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인구 감소와 초고령화로 소멸 위험선에 직면한 경남 함양군이 흩어진 농촌 기능을 다시 묶고 주거 환경을 정비하는 대대적인 '공간 재배치'에 들어갔다.
단순히 도로를 닦거나 건물을 짓는 토목성 개발에서 벗어나, 주민들이 실제로 머무르고 생활할 수 있는 정주 생태계를 새롭게 짜는 전략이다.
함양군은 최근 상위 계획인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 기본계획·시행계획' 고시 절차를 매듭짓고, 이를 실현할 중장기 실행 사업을 본격화했다. 핵심은 남부생활권(381억원)과 북부생활권(377억원)을 양대 축으로 묶어 총 758억원 규모의 농촌협약 사업을 입체적으로 가동하는 데 있다.
이번 계획의 핵심 차별점은 '거점과 배후마을의 연결망 복원'이다. 기존 농촌 개발이 중심지에 거점 시설을 지어놓고 방치되는 한계를 보였다면, 함양군은 거점 시설에서 생산된 복지·문화 서비스를 외곽 오지 마을까지 직접 전달하는 '릴레이 전달 체계'를 설계했다.
이는 시설 접근성이 떨어지는 고령 주민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소프트웨어 운영망을 행정과 주민이 함께 구축하는 방식이다.
지역별 거점 기능도 주민 생애주기에 맞춰 뚜렷하게 분화했다. 우선 2027년 농촌협약 대상지로 확정된 북부생활권은 안의면에 아동부터 노인까지 포괄하는 '통합돌봄 거점센터'를 신설하고, 지곡면과 서하면에는 각 60억원을 들여 주민자치와 보건을 겸한 다목적 커뮤니티센터를 구축해 2031년까지 권역 돌봄망을 완성한다.
앞서 사업에 착수한 남부생활권은 청소년 정주 여건과 면 단위 문화 인프라 확충에 집중한다. 함양읍 교산리에 190억원을 투입해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연면적 2,100㎡ 규모의 '청소년복합문화센터'를 건립하며, 마천면 다랑복합센터와 유림면 온누리센터(각 60억원)를 통해 지리산권과 외곽 지역 주민의 문화 갈증을 해소한다.
주거 질을 악화시키던 '환경 부채' 청산도 동시에 이뤄진다. 악취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던 유해 시설을 물리적으로 걷어내는 농촌공간 정비사업이 그것이다.
함양읍 거면·인당지구 일대 돈사와 노후 축사 22개소(118동)를 전면 매입해 철거하며, 수동면 금호지구는 폐축사 철거 부지에 주민 텃밭과 정원을 조성한다. 방치됐던 수동면 상내백초등학교 폐교와 분뇨처리시설 역시 정비 대상에 포함됐다.
특히 시설 완공 후 운영 부담이 지자체에 전가되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 마을만들기 사업(마을당 4억원 지원)과 시군역량 강화 컨설팅을 결합했다. 기획 단계부터 회의·운영 전문가가 개입해 주민 스스로 시설을 관리하고 프로그램을 돌릴 수 있는 자생력을 키운다는 방침이다.
진병영 함양군수는 "농촌공간 재구조화는 단순한 외형적 개발이 아니라 군민의 삶의 터전을 지속 가능한 구조로 전환하는 작업"이라며 "남북 생활권에 걸친 거점 시설과 환경정비, 주민 자치가 맞물려 일상에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선순환 모델을 안착시키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