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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가벼운 말로 지킬 수 없는 국민의 생명과 안보

강신철 국방부 장관 발언·김병주 의원 전작권 주장 논란…정치적 수사보다 신중함과 책임이 먼저

오영태 기자 | gptjd00@hanmail.net | 2026.10.30 09:13:03
[프라임경제] 정치는 말로 시작하지만 모든 말이 같은 무게를 갖는 것은 아니다. 특히 국가 안보를 다루는 공직자의 발언은 개인의 의견을 넘어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운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안보를 말하는 사람에게는 표현의 자유만큼이나 무거운 책임이 요구된다.

미국 남북전쟁 당시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게티즈버그 연설을 통해 전사자들을 추모했다. 연설은 희생을 기리는 데 머물지 않았다. 그들이 목숨을 바쳐 지키려 했던 자유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되새기고,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말이 역사의 기록으로 남는 이유는 그 안에 시대의 책임과 공동체의 신념이 담겼기 때문이다.

최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한미동맹의 신뢰를 둘러싼 발언이 논란이 됐다.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이들의 말이 어떤 무게를 가져야 하는지 되묻게 하는 장면이었다.

논란의 출발점은 강신철 국방부 장관의 발언이다. 강 장관은 지난 26일 국방부 종합감사에서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이 미국이 이란 전쟁에서 고전하는 상황을 거론하며 전작권 전환에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로 질의하자, 북한과 전쟁이 발생했을 때 미군을 믿을 수 있느냐는 취지로 반문했다.

국방부는 이후 해당 발언이 미군을 신뢰할 수 없다는 뜻이 아니라, 미군을 믿을 수 없다는 논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미동맹의 군사적 신뢰를 책임지는 국방부 장관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표현의 적절성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동맹의 신뢰를 강조하려는 의도였다면 그 취지가 오해 없이 전달되도록 더욱 정교하게 설명했어야 한다.

동맹은 상대의 모든 행동을 무조건 옹호하는 관계가 아니다. 작전과 전략을 둘러싼 이견이 있을 수 있고, 동맹국의 군사적 역량과 대응을 냉정하게 평가하는 일도 필요하다. 그러나 특정 전쟁의 양상을 근거로 동맹의 신뢰 자체를 의심하는 듯한 표현은 별개의 문제다. 안보 현안에 대한 비판과 동맹에 대한 불신을 키울 수 있는 발언은 구분돼야 한다.

전작권 전환을 둘러싼 정치권의 주장 역시 신중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한미 간 전작권 전환 시기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독자적인 전작권 행사 선언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전작권 전환은 주권과 군사적 자율성이라는 원칙뿐 아니라 연합방위체계, 군사적 능력, 지휘구조와 전환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사안이다. 

전작권 전환의 필요성과 시기를 논의하는 것은 정당하다. 그러나 협의가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독자 행동을 선언하자는 접근은 그 이후의 안보를 누가, 어떤 체계로 책임질 것인지에 대한 답을 먼저 요구한다. 정치적 선언과 실제 군사적 지휘체계의 전환은 엄연히 다르다.

한미동맹은 어느 한쪽의 호의만으로 유지되는 관계가 아니다. 공동의 위협에 대응하고 오랜 기간 군사적 협력을 이어오면서 축적한 신뢰가 토대다. 6·25전쟁에서 미군을 비롯한 유엔군이 희생을 치렀다는 역사도 양국 관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배경이다. 이러한 역사가 동맹에 대한 비판을 금지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지만, 동맹의 가치를 논할 때 가볍게 취급해서도 안 된다.

손자는 전쟁을 국가의 존망이 걸린 중대한 일로 봤다. 안보를 담당하는 공직자라면 이 경고를 말의 무게로 받아들여야 한다. 발언이 가져올 외교·군사적 파장을 따져보고, 비판하더라도 대안과 책임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정치권은 때로 강한 표현으로 지지층의 관심을 끌려 한다. 그러나 안보는 정치적 선명성을 겨루는 무대가 아니다. 말 한마디가 동맹국에 전달되고 국민의 판단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안보 발언은 더욱 절제되고 정확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은 가벼운 말로 지킬 수 없다. 국가 안보를 책임지겠다고 나선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거침없는 발언이 아니라, 그 말이 초래할 결과까지 감당하겠다는 자세다. 안보를 말하는 입은 가벼워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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