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HMM(011200)의 올해 투자 규모가 6조원에 이르면서 선대 구조 변화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이번에는 1만3000TEU급 원양 컨테이너선과 소형 피더선을 함께 확보해 핵심 항로와 지선망을 동시에 강화하는 데 나섰다.
HMM은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8척을 HD현대에 발주하고, 2800TEU급 3척과 1700TEU급 1척까지 피더선 4척에도 투자한다. 전체 투자금액은 2조1000억원이다.
대형선 8척은 모두 액화천연가스(LNG) 이중연료 선박으로 건조된다. HD현대삼호가 6척, HD현대중공업이 2척을 맡아 2029년부터 순차적으로 인도할 예정이다.
LNG 연료는 기존 선박유와 비교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23% 이상 줄일 수 있고, 처리 장치를 활용하면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 배출량도 각각 80%, 99% 이상 감축할 수 있다. HMM은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 강화에 대응하면서 중장기 선대 경쟁력도 함께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투자에서 눈에 띄는 건 대형선과 피더선을 한꺼번에 늘린다는 점이다. 1만3000TEU급 선박은 극동-인도-지중해(FIM) 노선에 투입하고, 피더선은 거점 항만과 주변 지역을 잇는 지선망에 배치한다.

HMM의 대규모 투자는 통상 2~3년 이상 소요되는 선박 건조기간과 글로벌 해운 시황의 사이클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선제적인 조치다. ⓒ HMM
HMM이 추진 중인 '허브 앤 스포크(Hub & Spoke)' 전략도 이런 구조를 기반으로 한다. 대형선이 주요 항만과 장거리 노선을 담당하고, 피더선이 주변 항만의 화물을 모아 연결하면서 네트워크 전체의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피더선 확대 속도는 특히 가파르다. 운항 중이거나 발주한 선박을 기준으로 지난해 3월 12척이던 피더선은 올해 42척까지 늘었다. 약 1년 반 사이 3.5배 증가한 규모다.
HMM은 이들 선박을 아프리카와 인도 등 성장 잠재력이 높은 지역의 지선망 구축에 활용하고 있다. 원양선의 규모 경쟁과 함께 지선 연결망을 촘촘하게 가져가려는 선대 전략이 숫자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올해 투자 규모도 빠르게 커졌다. 이번 선박 투자를 포함하면 HMM이 올해 선대 확충과 물류 인프라, 미래 기술 확보 등에 투입한 금액은 6조원에 이른다. 최원혁 사장이 부임한 2025년 3월 이후 누적 투자 규모는 12조원을 넘어섰다.
2030년까지는 더 큰 폭의 선대 확충이 예정돼 있다. HMM은 중장기 전략에 따라 컨테이너선 166척, 선복량 147만TEU와 벌크선 110척, 1352만DWT 규모의 선대를 구축하기 위해 총 29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컨테이너 부문이 원양선과 피더선을 함께 늘리는 쪽이라면 벌크 부문에서는 선종 구성이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3월 44척이던 벌크 선대는 올해 60척으로 증가했고, 기존 드라이벌크와 탱커 중심에서 가스선·자동차선·다목적선까지 영역을 넓혔다.
장기계약을 기반으로 선박을 확보하면서 벌크 부문의 수익 구조를 안정화하고, 특정 화물과 시황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흐름도 함께 나타난다. 선복량 확대와 함께 선종을 다양화하는 방식으로 포트폴리오를 손보는 셈이다.
선박 외 투자도 병행하고 있다. 미국 타코마 터미널(WUT)의 크레인 교체를 포함해 글로벌 물류 거점과 디지털 전환에도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선대 확충을 항만 운영과 시스템 투자까지 묶어 추진하는 구조다.
해운업 특성상 선박 발주가 실제 운항으로 이어지기까지는 통상 2~3년 이상이 걸린다. 이번에 발주한 1만3000TEU급 선박도 2029년부터 들어오는 만큼 현재의 시황보다 향후 항로 수요와 환경 규제, 선대 경쟁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HMM은 향후 해운 시황 사이클에 대비해 경쟁력 있는 선대를 미리 확보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12척 투자 역시 2030년 선대 목표에 맞춰 진행해온 중장기 투자 계획의 일부다.
HMM 관계자는 "선박, 항만 등 해운업 투자는 미래를 내다보고 수년에 걸쳐 긴 호흡으로 진행되는 특성이 있다"며 "글로벌 선사와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중장기 투자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올해 HMM의 투자는 선박 수 확대와 함께 선대 구성과 운송망을 손보는 쪽으로 이어지고 있다. 원양선과 피더선을 함께 늘리고 벌크선의 선종을 다양화하는 한편 항만과 디지털 인프라에도 투자를 이어가는 구조다. 2030년까지 29조원을 투입하는 중장기 계획도 신규 발주와 선대 확충을 통해 점차 구체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