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안군 남면 몽산1리 등 소나무 군락지가 재선충병으로 집단 고사해 ‘녹색 죽음’의 현장으로 변했다. ⓒ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충남 지역 소나무재선충병 피해가 급증하면서 기존 감염목 제거 중심의 방제 방식에서 벗어나 과학기술을 활용한 예방·관리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후변화로 재선충병 매개충의 활동 시기와 기간이 달라지는 가운데, 해충의 특정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RNA 간섭(RNAi) 기술이 새로운 방제 대안으로 연구되고 있다.
소나무재선충병은 재선충이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 등을 통해 소나무에 침입해 수분과 양분의 이동을 방해하고 나무를 말라 죽게 하는 병해충이다. 감염된 소나무는 잎이 붉게 변하면서 고사하며, 피해가 심각한 지역에서는 확산 방지를 위해 감염목 제거와 수종 전환 작업까지 진행되고 있다.
충남의 재선충병 피해목은 1년 사이 5300여 그루에서 13만9900여 그루로 늘어 26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체 피해의 상당 부분이 보령과 서천 등 해안 지역을 포함한 4개 시군에 집중된 것으로 소개됐다.

보령시 화산동(대천3동) 큰골마을 뒷산에서 푸른빛을 잃은 소나무들이 산등성이를 따라 집단으로 붉게 말라 죽어가고 있다. ⓒ 프라임경제
기후변화도 방제 여건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기온 상승으로 재선충병을 옮기는 매개충의 활동 가능 시기가 앞당겨지고 활동 기간도 길어지면서 기존 방제 일정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감염목을 신속하게 찾아 제거하지 못하면 주변 소나무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지만, 방제 현장의 대응 여건은 녹록지 않다. 방송 자료에 따르면 올해 감염목 발생량은 지난해보다 19.3% 증가한 반면 방제량은 16.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과학계가 주목하는 기술이 RNA 간섭이다. RNA 간섭은 해충의 생존과 발달에 필요한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해 해충의 생리적 기능을 저해하는 기술이다. 기존 약제 중심의 방제 방식을 보완할 수 있는 대안으로 연구되고 있다.
특히, 특정 유전자를 표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꿀벌 등 다른 생물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가능성이 있고, 환경에서 비교적 쉽게 분해되는 특성도 장점으로 거론된다. 다만 실제 산림 현장에 적용하려면 안정적인 약효를 확보할 수 있는 제형 개발과 대량 생산 체계 구축 등이 선행돼야 한다.

보령시와 인접한 청양군 국도 주변에도 양쪽의 소나무군락지가 소나무재선충병으로 집단 고사해 초토화된 모습이다. ⓒ 프라임경제
아직 연구 초기 단계인 만큼 현장 적용 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기술 개발과 함께 매개충의 생태와 활동 시기를 고려한 방제 전략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피해가 발생한 뒤 감염목을 제거하는 사후 대응만으로는 확산을 막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매개충 활동 시기에 맞춘 선제적 방제와 피해 집중 지역에 대한 인력·예산 투입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소나무재선충병 대응은 이제 감염목을 얼마나 제거하느냐를 넘어 피해 발생을 예측하고 확산을 사전에 차단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RNA 간섭 기술이 연구 단계를 넘어 실제 산림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