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자연재해로 벼랑 끝에 몰린 중소기업을 돕겠다며 마련된 신용보증기금(신보)의 '재난기업 부실처리 유보 특례'가 현장의 구조적 허점 탓에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박대출 의원이 신용보증기금의 재난기업 부실처리 유보 특례 허점을 지적하고 있다. = 강경우 기자
수해 복구에 매달리느라 제도를 제때 신청하지 못한 기업들이 은행의 단순 연체 통보 한번으로 지원대상에서 대거 배제되는 실정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대출 의원(국민의힘·경남 진주갑)이 '신보'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현행 특례 운용 기준은 금융 현장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가동되고 있다.
앞서 '신보'는 거제시 전역과 통영시 산양읍·봉평동 등 집중호우 피해지역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재난 선포일로부터 6개월간 부실 처리와 채권보전 조치를 미뤄주는 특례를 시행했다.
침수와 시설 파괴로 일시적 자금난에 빠진 기업에 만기를 연장하고 채무 상환을 준비할 수 있는 최소한의 '회복 골든타임'을 주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세부 기준에 숨어 있던 독소 조항이다. 규정상 채권자인 은행으로부터 원금이나 이자 연체 등 부실 사유 발생 통지가 들어오거나 보증채무 이행 청구가 접수되면 즉시 특례 대상에서 탈락하도록 설계됐다.
이로 인해 당장 현장 수습으로 경황이 없는 피해 기업이 특례를 사전에 인지해 선제적으로 신청하지 못할 경우 은행 전산에서 발송된 연체 통보서 한 장에 구제 기회 자체가 완전히 박탈되는 악순환이 빚어지고 있다.
제도 간 연계 부족도 문제로 꼽힌다. '신보'가 자체적으로 부실 처리를 미루더라도 은행의 대출금 상환 독촉이나 강제 회수 절차를 강제적으로 멈춰 세울 법적·제도적 연결고리가 전무하다.
결국 시중은행의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와 정책금융기관의 특례가 엇박자를 내면서, 수해 피해 기업들은 양쪽 창구를 각자 찾아다니며 소명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박대출 의원은 "재난 기업에 회복 시간을 주겠다던 특례가 은행의 기계적인 통지서 한장에 가로막히는 것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자 제도의 배신"이라며 "신보와 시중은행 간의 실시간 연계 시스템을 즉각 구축해 은행의 상환 압박으로부터 피해기업을 실질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불가피하게 특례에서 제외된 기업이라 하더라도 만기 연장과 채무조정 등 단계적 재기 경로를 열어둬야 한다"며 "현장에서 지원 혜택을 한눈에 파악하고 신청할 수 있도록 제외 기준과 대체 프로그램을 아우르는 원스톱 통합 안내 체계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