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계명대학교 생명과학과 오지훈 교수 연구진이 악성도가 높고 치료 선택지가 제한적인 삼중음성유방암의 진행 과정을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분자적 단서를 제시했다.

사진 왼쪽부터 오지훈 계명대 생명과학과 교수, 정다솜 연세대 의과대학 연구교수, 클라라 유리 김(Clara Yuri Kim)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페렐만 의과대학 박사. ⓒ 계명대학교
암세포의 움직임과 주변 조직 침투에 영향을 미치는 두 유전자의 기능을 확인하고, 이들의 발현이 세포 내부의 DNA 조절 환경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밝혀낸 것이다.
이번 연구는 계명대를 중심으로 연세대학교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연구진이 힘을 모아 수행했다.
연구진은 HOXD1과 HOXD8 유전자의 발현을 회복하는 실험을 통해 암세포의 이동 및 침윤 능력이 낮아지는 현상을 확인했다.
마우스를 활용한 종양 모델에서도 암의 진행이 억제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러한 발견이 삼중음성유방암의 진행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향후 치료 전략을 연구하는 데 의미 있는 자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Experimental & Molecular Medicine'에 게재됐다. 논문은 'CTCF-associated chromatin changes between HOXD1 and HOXD8 contribute to TNBC progression'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됐다.
오지훈 교수가 제1저자와 교신저자로 연구를 이끌었으며, 연세대 의과대학 정다솜 연구교수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페렐만 의과대학의 클라라 유리 김 박사가 연구에 참여했다.
해당 학술지는 스프링거 네이처가 발행하며, 2025년 국제학술지 인용보고서 기준 영향력지수는 17.5로 집계됐다.
삼중음성유방암은 에스트로겐 수용체, 프로게스테론 수용체, HER2가 모두 음성으로 나타나는 유방암이다.
이 때문에 호르몬 치료와 HER2를 겨냥한 표적치료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재발과 전이 가능성도 중요한 임상적 과제로 꼽혀, 암세포의 성장과 확산을 좌우하는 새로운 조절 인자를 찾는 연구가 필요하다.
오 교수팀은 세포의 발달과 분화에 관여하는 HOX 유전자군에서 연구의 실마리를 찾았다. HOX 유전자는 배아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신체 구조와 세포의 특성을 결정하는 데 관여한다.
연구진은 이러한 유전자들이 성체에서도 발현되며, 발현 체계가 비정상적으로 바뀔 경우 암의 진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유방암 환자 표본과 대규모 데이터, 다양한 암세포 실험 자료 및 동물모델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삼중음성유방암에서 HOXD1과 HOXD8의 발현이 감소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두 유전자의 발현을 다시 높이자 암세포가 이동하고 주변 조직으로 침투하는 능력이 줄어들었으며, 동물모델에서도 종양의 진행이 억제됐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HOXD1과 HOXD8이 삼중음성유방암의 진행을 조절하는 데 관여할 가능성을 확인했다.
유전자 발현이 달라지는 배경을 추적하는 과정에서는 DNA 메틸화와 CTCF 단백질의 역할이 주요하게 다뤄졌다. DNA 메틸화는 유전정보 자체를 바꾸지 않고도 유전자의 작동 수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조절 방식이다.
CTCF는 DNA의 특정 영역에 결합해 유전자 발현과 염색질의 구조적 배치에 관여한다.
분석 결과, DNA 메틸화 상태가 달라지면 CTCF가 DNA에 결합하는 양상에도 차이가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어 3C와 Hi-C 기법을 활용해 세포핵 내부에서 DNA가 접히고 배치되는 구조를 분석했다.
그 결과 HOXD1과 HOXD8이 3차원 염색질 구조상 공간적으로 연결돼 발현 조절에 함께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두 유전자와 가까운 위치에 있는 HOXD3와 HOXD4에서는 같은 조절 양상이 확인되지 않았다. 이는 유전자 사이의 물리적 거리만으로 발현 관계를 설명하기 어렵고, 특정 단백질의 결합과 DNA의 입체적 배치가 함께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연구진은 또 HOXD1·HOXD8이 FOXA1을 포함한 유전자 조절 네트워크와 연결돼 암의 진행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제기했다.
오지훈 교수는 "발달 과정에서 기능하는 HOX 유전자가 성체의 암 발생과 진행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왔다"며, "이번 연구는 DNA 메틸화와 CTCF의 결합 특성, 염색질의 3차원 구조가 유전자 발현 조절 과정에서 서로 연관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결과가 후성유전학적 조절 원리를 바탕으로 삼중음성유방암의 새로운 치료 표적을 탐색하는 후속 연구에 기초자료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