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이현진의 메자닌 ①] 전세가 줄어든 자리, 내 집으로 가는 길은?

 

이현진 경기부동산중개법인 이사 | press@newsprime.co.kr | 2026.11.05 18:37:32
[프라임경제] 카페에서 창가 자리를 고를 때면 잠시 망설이게 된다. 1층에 앉으면 창밖 거리와 나란히 있는 기분이 들고, 2층에 오르면 시야가 트이는 만큼 거리 분주함에서 한발 물러나게 된다. 조금 넓게 보고 싶지만 너무 멀어지고 싶지는 않아 마음은 두 층 사이 중간층 '메자닌(mezzanine)'으로 향한다. 이 칼럼은 그 높이에서 바라본 이야기를 담으려 한다. 부동산 시장 흐름을 살피다가도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일상에 눈길이 머물 수 있도록. 첫 이야기는 전세가 줄어드는 풍경에서 시작한다.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 비중이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집계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국 전월세 거래에서 보증부월세·반전세를 포함한 월세 비중은 68.6%로, 지난해 같은 기간(62.6%)보다 높아졌다. 

이런 변화는 세입자에게 반갑지만은 않다. 전세는 목돈을 맡겼다가 돌려받지 못할까 불안하고,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를 내자니 생활비부터 다시 계산해야 한다. 맡긴 돈을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매달 지출이 늘어나는 걱정, 어느 쪽도 가볍지 않다.

전세는 누군가에게 내 집 마련을 준비하는 계단이기도 했다. 보증금으로 목돈을 유지하면서 월세로 나갈 돈을 저축해 집을 구매할 자금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물론 빌린 보증금에는 이자가 붙고, 자기 돈을 맡겼다면 다른 곳에서 얻을 수익을 포기해야 한다. 그럼에도 매달 나갈 월세를 아껴 저축할 수 있는 가구에게 전세는 내 집 마련으로 향하는 하나의 경로다.

하지만 이 계단은 세입자 바람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집주인에게도 주택 구입 또는 대출 상환 등에 활용하는 등 세입자 보증금을 이유가 있어야 한다. 반면 매달 안정적 임대소득을 원하는 경우에는 월세가 더 매력적일 수 있다. 집주인 자금 운용 방식과 선호가 달라지면 세입자가 선택할 수 있는 계약 형태도 달라진다.

이런 변화가 삶에 미치는 영향은 저마다 다르다. 

월세는 임대소득으로 노후를 꾸리는 집주인에게 생활비다. 반면 목돈이 부족한 청년에게는 저축을 어렵게 하는 지출이고, 은퇴한 세입자에게는 줄어든 소득으로 감당해야 할 부담이다. 한쪽 생활을 지탱하는 돈이 다른 쪽에서는 미래를 준비할 여력을 줄이는 셈이다.

문제는 월세가 늘어나는 현상 자체보다 선택 여지가 줄어드는 데 있다. 같은 보증금을 가진 사람이라도 누군가는 자금을 운용하기 위해 월세를, 다른 누군가는 매달 지출을 줄이기 위해 전세를 원할 수 있다. 

하지만 전세가 없는 시장에서는 후자만 계획을 바꿔야 한다. '월세 거래가 늘었다'는 통계에는 기꺼이 선택한 사람과 다른 선택지가 없어 받아들인 사람이 함께 담겨 있다. 그 숫자만으로는 누가 원하는 선택을 했고, 누가 선택지를 잃었는지 알기 어렵다.

따라서 주거 정책도 계약 형태 변화만이 아니라 그 안에서 달라지는 사람들 선택과 부담을 살펴야 한다. 

전세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보증금을 안전하게 지킬 장치가 필요하다. 계약 전 주택에 잡힌 채무와 반환보증 가입 가능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하다. 문제 발생시 보증금 회수까지의 절차와 기다림도 줄여야 한다.

월세로 살아갈 사람에게는 매달 부담을 낮추고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여건이 중요하다. 주거비 지원과 장기거주가 가능한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하는 한편 기존 주택을 활용해 임대공간을 늘리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재건축 과정에서 주택 일부를 독립 임대공간으로 마련하는 '세대공존형 재건축'이 이런 대안 중 하나다. 고령 소유자는 살던 동네에 머물며 임대소득을 얻고, 청년은 그 공간에서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방식이다. 적정 임대료와 장기거주 조건을 금융·관리 지원과 연계한다면 집주인 노후소득과 청년 주거 안정, 저축 여력을 함께 고려할 수 있다.

주거비 부담을 덜어 저축 여력이 생기더라도 그것이 곧바로 내 집 마련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모은 돈을 바탕으로 주택을 구매할 있으려면 주택 금융도 안정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주택담보대출을 묶어 증권으로 발행해 투자자금을 모으는 주택저당증권(MBS)은 장기·고정금리 대출을 공급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장기 투자자 참여를 넓히고,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추려는 노력이 실수요자 대출 조건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매달 갚을 금액을 가늠할 수 있어야 주택 구매 후 생활도 계획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대출이 주택 마련 부담을 모두 해결하진 않는다. 부족한 목돈을 대출만으로 감내하면 월세 부담이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바뀔 수도 있다. 안정적 주택금융과 함께 감당할 수 있는 집값, 소득 범위 안에서 갚을 수 있는 대출이 전제돼야 한다.

결국 주거 안정은 "전세냐 월세냐"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중요한 건 그 집에서 어떤 일상을 이어갈 수 있느냐 여부다. 안심하고 보증금을 맡길 수 있는 집, 월세를 내고도 저축할 수 있는 생활, 형편이 나아지면 내 집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전망이 필요하다. 누구나 집을 사야 하는 건 아니지만, 원하는 사람이 그 길을 준비할 여유는 있어야 한다.

시장 흐름과 사람들 일상을 함께 바라보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세가 줄어든 자리에, 다음을 준비할 계단마저 사라져서는 안 된다.



이현진 경기부동산중개법인 이사
부동산금융제도학회 부회장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맨 위로

저작권자(c) 프라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