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KB금융이 계속 화제를 모으고 있다.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이 우리금융 회장·우리은행장 재직 시절 파생상품 손실 책임으로 결국 사의를 표명했으나, 이번엔 강정원 회장 권한 대행(KB국민은행 행장)이 인사 문제로 시선을 끌어당기고 있는 것.
지난 5일 KB금융 지주본부의 인사안이 발표되면서 '강정원 체제' 구축이라는 해석이 무성한 가운데, 강정원 KB금융 회장 대행의 인사 구상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대행직 취임 1주일 못돼 대형 인사 폭풍
KB금융은 지난 5일 최인규 KB국민은행 전략·재무담당 부행장이 KB금융지주 전략담당 부사장을 겸임토록 하는 등 고위급 인사안을 발표하고, 이어 일부 부서장 이동도 단행했다.
이에 따르면 신현갑 KB금융지주 재무담당 부사장이 KB국민은행 재무담당 부행장을 겸임한다. 대신 신 부사장은 은행의 감사위원에서는 물러난다(6일자 오후 공시).
전략기획부장, 시너지추진부장, 홍보부장, HR부장, 감사부장 등 핵심 부서 5곳의 부서장을 교체했다. 인사 문제와 입, 전략을 짤 중추 인력인 부장직이 망라된 셈.
하지만 이 부서장 인사로 인해 황 전 회장 밑에 있었던 부서장 6명은 모두 갈 곳을 잃게 됐다. 모두 권한이 없다시피 한 무보직 조사역에 발령이 났고, 이로 인해 사실상 '끈 떨어진 연' 신세가 된 게 아니냐는 평가가 무리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M&A 폭풍 대비·업무 효율성 위해 이동 불가피 평가
물론 강 대행이 외환은행 매각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금융 위기 극복이 아직 완결되지 않은 작금의 상황에서 손발이 맞는 빠른 집행을 위해 이같은 인사를 단행했다는 풀이도 나온다.
지난 해 9월 지주사 출범 이후 강 행장은 자신이 그려온 그림의 많은 부분을 새롭게 나타난 황영기 초대 KB금융 회장과 조율하지 않으면 안 됐다. 이에 따라 당시 이원화됐던 지주와 은행의 전략, 재무 담당 임원 라인이 이번 인사안을 통해 다시 일원화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최 부사장의 부상은 M&A전을 위한 사전 판짜기라는 의미도 있어 보인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자신과 함께 과거에 추진했던 M&A 전략을 좀 더 가다듬고 새로운 M&A를 구상할 사람을 찾다 보니 인연이 있는 사람이 아무래도 낫지 않았겠냐는 풀이다.
특히 외환은행의 매각 건이 이번 정권 들어 다시 시동을 거는 모습이어서, 강 행장으로서는 과거 탐을 냈던 외환은행을 인수하기 위해 '역전의 용사'인 최 부사장에게 권한 강화 승부수를 걸지 않을 수 없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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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금융 회장직 대행을 하고 있는 강정원 국민은행장> |
그러나 금융당국이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과 관련한 법원 판결 이전에는 론스타의 매각을 승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외환은행 인수 기회를 놓쳤다. 사실상 '당국의 정책적 판단에 의해 빼앗긴 M&A'라고도 할 수 있다. 아울러, 이때 이를 성사시켰다면 강 행장에겐 두고두고 주요 치적으로 남았을 것이고, 지주사 출범 당시 첫 지주회장 자리를 황 회장에게 넘기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평가다.
◆행장 시절 인사와 대행 인사를 착각한다?
실제로 2005년 하반기에도 강 행장은 2006년 인수협상자 선정을 위한 전면전을 앞두고 대형 인사를 단행해 세간의 관심을 끌었을 정도로, 중요 사안 앞에서는 '과단성 있는' 인사에 치중한 전례가 있다.
당시 강 행장은 김정태 전임 행장 사람으로 분류되던 이성규 당시 부행장(이성규 씨는 이후 하나금융 부사장을 거쳐 현재 민간배드뱅크 초대 사장으로 영전했다)을 대신해, 김정민 당시 부행장에게 업무지원 본부장직을 내주는 등 인사를 한 바 있다.
금융계는 당시 김정민 당시 부행장의 자리 이동에 주목했다. 강 행장이 당시에 외환은행 인수 가능성을 천명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때 바깥 사람인 이 부사장을 부행장(업무지원 본부장)으로 두지 않고 김 전 부행장에게 맡기는 인사를 과감하게 단행했던 것이다.
이번 고위급 인사는 물론 고위 인사안의 받침대 성격을 갖는 부서장 인사까지도, 결국 강 회장 대행의 외환은행에 대한 애정과 그로 인한 과감한 인사 스타일이 이때에 이어 또다시 반복되는 셈이라는 풀이는 여기서 연유한다.
하지만, 이런 전략전술상의 필요성과 실제 효율성 못지 않게 '전횡'에 대한 우려 또한 만만찮게 부각되고 있다.
강 행장이 부장급까지 물갈이 인사를 한 데 대해서, '회장 대행'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회장'인 양 행동하는 것이 아니냐는 풀이도 나오는 것.
위에서도 이미 언급했듯 이번 전격적 인사 폭풍은 과거 2005년 등에도 목격된 바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금융지주사 출범 전으로, 1인자인 행장이 필요에 따라 처리한 일이었고, 이번 인사는 지주회장 대행으로서 만든 그림이라는 데 차이가 있다.
대행은 회장이 부임하기 전까지 현상 유지를 하는 데 치중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는, 마치 새 회장이 부임하기 전에 M&A 사정이 요동치는 절체절명기라는 이유로 친정 체제를 굳혀 버리려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을 깔고 있다. 즉 '배경'이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특히 강 행장 스스로의 판단 뿐만 아니라, 이사회 등 내부 조직 역시 이를 견제하기 보다는 '대행 체제의 비정상적인 장기 유지와 강 대행의 장기 집권' 가능성을 용인하기 때문에 이런 인사 구도가 그려질 수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이번 KB금융 인사는 자기 사람 심기보다는 각종 목적을 겸비한 다목적 카드로 우수한 성적을 얻을 만 하다는 평가다. 다만, 막상 회장 대행의 한계와 본질이라는 영역에서 만큼은 '과락'을 면할 수 없지 않겠느냐는 꼬리표 역시 당분간 붙어다닐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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