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가 호흡기내과의 필수의료 지정과 전문인력 양성 지원, 중증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의 의료비 부담 완화, 특발성폐섬유증(IPF) 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정부에 요구했다. 호흡기 전문인력 감소와 제한적인 치료 접근성이 맞물린 만큼 인력 확보부터 환자 지원까지 제도 전반을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학회는 14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2026 폐의 날 기념 정책토론회 겸 기자간담회'를 열고 호흡기질환 진료 현장의 문제점과 정책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호흡기 분과전문의 응시자 6년 새 절반 이하…필수의료 지정·인력 지원 촉구
이상민 학회 부총무는 호흡기내과가 중증 폐렴과 급성호흡부전, 간질성폐질환 등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을 담당하고 감염병 위기에도 대응하는 필수 진료과라고 강조했다. 메르스와 코로나19 유행 당시 중증 환자 치료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한 만큼, 평상시에도 전문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전문인력 감소세는 뚜렷하다. 호흡기 분과전문의 시험 응시자는 2020년 61명에서 올해 27명으로 줄었다. 학회가 40개 대학병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전임의 수도 2023년 88명에서 2024년 49명, 2025년 25명으로 감소했다. 특히 호흡기 중환자 진료를 담당하는 전임의는 2025년 전국 4명에 그쳤다.

이상민 부총무이사(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의 '필수의료에 호흡기내과가 포함돼야 하는 이유' 발표 일부 화면. ©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학회는 호흡기내과를 필수의료 분야로 명확히 규정하고 전임의와 중환자 진료 인력에 대한 국가 지원, 정책수가 마련, 지역 전문인력 양성 대책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인력 공백이 커질 경우 평상시 중증 호흡기질환 진료뿐 아니라 감염병 위기 대응 역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다.
◆COPD 산정특례·IPF 치료제 급여 확대 요구…정부, 지원 방안 검토
환자 부담 완화 방안으로는 중증 COPD 산정특례 적용과 흡입제 교육·상담 수가 신설이 제시됐다. 이진국 학회 간행이사는 COPD 환자가 반복적인 급성 악화와 입원, 가정 산소치료 및 인공호흡기 사용 등으로 의료비와 돌봄 부담을 함께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발제에 나선 이진국 간행이사(건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는 중증 COPD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 = 박선린 기자
이 이사가 제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급성 악화로 세 차례 이상 입원한 COPD 환자의 사망 위험은 악화가 없었던 환자보다 4.3배 높았다. 흡입제는 정확한 사용법을 익히고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교육·상담에 대한 별도 보상이 부족해 환자 관리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IPF 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용 확대도 주요 과제로 꼽혔다.
이재하 학회 간질성폐질환 연구회 총무에 따르면 IPF 산정특례 신규 등록자는 2019년 4009명에서 2023년 5543명으로 약 38% 증가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항섬유화제는 피르페니돈 한 종류뿐이다. 닌테다닙은 급여가 적용되지 않고, 새로운 치료제인 네란도밀라스트도 국내 허가가 이뤄지지 않아 환자의 치료 선택지가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학회는 기존 치료제의 급여 범위를 넓히고 해외 신약의 국내 허가와 급여 평가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약제 도입에 따른 단기 재정 부담뿐 아니라 입원 감소 등 장기적인 의료비 절감 효과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패널토론에 참석한 정부 관계자 및 관계자들. = 박선린 기자
정부는 일부 제안에 대해 검토 계획을 밝혔다. 패널토론에 참석한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구도은 사무관은 중증 COPD 환자의 의료비 부담 완화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관련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토를 마치는 대로 학회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교육·상담 수가와 관련해서는 호흡기질환을 만성질환 관리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일차의료기관에서 10분 이상 교육·상담을 진행할 경우 별도 수가를 지급하는 심층진찰료 형태의 시범사업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구 사무관은 10월 말에서 11월 사이 관련 학회와 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구체적인 사업 모형을 확정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