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의 전격 사의로 인해 지주사 회장직을 대행하게 됐다.
우리금융 회장 및 우리은행장을 지내던 시절 파생상품에 투자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입힌 문제로 ‘직무정지 상당’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던 황 회장은 항변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시장에서는 일단 ‘강 행장의 대행 체제’에 대해 적절한 대안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일단 교보증권 등은 강 행장 대행체제가 주가에 큰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는 등 안정에 대한 가능성을 점쳤다. 전임자인 24일 KB금융 주가는 전일 황 회장 사의 첫날 오히려 상승했던 부분을 반납하는 수준에서 일단락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전선 이상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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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금융 회장 대행으로 등장,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한 시절의 문을 활짝 연 강정원 국민은행장> |
그만큼 강 행장이 일단은 지주 회장의 빈 자리를 잘 메울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바꾸어 말하면 강정원표 ‘CEO 주가’는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는 황 전 회장과 1년 전 지주 회장 자리를 놓고 격돌했던 강 행장으로서는 상당히 고무적인 부분이다.
더욱이 아직 뚜렷하게 후임 회장감이 거론되지 않는 상황에서 강 행장의 회장 이동과 신임 행장 발탁 가능성 혹은 1년 전에 언급되던 회장과 행장 겸임 등이 다시 언급되는 등 강 행장에게는 이득이 되는 부분이라는 해석이다.
◆포스트 황영기 시대, 안정적 경영이 테마
이번 황 전 회장 퇴진과 강 행장의 급부상은 검투사로 알려진 공격적인 경영 스타일의 황 전 회장과 치밀하고 보수적 경영의 상징 강 행장의 상이점만큼이나 흥미로운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황 전 회장은 이번에 그를 결국 낙마로까지 몰고 간 파생상품 투자에서 보듯, 공격적인 행보를 늦추지 않아 왔다. 그간 황 회장은 M&A(인수·합병)를 통한 확장 경영을 내세워 왔다.
그런 반면 강 행장은 이러한 황 회장과는 대비되는 행보를 보여왔다.
황 전 회장은 과거 영국계 BTC은행에 근무할 때부터 같은 직장에 몸담은 강 행장과 대조되면서 라이벌 관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첫 라운드격인 이때는 황 회장이 삼성쪽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강 행장의 판정승으로 끝났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후 두 번째 격돌 지점인 지주 회장 선임 문제에 있어서는 화려한 프리젠테이션 실력을 동원한 황 전 회장의 ‘비전 제시’가 결국 신중론자 강 행장에게는 ‘다 잡은 고기를 놓친 격’을 만들고 말았다.
세 번째 대결인 지난 1년간의 경영 동거과정에서도 강 행장과 가까운 사외이사 인사들은 황 회장의 성장 일변도 정책에 번번이 제한을 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황 전 회장이 올해 상반기에 M&A에 대비한 실탄마련을 위해 주도했던 2조원의 증자 계획은 이사회에서 4대8로 부결, 이도저도 아닌 1억원대 증자로 정리되고 말았다.
결국 황 전 회장이 떠난 KB금융은 이러한 강 행장의 행보에서 보듯,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형태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황 회장 색깔 지우기 차원에서도 이러한 경향은 상당 기간 부각될 전망이다.
◆1년만에 권토중래한 강 행장, 넘을 고비도 多
실제로 강 행장의 골든 트라이앵글 구상(한국, 구 소련지역, 동남아를 잇는 금융 허브 구상)에 입각해 추진됐던 BCC(센터크레딧뱅크) 지분인수 건은 한때 강 행장에게 상당한 쓴맛을 안겨준 부분이다.
금융위기 탓이라고는 하지만, BCC 주가가 취득 당시에 비해 10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다가 다시 2분기에야 3분의 1수준으로 복구되는 등으로 인해 ‘고가 인수’라는 비판이 없지 않았던 것이다. 투자이익을 노린 단기공략이 아닌 경영권을 위한 백년대계 투자라고 해도 안타까울 수 밖에 없었다는 평.
국민은행은 이제 금융 위기가 수습되는 상황에서 다시 BCC 문제 매듭을 위해 전력질주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강 행장의 체면 회복도 이 전력질주에 어느 정도 달린 셈이다.
더욱이 강 행장의 독주를 원하지 않는 세력은 또 있다. 강 행장이 이사회를 장악했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아직 여전히 일부를 차지하고 있는 비강정원파의 표가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도 관건이다.
강 행장은 이미 연임을 해 오는 동안 이사회 문제로 마음고생을 한 경험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우군 만들기를 해 왔지만 100% 장악은 못 했다는 평.
매번 강 행장의 행보에 제동을 걸어온 역사를 지닌 ‘강한’ 노조와 임단협 문제를 시작으로 꾸준히 맞서야 하는 것도 큰 과제다.
일단 국민은행 곽노은 국장의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지적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당장 코멘트할 부분은 아니다”라는 발언처럼 노조는 당장은 조심스러운 입장으로 보인다.
하지만 KB금융은 특성상 국민은행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국민은행 노조의 발언권이 막강할 수 밖에 없다. 강 행장 역시 연임 반대를 외치는 노조로 곤욕을 치른 경험이 있다. 특히 국민은행 노조는 현재 임단협이 은행연합회 차원의 협상이 아닌 각 은행별 노조와의 대화 국면으로 넘어온 상황에서 사측과 팽팽히 맞서겠다는 기류 또한 감지된다. ‘강정원 대행 체제’와의 대결 1라운드가 이 문제로 열릴 가능성이 높다. 기존 직원 임금 반납은 몰라도, 신입 직원의 연봉 삭감까지 검토하려는 것에 대해서는 합의할 생각이 없다는 기류가 노조쪽에서 계속 흘러나와 이런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에 따라 우선 이번 3분기에 비은행권 수익 창출을 통한 타 금융지주와의 경쟁 성과를 어떻게 내는가와 임단협 마무리에 ‘강정원 대행체제’의 시장 신뢰도를 좌우할 전망이다. 강 행장이 얼마나 성공적으로 1년만에 차지한 실지(失地)를 굳건히 다질지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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