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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HSBC은행, 타미플루 '읍참마속' 할까

우리나라 은행 인수추진에도 '미운털'만 반복, 전환점필요 전망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09.28 18:46:49

   
   
[프라임경제] 타미플루 비축 문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영국 본사의 방침에 따라 신종 플루에 대비, 치료제인 타미플루 비축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빚었던 한국HSBC는 주말을 넘겼으나 식품의약안정청의 조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개별 처방이 없는 단체 처방에 보다 무게를 실었던 데서, 임의로 보관분을 직원들에게 교부한 데 초점이 맞춰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진찰 없이 진단서를 다량으로 발급한 의료기관측의 의료법 위반이 문제가 되고, HSBC는 적극적으로 이를 교사한 경우에만 이 의료법 위반의 교사범 논란이 생길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28일, 은행이 임의로 다량의 약을 보관하다 개별 직원에게 이를 무상으로 수여하는 것도 약사법상 약사가 아닌 자가 판매한 범주에 들어가는 게 아니냐는 방향으로 문제가 불거지면서, 직접 범행 문제가 생겨 오히려 빠져나가기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어떻게든 예쁘게 보이려 해도 매번 실수?

HSBC로서는 난감한 부분이다. 문제는 또 있다. 연내 매각 협상을 논할 단계는 아니더라도, 최근까지 매번 공을 들이며 추진해 왔던 외환은행 매각 문제에서 또 한 번 이미지 실추가 불가피한 것.

특히, HSBC는 한국 시장에서 현지 법인 설립과 현지 은행 인수를 위한 영업 확대를 크게 고대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HSBC은행은 우리 나라 금융기관 인수에 매번 발을 담갔으나 번번이 고배를 들었다. 우선 HSBC는 1998년 제일은행을 시작으로 1999년 서울은행, 2003년 한미은행, 2005년 제일은행 등 국내 은행 인수전에 모두 관심을 표명했다가 실패했다.

국내 법인을 설립하는 문제에서도 상당 기간 밀어붙였으나 뜻대로 안 돼 좌절했다.

◆국내 관료 출신 영입, 청와대 직접 방문 등 노력도 번번이…

이를 극복하기 위한 HSBC측 노력은 상당히 눈물 겨운 수준이었다.

HSBC는 2005년 신명호 전 재부무 차관보를 한국HSBC회장으로 선임하고 금융감독원 인력개발실 교수 출신인 정상덕 씨를 감사로 선임했다. 이에 따라 '전관 예우'를 어느 정도 계산에 넣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실제로 신 전 차관보는 매번 은행연합회 회장, 우리금융 회장 등 요직에 이름이 오르내릴 만큼 영향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노무현 정부에서 부총리 발탁이 검토된 바도 있다.

하지만 막상 이렇게 화려한 '전관'들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위원회 등 정부 당국은 독립 현지(한국) 법인 출범 문제에 대해 2007년 금융위원회에서 이에 제동을 거는 모습이 연출되는 등 싸늘한 반응을 거두지 않았다.

이에는 2006년 금융당국에 HSBC은행 직원들의 횡령 건과 당시 HSBC 한국지점이 간접투자증권 판매와 관련된 모집인 제도를 불법 운영했다는 점 등이 적발된 점 등 문제 외에도 매번 은행 인수 작업 과정에서 글로벌 기준을 이유로 한국의 은행을 재는 '객관적 자세'에 대한 거부감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몇 차례 발을 담궜다 빼는 일이 반복되면서 부정적 견해가 쌓였고, 이는 신 전 차관보 등의 활약으로도 모두 잔불정리를 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여름에 마이클 게이건 HSBC CEO, 샌디 플록하트 아태지역 CEO, 매튜 존 디킨 한국HSBC은행장도 함께 청와대를 방문한 것은 그런 의미에서 파격적으로 비쳐지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 번 외환은행 인수를 돌연 포기했던 부분과 올해 2월 HSBC의 보도 파문에 대해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시장 진출 교두보를 탄탄히 마련하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의 당행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야 한다는 과제가 최우선이라는 고민은 이미 HSBC본사에서도 공감대로 갖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는 부분이다.

지난 2월경 HSBC측은 동유럽 위기론 국면에서 한국 역시 이들 못지 않게 부도 위험이 높다(당시 '이코노미스트'는 "국의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 채무비율이 102%가 넘어 폴란드와 함께 부도 위험이 세 번째로 높다"고 보도했다)는 외신보도가 나가는 데 결정적 단초를 제공했다.

이로 인해 한국 정부가 HSBC에 관련 자료가 잘못된 통계임을 해명해 달라고 요청하는 일도 빚어졌다.

이런 상황을 본사 임원 출동 등 초강수를 동원해 끈 HSBC로서는 이번 타미플루 건의 돌출이 그 크기에 비해서는 큰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같은 시기 진출한 씨티은행 등은 이미 뿌리내리기 성공

세계 23위권에 드는 국제 금융브랜드인 HSBC가 한국 시장에서만큼은 맥을 못 추는 것은 이렇게 매번 악재가 돌출되고 평가가 비우호적으로 형성되는 관리 부재가 한몫을 한다는 풀이다.

과거 독립법인이 아닌 한국지점 형태로 진출했던 공통 분모가 있는 한국씨티은행의 약진과 비교돼 더욱 쓰라리지 않겠느냐는 말도 나온다.

한국씨티은행은 씨티은행 한국지점으로 출발했지만, 한미은행을 인수하고 한국 법인격을 갖추는 등 성장 일로를 걸어왔다. 이런 데에는 물론 한미은행 인수 성공이 가장 큰 요인이겠으나, 하영구 행장의 외국계와 한국식 영업의 장점만을 접목한 행보, 또 오래 전부터 한국 경제 발전에 틈나는 대로 이바지하는 등(씨티은행은 한국지점 시절 오일쇼크 국면에서 우리 정부를 음양으로 돕는 등으로 '숭례장' 등 훈포장을 여러 번 받은 일이 있다)의 오랜 투자와 애정 표현, 한국 시장 존중 등이 밑받침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단기 행보 위주로 한국 내 시장 문제에 대응하는 분위기가 가장 큰 관건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닌 것. 이에 따라, 이번 타미플루 건은 우리 당국이나 국민 정서의 반응이 어느 정도까지 악화되느냐나 처벌 강도의 문제 외에도, HSBC가 본사 방침을 지키는 과정에서 현지 법령 등을 방기하고 넘어간 점에 어느 정도까지 '읍참마속'할 것인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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