 인감을 미리 찍어둔 예금청구서를 위조해 회사 운영자금 계좌에서 24차례에 걸쳐 523억원을 빼돌려 총 1000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동아건설은 원래 동아그룹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그룹이 해체되면서 급격히 몰락, 지난 2001년 5월 법원에서 파산 선고까지 받았다. 가까스로 회생 후 프라임그룹으로 인수돼 공중분해를 모면하기는 했으나 프라임그룹 역시 MB정부의 호남 그룹 탄압 논란의 주인공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바 있다. 동아건설은 리비아 수로 대역사의 과거와는 전혀 다른 고난의 행군을 해 온 셈.

박 전 부장이 빼돌린 돈 중 눈길을 끄는 대목은 바로 이 동아건설 파산의 과거와 연관이 있다. 당시 동아건설 관리인은 미확정 채권을 동아건설 파산법인에 채권을 갖는 채권자들을 위해 신탁한다. 에스크로라고도 불리는 특정금전신탁 방식에 1567억원이 묶였다.

박 전 부장이 재무 사정 전반을 콘트롤하는 실무책임자였던 만큼, 이를 잘 관리하는 데 최대한 협력했어야 하는 책임이 있다.

하지만 박 전 부장은 회사 인감을 위조한 후 하나은행 지점 두 곳에 동아건설 명의의 위조계좌를 만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다음 신한은행 신탁부에 수익자를 지정하고 위조계좌에 돈을 입금하도록 했다.

◆동아건설對신한은행 분쟁, 키 쥔 박모 씨 체포로 승패 판가름 쉬워질듯 

사건 당시 신한은행, 하나은행이 동시에 사람들의 입길에 오른 것도 이런 구조 때문이다. 신한은행으로서는 거액의 신탁재산이 빠져나갈 때 소홀한 점이 없었느냐의 문제가 부각됐다. 신한은행으로서는 거액이 빠져나간 상황에 자금 흐름을 파악하지 못한 건설회사 책임에, 동아건설로서는 신탁재산의 이동 과정에서 통보 대상자에 대한 통보가 부실했다는 신한은행 책임 부분에 눈길을 둘 수 밖에 없다.

여기서 새로운 문제로 떠오른 것은 자금 이체에 동원된 하나은행 통장 개설의 정당성 부분. 이 통장이 정상적으로 개설된 것이라면, 신한은행이 설사 통장의 재산 이동을 통보하는 데 과실이 있었다고 해도, 이는 부수적인 문제가 되고 오히려 하나은행 통장의 개설 과정에 대한 금융권 인사의 개입 문제 등이 또다른 문제로 떠오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동아건설對신한은행 분쟁에 하나은행까지 불똥?

이번에 박 전 부장이 체포되면서 이 부분에 대한 판가름이 쉬워질 전망이다.

한편 이 와중에 은행원인 하나은행 김모 차장 역시 구속되면서 문제는 하나은행의 공식력으로까지 번질 전망이다. 하나은행에서 자금 이체와 인출의 도구격인 계좌를 만들 때, 과연 회사 명의 통장을 만드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눈을 감아줬는지 혹은 불법에 적극 가담했는지가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하나은행 지점 직원이 통상적인 기업체 명의 통장 개설 과정상에 기울이는 주의력으로는 이번 일을 막을 수 없었던 일로 결론이 나면 신한은행과 동아건설간의 논쟁이 주가 되겠지만, 하나은행 직원의 적극 개입 등이 드러날 가능성이 이번 김 차장의 동반구속으로 높아진 셈이다.

법적인 배상 책임이 하나은행으로 번지지는 않겠지만, 은행 이미지와 공신력에는 영향이 없을 수 없는 대목이라 당분간 눈길을 끌 전망이다. 일단 신한은행으로서는 범인 검거와 함께 하나은행 직원의 공모 쪽으로 초점이 쏠리는 듯한 상황으로 짐을 덜어놓은 가운데, 앞으로 이 사건의 책임 소재가 어떻게 규명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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