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현대자동차(005380)의 투싼은 오랫동안 준중형 SUV의 익숙한 기준이었다. 크지도 작지도 않고, 빠르지도 느리지 않고, 가족이 타기에도 운전자가 몰기에도 크게 부족하지 않은 차. 글로벌 누적 판매 1000만대를 넘어설 수 있었던 것도 이런 폭넓은 쓰임새가 한몫했다.
그런데 현대차 5세대 '디 올 뉴 투싼(The all-new TUCSON)'은 그 익숙한 공식을 크게 흔들었다. 차체는 한층 커졌고 디자인에서는 이전 세대의 흔적을 지웠다. 실내에 앉으면 준중형이라는 말보다 한 체급 위 SUV라는 인상이 먼저 든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차가 커지고 편안해질수록 투싼이 갖고 있던 가볍고 다루기 쉬운 감각은 옅어질 수 있다. 반대로 그 변화를 제대로 다듬었다면 5세대 투싼은 그저 몸집만 키운 투싼이 아니라 더 넓은 역할을 맡는 차가 된다.

디 올 뉴 투싼은 주행 성능과 효율, 안전뿐 아니라 과감한 디자인 구현에도 다양한 최신 기술을 적용해 차량 전반의 완성도를 높이고 글로벌 최고 수준의 상품성을 구현했다. ⓒ 현대자동차
5세대 투싼은 커진 만큼 더 좋아졌을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카페 대피(경기도 김포)에서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까지 약 45㎞를 시승했다. 일반도로와 고속도로, 자동차전용도로가 섞인 코스를 약 55분간 1.6 터보 가솔린 모델로 달렸다.
◆익숙한 모습 걷어낸 외관…넓어진 공간·정돈된 실내
첫인상부터 이전 투싼과는 상당히 멀어졌다. 개인적인 취향만 놓고 보면 첫눈에 마음을 빼앗긴 디자인은 아니었다. 다만 좋고 싫고를 떠나 변화의 폭은 분명했다. 엠블럼과 차명을 가린다면 이전 투싼의 후속 모델이라고 바로 떠올리기 쉽지 않을 정도다.
현대차의 디자인 언어 '아트 오브 스틸(Art of Steel)'을 적용하면서 길게 뻗은 후드와 크게 부풀린 펜더가 차체의 존재감을 키웠다. 전장은 4700㎜, 전폭 1905㎜, 전고 1685㎜, 휠베이스 2785㎜다. 이전보다 각각 60㎜, 40㎜, 20㎜, 30㎜ 늘었다.
숫자를 모르고 봐도 차가 커졌다는 느낌은 확실하다. 후드와 펜더의 볼륨 때문에 눈으로 느껴지는 덩치는 제원 증가 폭보다 더 크게 다가온다. 이전 투싼에서 느껴졌던 날렵한 준중형 SUV의 인상보다 넓고 묵직한 차체가 먼저 보인다.

전면부에는 길고 넓게 뻗은 클램쉘(Clamshell) 타입 후드를 적용해 강인한 인상을 강조했다. = 노병우 기자
그 변화는 차 문을 열었을 때 더 크게 체감됐다. 운전석에 앉자 가장 먼저 느껴진 건 공간이었다. 좌우 여유가 충분했고 동승석까지 거리가 넉넉해졌다. 전면 시야도 답답하지 않았다. '투싼이 원래 이렇게 넓었나'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실내 디자인은 외관과 반대로 상당히 차분해졌다. 복잡한 조형을 줄이고 넓은 디스플레이와 수평적인 구성을 중심으로 정리했다. 화려한 장식으로 고급감을 강조하기보다 필요한 요소를 깔끔하게 배치해 세련된 분위기를 만들었다.
스티어링 휠 너머에는 9.9인치 슬림 디스플레이가 자리한다. 속도와 주행 가능 거리, 경로 안내 등 필요한 정보를 운전자의 시선 앞에서 확인할 수 있다. 크기를 줄인 덕분에 시야를 크게 가리지 않으면서도 실내의 간결한 분위기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차체를 키우고 외관의 존재감은 강하게 만들었지만 실내에서는 오히려 힘을 뺐다. 그래서 시각적인 부담도 적었다. 외관이 '새로운 투싼'을 강하게 주장한다면 실내는 한결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측면에는 풍부한 볼륨과 선명한 캐릭터 라인을 갖춘 사이드 아우터를 적용해 역동적인 이미지를 완성했다. = 노병우 기자
생성형 AI 에이전트 '글레오 AI'도 실제로 사용해보니 인상이 좋았다. 평소 대화하듯 말을 걸어도 질문의 의도를 비교적 자연스럽게 알아들었고 앞서 주고받은 이야기를 이어가는 흐름도 매끄러웠다. 대형 언어 모델(LLM)을 기반으로 자연어와 앞선 대화의 맥락을 인식한다는 설명이 실제 사용감과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
◆천천히 달릴수록 매끄럽게…깊은 가속·소음은 아쉬움
그렇다면 달릴 때는 어떨까. 시승 모델은 1.6ℓ 터보 가솔린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됐다. 최고출력은 193PS로 이전보다 13PS 높아졌다.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특별히 힘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주지 않는다. 가속페달을 천천히 밟아 속도를 올리면 차가 부드럽게 따라온다. 변속도 크게 의식되지 않고 속도가 어느 정도 붙은 뒤 추가로 가속할 때도 힘을 자연스럽게 이어간다. 일정한 흐름으로 달리는 상황에서는 커진 차체가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다.
하지만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엔진 회전수가 올라가면서 엔진음은 빠르게 커지는데 실제 차가 앞으로 치고 나가는 감각은 그 소리보다 한 박자 늦었다. 엔진은 충분히 힘을 쓰는 듯한 소리를 내지만 몸으로 느끼는 가속은 기대만큼 즉각적이지 않았다.

현대차는 디 올 뉴 투싼의 과감한 디자인을 양산차에서도 완성도 높게 구현하기 위해 개발 초기부터 디자인, 설계, 차체 성형 기술 부문 간 협업을 강화했다. = 노병우 기자
힘이 없다는 표현과는 조금 다르다. 속도는 결국 올라간다. 다만 깊은 가속에서 엔진이 힘을 쓰는 과정이 청각적으로 먼저 드러나고 차체가 뒤따라오는 듯했다. 이전보다 커진 차체가 순간적으로 의식되는 부분이었다.
반대로 속도를 급하게 끌어올릴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는 이런 단점이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천천히 가속하거나 이미 탄력을 받은 상태에서 추가로 속도를 높일 때는 훨씬 매끄러웠다.
결국 1.6 터보 가솔린과 신형 투싼의 궁합은 '강하게 치고 나가는 경쾌함'보다 '부드럽게 속도를 이어가는 것'에 더 잘 맞았다.
좋은 인상을 남긴 건 핸들링이었다. 커진 차체를 의식해야 하는 순간이 많지 않았다. 굽은 구간에서 스티어링 휠을 돌리면 차 앞머리가 원하는 방향을 정확하게 따라왔고 차체가 한쪽으로 과하게 기울거나 뒤늦게 따라오는 느낌도 적었다. 운전대를 통해 차의 덩치를 억지로 감춰놓은 가벼움도 아니었다. 조향에 맞춰 차체가 차분하게 움직이는 쪽에 가까웠다.

디 올 뉴 투싼은 확대된 실내 및 적재 공간과 가족 구성원을 고려한 편의사양, 한층 개선된 승차감과 정숙성으로 가족 모두에게 편안하고 안정적인 이동 경험을 제공한다. = 노병우 기자
현대차는 신형 투싼의 전륜 차체와 스트럿 연결부 강성을 높이고 후륜 크로스멤버에 스테이를 추가했다. 차체 비틀림 강성은 기존보다 20.7%, 굽힘 강성은 34.5% 높였다. 이런 수치를 모르고 운전해도 차체가 예상보다 단단하게 정돈돼 있다는 감각은 전해졌다. 덩치는 커졌지만 코너에서 부담까지 함께 커지지는 않았다.
승차감도 괜찮았다. 노면의 잔잔한 요철을 부드럽게 넘겼고 차체가 위아래로 움직인 뒤 불필요한 출렁임도 비교적 빠르게 정리됐다. 충격을 단단하게 잘라내는 방식보다는 모서리를 둥글게 다듬어 탑승자에게 전달하는 느낌이다. 신형 투싼에는 리바운드 영역의 튜닝 자유도를 키운 새로운 쇽업소버가 적용됐다. 현대차 역시 개발 과정에서 패밀리 SUV에 맞는 편안한 승차감을 주요 목표로 잡았다.
다만 좋은 승차감이 그대로 '편안한 주행'으로 이어졌느냐고 묻는다면 조금 망설여진다. 이유는 소음이다. 주행 중 풍절음과 노면소음이 생각보다 꾸준하게 실내로 들어왔다. 특히 속도가 올라갈수록 노면과 바깥에서 발생하는 소리가 존재감을 보였다.

현대차는 투싼에 자사 SUV 최초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플레오스 커넥트(Pleos Connect)'를 적용했다. = 노병우 기자
차체는 충격을 부드럽게 걸러내는데 귀로 들어오는 정보는 그만큼 차분하지 않았다. 몸으로 느끼는 승차감과 귀로 느끼는 정숙성이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순간이 있었다.
물론, 현대차는 1열에 적용했던 차음 글라스를 2열 측면까지 확대하고 1열 측면 유리 두께를 기존 4㎜에서 5㎜로 늘리는 등 정숙성 개선에도 공을 들였다. 엔진룸과 실내 사이 흡차음재 적용 역시 확대했다.
그럼에도 이번 가솔린 모델 시승에서 정숙성이 승차감만큼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5세대 투싼에서는 '승차감이 좋다'와 '조용하다'를 같은 의미로 묶기 어려웠다. 차체 움직임은 분명 편안해졌지만 풍절음과 노면소음이 그 장점을 조금 희석했다.
시승을 마치고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 도착했을 때 첫 질문이었던 '5세대 투싼은 커진 만큼 더 좋아졌을까'에 대한 답은 어느 정도 정리됐다.

현대차는 디 올 뉴 투싼의 커진 차체에서도 안정적인 주행 성능과 편안한 승차감을 구현하기 위해 차체와 서스펜션 주요 구조를 개선했다. ⓒ 현대자동차
5세대 투싼은 분명 커진 만큼 얻은 게 많다. 공간은 한층 여유로워졌고 승차감과 핸들링도 커진 차체를 부담스럽지 않게 다듬었다. 다만 깊은 가속에서 느껴지는 한 박자 늦은 반응과 풍절음·노면소음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도 이번 변화에서 더 중요한 건 투싼이 무엇을 잘하느냐보다 어떤 차가 되려 했느냐다. 이전 투싼이 다루기 쉬운 준중형 SUV 안에서 균형을 찾았다면 5세대는 그 경계를 밀어냈다.
처음 마주했을 때 들었던 생각은 '이게 정말 투싼인가'였다. 45㎞를 달린 뒤에도 그 생각은 남았다. 다만 시승 전의 낯섦과는 의미가 달라졌다. 5세대 투싼은 투싼답지 않아서 낯선 차가 아니라, 우리가 알고 있던 '투싼다움'의 범위를 넓힌 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