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최근 원·달러 환율이 크게 내렸습니다. 하지만 달러라는 한 과목의 점수만 보고 환호하기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원화가 받아든 종합 성적표는 여전히 과거 평균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주간거래 종가 기준 원·달러 환율은 지난 7월 2일 1555.8원에서 30일 1334.3원으로 내렸습니다. 약 222원 하락한 셈이죠. 환전 수수료를 제외하고 단순 계산하면 같은 1000달러를 마련하는 데 필요한 원화가 22만1500원 줄어든 겁니다.
그런데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2일 원화 가치가 과거 평균보다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응? 원화가 강해졌다면서요?" 이 의문을 풀려면 '실효환율'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원·달러 환율은 '1달러의 원화 가격표'입니다. 숫자가 내려가면 달러가 싸졌다는 뜻이죠. 반대로 달러를 사는 원화의 가치는 높아집니다. 시험으로 치면 달러라는 한 과목의 성적만 살펴본 셈입니다.
실효환율은 비교 대상을 넓힙니다. 달러뿐 아니라 위안·엔·유로 등 여러 교역 상대국 통화와 원화의 교환 가치를 따집니다. 여기에 국가별 교역 비중까지 반영하죠.
이는 과목별 비중을 고려한 종합 성적표와 비슷합니다. 원화의 상대적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인 만큼 숫자가 올라갈수록 원화가 강해졌다는 뜻입니다.
실효환율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환율 변동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지표가 '명목실효환율'이고, 여기에 교역 상대국과의 물가 차이까지 반영한 지표가 '실질실효환율'입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원화 명목실효환율은 지난 20일 94.83을 기록해 약 2년 만에 최고 수준에 올랐습니다. 9월 실질실효환율도 92.73으로 전월보다 3.2포인트(p) 상승했습니다. 최근 흐름만 보면 원화 가치가 상당 부분 회복된 것처럼 보이죠.
하지만 신 총재가 주목한 것은 현재 지표의 절대적인 수준입니다. 한은이 과거 통계를 종합해 산출한 장기 평균인 101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다는 겁니다. 최근 시험 점수가 크게 올랐더라도 과거 평균에는 미치지 못할 수 있잖아요.
즉 '얼마나 회복했는가'와 '현재 어느 수준인가'는 서로 다른 질문인 셈입니다.
다시 처음의 1000달러 이야기로 돌아가볼까요. 같은 달러를 마련하는 데 필요한 원화가 22만1500원 줄었다면 달러에 대한 원화의 구매력이 높아진 건 맞습니다. 다만 다른 나라 통화와 비교해도 원화가 강해졌는지, 과거 평균 수준까지 회복했는지는 종합 성적표를 더 살펴봐야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 '원화가 강해졌다'는 말 뒤에 질문 하나만 붙여보세요.
"누구와 비교해서, 언제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