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되메우기 공정에서 모래를 사용하지 않은 구간을 화살표로 표시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632억원이 투입되는 국가 에너지 기반시설 공사가 준공을 앞둔 가운데 시방서 위반 의혹이 제기되면서 시공사와 발주처의 품질관리 책임이 도마에 올랐다. 구체적인 공사 구간과 현장 영상까지 제시된 상황에서 시공 적정성을 확인할 객관적인 자료와 감리·검측 기록을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시공사 측이 3년간의 하자보수 기간을 언급하며 문제가 발생하면 보수하겠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지자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주민들은 사후 보수 약속이 시방서 준수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대신할 수 없다며 준공 전 철저한 검증과 감사원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논란이 제기된 사업은 한국가스공사가 발주한 '공주 복합발전소 천연가스 공급시설 건설공사'다. 충남 공주시와 부여군 일대에 총연장 27.61㎞의 천연가스 공급배관과 관련 시설을 매설하는 대형 국책 사업으로, 금호건설이 80%의 지분으로 참여했다. 당초 공사는 2026년 7월 완료를 목표로 추진됐다.
제보자는 특정 구간의 실제 시공 방식이 공사 시방서와 다르다고 주장하며 현장 영상과 위치를 제시했다. 도로 포장 등 마무리 공정이 진행된 뒤 의혹이 제기됐다는 점에서 준공 전 시공 적정성을 확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되메우기 공정에서 모래를 사용하지 않은 구간을 화살표로 표시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다만, 현재까지 시방서 원본과 실제 시공 영상, 품질시험 성적서, 감리·검측 기록 등을 종합적으로 대조한 결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시방서 위반이나 부실시공이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의혹이 제기된 구간의 시공 상태와 관련 자료를 확인하는 절차가 우선돼야 한다.
제보자들이 제시한 시방서에는 배관 매설과 되메우기 공정에 적용되는 품질시험 항목과 검사 간격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자료에 따르면 되메움용 흙의 현장밀도시험은 KS F 2311에 따라 관로 매설물의 경우 3층마다, 100m마다 실시하도록 규정돼 있다. 다짐시험은 KS F 2312에 따라 재질이 바뀔 때마다 실시하고, 함수비시험은 현장밀도시험과 같은 빈도로 진행하도록 제시돼 있다.
혼합골재에도 별도의 기준이 적용된다. 제시된 시방서에는 현장밀도시험을 2차로 기준 층별 200m마다 실시하고, 넓고 평탄한 성토지역에서는 500㎥마다 검사하도록 명시돼 있다. 혼합골재의 함수비는 포설 후 다짐 전에 500㎥마다 확인하며, 현장밀도시험이 어려운 구간에서는 100m마다 평판재하시험을 하도록 했다. 두께시험도 배관 연장 1㎞마다 실시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 같은 기준이 이번 공사에 적용되는 계약상 시방서와 승인된 품질시험계획에 어떻게 반영됐는지, 실제로 해당 시험이 이뤄졌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핵심은 시험 항목이 문서에 기재돼 있다는 사실만이 아니다. 현장에서 정해진 시험과 검측이 시행됐는지, 결과가 기준을 충족했는지, 부적합 사항이 발견됐다면 어떤 조치가 이뤄졌는지를 객관적인 기록으로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LNG배관 매설 작업에서 다짐 공정을 시행하지 않고 되메우기 하고 있는 모습(포장공사 전). ⓒ 프라임경제
관련 법령의 적용 범위와 계약상 의무를 확인하는 절차도 필요하다. 건설기술 진흥법 제55조는 법령에서 정한 대상 공사에 대해 품질관리계획 또는 품질시험계획에 따른 시험과 검사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공사에 적용되는 품질관리 의무와 기록의 작성·관리 현황 역시 관련 자료를 통해 확인해야 할 사항이다.
주민들의 비판은 시공사 측의 대응에도 향하고 있다. 취재 과정에서 금호건설 측은 3년간의 하자보수 기간이 있다는 점을 들어 문제가 발생하면 보수하겠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해당 발언의 정확한 내용과 맥락, 회사의 공식 입장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주민들은 이에 대해 "그런 식으로 공사를 진행할 거라면 시방서는 왜 만들었느냐"며 반발했다. 이어 "막대한 감리비를 지급하면서 감리 제도는 왜 두는 것이냐"고 지적하며 시공 과정에서 품질 기준과 감독 절차가 제대로 지켜졌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하자보수와 시공 기준 준수는 별개의 문제다. 하자보수는 공사 이후 확인된 하자를 처리하기 위한 제도인 반면, 시방서 준수와 품질시험·검측은 시공 과정에서 공사의 적정성을 확인하기 위한 절차다. 사후 보수를 약속했다는 이유만으로 시공 당시의 기준 준수 여부를 확인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다.

LNG배관 매설 작업에서 다짐 공정을 시행하지 않고 되메우기 하고 있는 모습(포장공사 전). ⓒ 프라임경제
물론 현재까지 공사비 절감을 목적으로 특정 공정을 생략했다거나 감리가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은 아니다. 다만 구체적인 시방서 위반 의혹이 제기된 만큼 시공사와 발주처가 자료를 바탕으로 사실관계를 설명해야 한다는 요구는 피하기 어렵다.
이번 논란에서 주목할 부분은 감리와 발주처의 감독 기능이다. 시방서는 공사에 적용되는 기준을 정하고, 품질시험과 검측은 실제 시공이 그 기준에 맞게 이뤄졌는지 확인하는 절차다. 공법이나 시공 조건이 변경됐다면 적법한 승인 절차를 거쳤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특히, 지하에 매설되는 천연가스 배관은 공정이 마무리되고 땅이 덮이면 시공 상태를 직접 확인하기 어려워진다. 시공 사진과 작업일지, 품질시험 성적서, 검측 기록, 설계변경 승인자료를 대조하는 작업이 중요한 이유다.
한국가스공사는 발주처로서 제보자가 지목한 구간의 시공 자료와 현장 영상을 확인하고, 품질시험 및 검측이 적정하게 이뤄졌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자료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면 현장 확인이나 독립적인 기술 검토를 통해 시공 적정성을 확인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LNG배관 매설 작업에서 다짐 공정을 시행하지 않고 되메우기 하고 있는 모습(포장공사 전). ⓒ 프라임경제
시험 누락이나 기준 미달이 확인될 경우에는 해당 구간의 품질과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보완 조치가 필요하다. 보완만으로 기준 충족을 입증하기 어렵다면 재시공 여부와 범위도 기술적 검토를 토대로 판단해야 한다. 반대로 적법한 설계변경과 적정한 시험 결과가 확인된다면 그 근거를 주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주민들은 이번 사안을 지역 주민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로 보고 감사원의 직접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시방서 준수 여부와 품질시험, 감리·검측의 적정성은 물론 공사비 집행과 발주처의 감독 업무까지 확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감사원 조사 여부와 별개로 준공 전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은 발주처가 검토할 수 있는 과제다. 다만 현재 제보만으로 감사 대상이 될 위법 사항이나 부당한 공사비 집행이 확인된 것은 아닌 만큼, 객관적인 자료에 근거한 판단이 필요하다.
과거 대형 건설사고는 시공과 감독 단계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바로잡는 절차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줬다. 2023년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와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에서도 설계·시공·품질관리 과정의 문제와 감독 책임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다만 두 사고의 원인과 구조적 위험은 이번 천연가스 배관공사에서 제기된 의혹과 다르며, 이를 근거로 이번 공사의 부실을 단정할 수는 없다.

LNG배관 매설 작업에서 다짐 공정을 시행하지 않고 되메우기 하고 있는 모습(포장공사 전). ⓒ 프라임경제
공주·부여 천연가스 공급시설 공사에서 확인해야 할 질문은 명확하다. 제보자가 지목한 구간은 시방서에 맞게 시공됐는가. 정해진 품질시험과 검측은 실제로 이뤄졌는가. 감리와 발주처는 그 결과를 어떻게 확인했으며, 이를 입증할 자료는 무엇인가.
632억원 규모의 국가 에너지 기반시설 공사의 완성도는 도로 포장이 끝났다는 사실만으로 입증되지 않는다. 준공을 앞둔 지금 필요한 것은 하자보수 약속만이 아니라 시공 기준 준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와 책임 있는 설명이다. 한국가스공사와 금호건설이 제기된 의혹을 해소할 검증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