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1분 1초가 생사의 갈림길인 911 응급구조센터와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항공 관제탑. 단 한순간의 통신 두절도 용납되지 않는 이른바 '미션 크리티컬' 관제 현장의 글로벌 표준 자리를 토종 한국 강소기업이 꿰차고 나섰다. 30년간 음향·헤드셋 제조 외길을 걸어온 다산일렉트론(대표 한승우)이다.

DA-911 DECT 거치대포함, 유선 PTT 어댑터와 무선 DECT PTT 시스템을 모두 선택할 수 있다. ⓒ다산일렉트론
다산일렉트론은 다국적 기업의 표준 장비 단종으로 발생한 공백을 자체 개발한 무선 DECT PTT 헤스셋 시스템으로 선점, 미국과 유럽의 관제 현장을 공략하고 있다.
현장은 24시간 365일 무중단 통신이 유지돼야 한다. 이에 따라 극한의 내구성과 무결점 성능이 필수적이다.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만큼 진입 장벽이 극도로 높지만, 한 번 기술력을 입증받아 표준으로 채택되면 장기간 안정적인 수요가 보장된다.
PTT는 관제요원이 헤드셋 하나로 무전 교신과 유선 전화 응대를 전환·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 통신 장비다.
피스톨 그립 형태의 트리거(방아쇠)를 당기는 동안에는 무전이 송신되고, 손을 떼면 즉각 일반 전화 수신 상태로 복귀한다. 신고 접수와 동시에 출동 현장이나 항공기, 쉼 없이 교신해야 하는 경찰·소방 상황실 등 국가 기간 통제실에서 사용할 수 있다.
회사의 최대 무기는 현장 환경과 운용 방식에 맞춰 유선 PTT 어댑터와 무선 DECT PTT 시스템을 모두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리에 벗어나서도 교신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무선 DECT PTT는 1.9GHz DECT 전용 주파수를 사용, 와이파이·블루투스의 간섭 없이 유선에 가까운 통화 안전성을 구현했다. 이를 통해 관제요원은 상황판이나 동료 좌석으로 이동하면서도 교신을 끊김 없이 이어갈 수 있다.
또 256비트 AES 암호화·DECT 최고 보안 단계를 적용, 아날로그 콘솔과 IP 기반 콘솔도 함께 지원해 차세대 IP 기반 관제 시스템으로 전환해도 사용할 수 있다.
현장 도입이 신속했던 배경에는 '드롭인(drop-in)' 1:1 교체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기존 글로벌 표준 장비와 동일한 피스톨 그립 외형과 연결 규격을 갖춰, 관제센터는 기존 콘솔과 운용 절차를 그대로 둔 채 어댑터만 맞바꿔 즉시 투입할 수 있다.
글로벌 장비 생산 중단 이후 마땅한 대안 없이 노후 장비를 수리해 쓰던 글로벌 관제센터들에게 최적의 해결책이 된 셈이다.
해외 시장의 반응은 즉각 나타났다. 미국 시장의 경우 연방정부와 국방, 911 센터를 중심으로 초도 물량 2000대의 필드 테스트를 거쳐 8월부터 월 3000대 수준으로 공급을 확대했다.
유럽 역시 영국을 거점으로 민간·공공 관제센터 공급을 본격화하며 올해 PTT 단일 품목으로만 약 3만6000대(약 44억원)의 출하를 내다보고 있다.
해외에서의 검증은 국내 시장 확대로 이어졌다. 국내 민간 공항과 대한민국 공군의 항공기 관제용으로 유·무선 PTT 장비가 정식 공급됐다. 또 국내 관제 현장의 특수성에 맞춘 신제품 추가 출시도 앞두고 있다.
회사는 오는 2027년부터 연간 9만대(약 112억원) 규모의 대량 양산 체제에 돌입한다.
다산일렉트론에 따르면 글로벌 관제센터의 좌석 수와 장비 내구연한을 감안할 때 2035년까지 글로벌 대체 수요만 약 84만6000대(소비자가 기준 약 6000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과 유럽뿐만 아니라 중동과 아시아 시장으로 공급 영토를 넓혀갈 구상이다.
아울러 30년간 다져온 음향 기술 노하우를 바탕으로 AI 컨택센터(AICC)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낸다.
장시간 헤드셋을 착용하는 관제요원과 상담사를 지켜온 음향충격 방지 설계 기술을 비롯해 AI 음성인식(STT)의 정확도를 결정짓는 고품질 마이크 헤드셋과 디지털 증폭기를 지속 개발할 계획이다.
한승우 다산일렉트론 대표는 "표준 장비 단종 이후 전 세계 관제센터가 대안을 찾지 못한 채 노후 장비로 버텨왔다"며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다루는 미션 크리티컬 현장에서 한국 기술로 만든 제품이 글로벌 표준 자리를 잇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30년간 쌓아온 기술력으로 국내외 관제 현장의 신뢰를 공고히 다져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