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판결문 받으면 뭐 합니까? 그놈 재산 탈탈 털어봐야 통장엔 먼지만 날리고, 뒤로는 코인으로 수십억 굴리며 떵떵거리고 사는데요."
민사 소송에서 수년간 피 말리는 싸움 끝에 승소 판결문을 쥐고도 정작 돈을 회수하지 못해 내게 찾아오는 채권자들의 공통된 한탄이다. 악성 채무자들은 일찌감치 부동산이나 예금을 가족 명의로 빼돌리거나, 법의 사각지대였던 가상자산(코인) 거래소로 재산을 은닉해 왔다. 하지만 이제 채무자들의 그 얄팍한 피난처도 끝이 났다.
이달 1일 대법원의 '민사집행규칙 개정안'이 본격 시행되면서 마침내 가상자산에 대한 명확한 강제집행 절차가 신설됐기 때문이다. 더 이상 코인에 숨긴 재산을 바라만 보며 분통 터뜨릴 필요가 없다.
◆왜 그동안 코인 압류가 힘들었나
과거에도 채무자의 가상자산을 완전히 건드리지 못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명확한 법적 절차가 없다 보니 법원에 압류를 신청해도 거래소마다 "코인은 물건이냐 권리냐", "어떤 방식으로 압류와 추심을 진행해야 하느냐"를 두고 혼선이 빚어졌다.
채권자가 거래소를 제3채무자로 해 압류명령을 받아내더라도 거래소가 현금화를 거부하거나 절차가 지연되는 사이 채무자가 코인을 해외 지갑으로 빼돌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대법원은 이 거대한 법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 민사집행규칙(제153조의2 등)을 뜯어고쳤다. 가상자산을 '그 밖의 재산권'으로 명확히 포섭하고, 압류부터 현금화, 배당에 이르는 전 과정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이전청구권 묶고 현금으로 뽑아라"
새로운 규칙의 핵심은 채무자가 가상자산사업자(업비트, 빗썸 등 거래소)에 대해 가지는 '가상자산 이전청구권 등'을 압류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실행 절차는 다음과 같다.
• 압류의 효력: 법원의 압류명령이 거래소(제3채무자)에 송달되면, 거래소는 채무자에게 해당 코인을 반환하거나 다른 지갑으로 전송하는 것을 즉시 차단해야 한다. 채무자가 스마트폰으로 코인을 팔아치우려 해도 불가능해진다.
• 현금화 명령: 압류만 해놓고 끝이 아니다. 채권자는 법원에 '추심명령'을 신청할 수 있고, 법원은 거래소에게 "채무자의 가상자산을 적당한 시기에 매각해 그 대금을 채권자에게 지급하라"고 명령(특별현금화)할 수 있게 됐다.
• 거래소의 협조 의무 명문화: 과거처럼 거래소가 자체 규정을 핑계로 매각을 차일피일 미루는 꼼수가 통하지 않도록 매각과 대금 지급의 절차적 기준을 법원이 직접 통제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
◆판결문은 종이 쪼가리가 아니다
이번 민사집행규칙 개정은 돈을 떼먹고 가상화폐 시장으로 도망친 악질 채무자들의 숨통을 끊는 강력한 무기다. 특히 젊은 층이나 투자 목적의 채무자일수록 재산의 상당 부분을 코인 형태로 보유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당장 장롱 속에 묵혀둔 지급명령 결정문이나 승소 판결문을 꺼내야 할 때다. 기존에 은행 계좌 압류만 시도했다가 '잔고 없음'으로 포기했던 사건이라면, 지금 당장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를 제3채무자로 지정해 압류 및 현금화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
다만, 가상자산 압류는 채무자의 거래소 가입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와 코인의 변동성, 그리고 해외 거래소나 개인 지갑(콜드월렛)으로의 은닉 가능성 등 일반 예금 압류보다 훨씬 까다로운 법리적 검토가 필요하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하지만, 법의 진화를 무기로 적극적으로 추적하는 채권자는 결국 내 돈을 되찾을 수 있다. 지금 당장 법률 전문가와 함께 채무자의 '숨겨진 코인 지갑'을 정조준하라.
가상자산 강제집행 실무 체크리스트
여봉구 법무사 / 법무사사무소 작은거인 대표법무사 / ㈜코오롱LSI, ㈜엠오디 감사위원 / 한국청소년통역단 법무자문위원 / 면곡신용협동조합 자문법무사 / 종로신용협동조합 자문법무사 / 인천주안삼영아파트재건축사업 담당법무사 / 법무전무가과정(부동산 경·공매) 수료 / HUG_전세사기피해법무지원단 / LH_전세사기피해주택매입 담당 법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