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난 13일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김영훈 장관은 정년연장과 포괄임금 금지 입법을 모두 연내에 마무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년연장은 "오늘 논의해도 늦다"고 했다. 포괄임금 금지를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도 하반기 국회 통과가 필요하다고 했다.
현장에서 보면 두 법안은 따로 움직이지 않는다. 정년연장은 고령자고용법의 정년 규정을, 포괄임금 금지는 근로기준법의 임금·근로시간 규정을 다루지만, 기업이 실제로 손봐야 할 곳은 같다. 취업규칙과 임금체계, 그리고 근로시간 관리다.
현행 고령자고용법 제19조는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이를 65세로 한 번에 올리는 안,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에 맞춰 단계적으로 올리는 안, 정년은 그대로 두고 퇴직 후 재고용을 의무화하는 안이 함께 논의되고 있다. 정부안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노무사로서 더 주목하는 부분은 정년의 숫자보다 임금체계다. 이번 국감에서도 임금체계 개편과 연동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2016년 60세 정년 의무화 때 많은 기업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했지만, 대법원은 2022년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만을 기준으로 임금을 깎은 임금피크제를 연령차별로 보아 무효라고 판단했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도입 목적의 타당성, 불이익의 정도, 업무량 조정 같은 대상조치가 있었는지가 판단 기준이었다. 정년이 다시 늘어나면 임금 조정 논의도 피하기 어렵다.
만약 정년 연장제도가 임금피크제와 연동된다면 임금피크제의 효력을 사후에 다투는 일이 없도록, 도입 단계에서부터 판례가 제시한 기준을 충족하는지 꼼꼼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
근로자에게 불리한 취업규칙 변경이라면 근로기준법 제94조에 따라 과반수 노조나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도 받아야 한다.
한편 포괄임금제는 법률에 근거한 제도가 아니다. 대법원은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 한해 포괄임금계약의 효력을 인정해 왔다.
산정이 어렵지 않은데도 포괄임금으로 지급해 법정수당에 못 미친다면 그 부분은 무효라고 봤다(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8다6052 판결). 출퇴근 기록이 남는 일반 사무직이라면 지금도 판례상 포괄임금이 인정되기 어렵다는 뜻이다.
현장에서는 매달 일정 시간분의 연장근로수당을 정액으로 주는 고정OT 방식이 많이 쓰인다.
고정OT 약정 자체가 곧바로 위법한 것은 아니다. 다만 실근로시간으로 계산한 법정수당이 약정 금액을 넘는 달에는 그 차액을 지급해야 한다. 이를 확인하려면 근로시간 기록이 전제돼야 한다.
입법도 이 판례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 올해 4월 기준 국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에는 관련 근로기준법 개정안 9건이 올라 있다.
포괄임금계약을 정의하고 금지하는 안과, 노사정 합의를 반영해 고정OT 약정은 허용하되 실근로시간에 따른 가산임금보다 적으면 차액을 지급하고 임금대장에 근로일수와 근로시간 수를 적도록 하는 안으로 나뉜다.
행정 쪽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노동부는 지난 4월부터 '포괄임금 오남용 방지 지침'을 근로감독에 적용하고 있으며, 고정OT를 약정했더라도 실근로시간 기준 법정수당에 못 미치면 차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용우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포괄임금 오남용 의심 사업장 101곳에 대한 기획감독에서 82곳의 연장근로수당 미지급 등이 확인됐다.
미지급 수당은 임금체불에 해당하고, 임금채권 소멸시효가 3년인 만큼 퇴직자의 소급 청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두 법을 함께 준비해야 하는 이유는 결국 근로시간 기록에 있다.
사용자는 이미 2021년 11월부터 임금명세서에 연장·야간·휴일근로 시간 수를 적어 교부해야 한다(근로기준법 제48조 제2항).
그런데 현장에서는 포괄임금을 이유로 이 칸을 비워 두거나 형식적으로 채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년 이후 재고용이나 연장 구간에서 단축근무, 직무 전환, 시간제 근로를 운영하려 해도 실근로시간 기록이 있어야 임금을 합리적으로 정할 수 있고, 분쟁이 생겼을 때 산정 근거로도 쓸 수 있다.
실무적으로는 세 가지를 먼저 점검하길 권한다.
첫째, 근로계약서와 임금명세서에서 기본급과 법정수당이 구분돼 있는지, 고정OT라면 몇 시간분인지 명시돼 있는지 확인한다.
둘째, 출퇴근 기록과 실근로시간을 비교해 고정OT 약정 시간을 넘는 달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면 차액 정산 방식을 정해 둔다.
셋째, 연공급 중심의 임금체계라면 정년연장 방식이 확정되기 전에 임금체계 개편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두 법안의 최종안은 국회 논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다만 판례와 지침은 이미 '실제 일한 시간만큼 지급한다'는 원칙 쪽으로 정리되고 있다.
입법을 기다리기보다 현행 기준에 맞춰 계약서와 근로시간 관리를 먼저 정비해 두는 편이, 법이 바뀌었을 때 부담을 줄이는 길이다.
노서림 노무법인 길 대표노무사 / <임금벗기기>저자 / (전)서울지방노동위원회 국선노무사/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안전보건관리체계구축 컨설턴트/ ISO45001심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