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올해 취임 6년째로 접어든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시련의 계절을 맞고 있다. 오는 11일은 지난해 고 박왕자 씨 금강산 피살사건이 발생한지 꼭 1년째가 되는 날. 3월30일 현대아산 직원 유모 씨가 북측으로부터 억류된 지는 7월7일로 꼭 100일째다. 피살사건 이후 현대아산의 대북사업은 사실상 전면 중단 상태. 절대절명의 위기에 빠진 현정은 회장은 그럼에도 “포기는 없다”고 강조한다. 좀처럼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채 속앓이만 하고 있을 것 같은 현 회장이 ‘위기극복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 노림수와 한계를 진단했다.
고 정주영 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현대그룹이 사활을 걸고 진행했던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은 그동안 그룹 매출 절반을 책임져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남북관계 악화로 아무런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표류하며 이로 인한 손실이 자그마치 1000억원대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 주력사업 좌초 여파
대북사업을 주관하는 현대아산의 경우 매월 125억원 가량의 매출 손실이 발생하면서 지난해 53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올 1/4분기 영업적자는 110억원에 달했다. 2/4분기 역시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주력계열사인 현대상선까지 실적 악화에 직면해 있는 상태고, 현대아산은 건설 부문을 강화시켜 매출손실을 만회한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남북관계 경색 장기화로 사업 회복 여부는 불투명하다.
특히 대북사업이 수익성 여부를 떠나 현대그룹의 전통을 이어온 상징성을 지녀왔던 점을 감안하면, 현재 현대아산의 사기는 꺾일 대로 꺾인 모습이다.
그러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최근 “대북사업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면서 임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 |
||
| <대북사업 중단이 장기화 되며 시련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사진)이, 지난 4일 임직원들 앞에서 "대북사업 포기는 없다"며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 ||
지난 4일 현 회장은 전 계열사 사장단 및 임직원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강 거북선 나루터에서 열린 ‘현대그룹 용선(龍船)대회’에 참석해 “오는 11일이면 금강산 피격사고가 발생한 지 1년이 된다. 그 동안 남북을 하나로 잇던 금강산과 개성관광이 중단돼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점차 멀어져 가고 현대아산은 물론 현대그룹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그러나 대북사업을 포기하지 말고 미지의 신대륙을 향해 힘차게 노를 저어가자”고 강조했다.
대북 관광사업이 중단된 지 1년, 현대아산 직원의 북한 억류 사건이 100일째에 접어들고 경색된 남북관계와 잇따른 북한의 도발에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며 그룹 최대 위기에 봉착한 상황에서도, 대북사업을 향한 강한 의지를 재천명한 것이다.
◆ 돌파구 찾아라 ‘안간힘’
현 회장이 염두에 두고 있는 위기 극복 카드는 무엇일까.
현재 현대아산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며 계속적인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지난 1일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관광사업본부와 경협사업본부를 통합해 조직 슬림화에 나섰고, 기존 4본부 2사업소 조직도 3본부 2사업소로 축소시켰다. 금강산사업소 6개 팀 중 4개 팀을 해체했다.
직원들이 그룹 체질개선에 적극 동참하고 나선 점도 그룹으로서는 다행스런 일이다.
현대아산 측에 따르면 비상경영 차원에서 유보했던 급여 및 상여 일부의 지급방식에 대한 내부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70%의 직원들이 현금 대신 자사주로 받기를 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건식 현대아산 사장도 지난 7일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대북사업 중단으로 밀린 직원 수당 중 70%에 해당하는 유보금 10억5000만원(세금공제) 중에서 7억2500만원을 자사주로 신청해 받기로 한 것에 대해 직원들에게 찡한 감동을 느꼈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지난 1분기 적자전환으로 돌아섰던 현대상선의 실적개선 기대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2분기 실적이 3월 이후 물동량 정상화로 인해 개선될 것으로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
삼성증권 박은경 애널리스트는 “현대상선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1조6925억원으로 5.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956억원으로 적자전환 했지만 예상보다 적자폭이 축소됐으며, 이는 20~30%씩 하락한 경쟁사들에 비해 양호한 적자폭을 보인 것”이라며 “3월 이후 상해 항구의 물동량이 정상화되고 있고, 4월 이후로도 물동량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난국 돌파를 위한 현 회장의 감성경영도 눈길을 끈다. ‘소통’과 ‘공유’를 강조하는 신조직문화인 ‘4T(Trust·신뢰, Talent·인재, Tenacity·불굴의 의지, Togetherness·혼연일체)’의 실행이 그것이다. 현 회장은 어려운 상황일수록 강하고 탄탄한 조직문화가 생존의 필수조건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현 회장은 최근 인프라·물류·금융 등 세 가지 부문을 성장 축으로 삼아 2012년까지 재계 순위 13위에 오른다는 ‘2012비전’을 제시하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난해까지 5년 연속 흑자 기조를 유지해온 여세를 계속 이어간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한편 ‘효자’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한 현대아산은 ‘4대강사업’ 참여로 사업 손실을 만회하겠다는 복안을 내놨다.
7일 기자간담회를 자처한 조건식 현대아산 사장은 “대북사업의 수입이 없어져 벌어놓은 것이 없기 때문에 (현대아산) 건설사업 부문에서 올해 10월부터 시작되는 4대강사업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 말이 가장 중요하다. (건설사업 부문에서) 지방 건설사와 제휴하는 방식으로 생존의 역량을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아산은 관급공사인 4대강사업 토목공사 참여를 위해 지방 중견 건설업체와 컨소시엄 구성을 추진할 계획이다.
시련의 연속이던 지난 5년 동안 인내와 뚝심으로 버텨온 현정은 회장과 현대그룹이 갖가지 악재들을 어떻게 극복할지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저작권자(c) 프라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