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이 한국농어촌공사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 이개호 의원실
[프라임경제] 한국농어촌공사가 최근 6년간 농업용수 수질개선사업에 1547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지만, 수질기준을 초과한 저수지는 오히려 34% 늘었다.
수질 오염이 반복되는 지역에는 수년째 사업비를 배정하지 않으면서 전체 예산의 92% 이상을 4개 시·도에 집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을 투입하고도 수질이 개선되지 않는 원인을 점검하고, 오염이 심각한 지역에 재원을 우선 배분하는 등 사업 관리 체계를 전면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이개호 의원(더불어민주당·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이 15일 한국농어촌공사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사는 2021년부터 2026년 9월까지 농업용수 수질개선사업에 총 1547억6900만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농업용수 수질측정망 대상시설 가운데 수질기준인 Ⅳ등급을 초과한 시설은 2021년 61곳에서 올해 9월 82곳으로 21곳(34.4%) 늘었다.
지역별로는 충남이 21곳으로 가장 많았고, 경북 18곳, 전남 15곳, 전북 11곳, 인천 7곳 순이었다. 농업용수는 농작물 생육과 농업 생산성을 좌우하는 핵심 자원인 만큼, 수질 악화가 지속되면 농업 현장의 부담은 물론 안전한 용수 확보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부적합 시설이 증가한 만큼 사업 대상 선정과 개선 방식, 사후 관리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예산 배분의 불균형도 문제로 지적됐다. 경기도는 매년 3~6곳의 수질기준 초과 시설이 발생했지만 2022년부터 2026년까지 5년 연속 수질개선사업비를 한 푼도 배정받지 못했다. 충북 역시 2022년 이후 매년 1~3곳의 부적합 시설이 확인됐지만, 2023년부터 4년 연속 사업비가 없었다. 올해 9월 기준 충북의 부적합 시설은 3곳으로 조사 기간 중 가장 많았다.
전북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수질기준 초과 시설이 2021년 3곳에서 올해 11곳으로 늘었지만, 2021년부터 3년간 사업비가 전혀 배정되지 않았다. 2024년 이후에야 예산이 편성됐으며, 6년간 투입된 사업비는 10억4000만원으로 전체의 0.7%에 불과했다. 경남에서도 매년 4~7곳의 부적합 시설이 발생했지만, 조사 기간 6년 중 사업비가 배정된 해는 2024년 한 차례뿐이었다.
인천은 수질 악화 추세와 예산 배분이 엇갈린 대표적인 사례다. 부적합 시설은 2024년 2곳에서 지난해 6곳, 올해 7곳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사업비는 2024년 49억4700만원에서 지난해 5억3200만원으로 급감했고, 올해는 아예 배정되지 않았다. 수질 개선이 시급한 상황에서도 예산 지원이 줄거나 끊기는 구조라면 오염 문제를 제때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반면 예산은 일부 지역에 집중됐다. 2021년부터 2026년 9월까지 투입된 사업비 가운데 충남 676억3900만원, 경북 257억200만원, 전남 249억8700만원, 인천 241억8500만원 등 4개 시·도에 총 1425억1300만원이 배정됐다.
전체 사업비의 92.1%에 해당하는 규모다. 특히 전체 예산의 43.7%가 투입된 충남에서도 부적합 시설이 2021년 17곳에서 올해 21곳으로 늘어, 예산 규모와 실제 수질 개선 성과 사이의 연관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개호 의원은 "1500억원이 넘는 국민 세금을 투입하고도 수질기준을 초과한 시설이 늘어난 것은 예산 운용과 사업 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라며 "수질 악화가 반복되는 지역에 수년간 사업비를 배정하지 않거나, 오염이 심해지는 상황에서도 예산을 줄이는 무원칙한 운용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실효성을 높이려면 과거 사업비 배정액이나 지역별 시설 수만으로 투자 규모를 정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수질 오염도와 악화 속도, 농업용수 이용 규모, 주변 오염원의 유입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개선이 시급한 저수지에 예산을 우선 배정해야 한다. 수질 악화 원인도 저수지마다 다른 만큼 오염원 유입 차단, 퇴적물 관리, 수질 정화 등 원인별 맞춤형 대책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사업 성과를 검증하는 체계도 강화해야 한다. 사업비를 얼마나 집행했는지에 그치지 않고, 사업 전후 수질 등급과 오염 지표가 얼마나 개선됐는지 정기적으로 측정하고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개선 효과가 미흡한 사업은 원인을 분석해 공법과 사업 계획을 보완하고, 반복적으로 수질기준을 초과하는 시설은 지속적인 사후 관리 대상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지역별 예산 배분 기준과 사업 성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면 예산 편중을 줄이고 국민 신뢰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 의원은 "수질 악화가 심각한 지역에는 예산을 신속히 배정하고, 투입한 재원이 실제 수질 개선으로 이어지는지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며 "예산 편성부터 사업 집행, 성과 평가와 사후 관리까지 전 과정을 재정비해 농업용수 수질개선사업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저작권자(c) 프라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