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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법률 가이드] 직무발명보상규정, 만들어두는 것만으로 충분할까?

 

서지원 법무법인 디엘지 변호사 | jiwon.suh@dlglaw.co.kr | 2026.10.12 10:48:40
[프라임경제] 기술 기반 기업에서 핵심 자산은 사람과 기술이다. 연구개발 인력이 새로운 기술을 만들고, 회사가 이를 특허로 출원하거나 사업화하는 과정은 기업의 성장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반복된다. 이 때문에 많은 회사가 입사 단계에서 발명에 관한 권리를 회사가 승계하도록 정하거나 별도의 직무발명보상규정을 마련해 둔다.

문제는 규정을 만들어 두었다는 사실만으로 직무발명과 관련한 법적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어떤 내용으로 규정을 만들었는지, 실제로 그 규정에 따라 보상 절차를 운영했는지가 수년 뒤 직무발명보상금 분쟁에서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다.

최근 특허법원은 건강기능식품으로 상업화된 직무발명을 둘러싼 사건에서, 회사가 연구원에게 약 15억 6천만 원의 직무발명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에서는 직무발명보상규정의 의미와 소멸시효, 기술이전으로 회사가 얻은 이익, 발명자와 회사의 공헌도, 공동발명자 사이의 기여율 등이 폭넓게 문제 되었다.

■ '인센티브 규정'도 직무발명보상규정이 될 수 있다

직무발명보상규정이라고 해서 반드시 문서 제목이 '직무발명보상규정'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에서 회사는 '연구개발 인센티브 제도'가 경영상 필요에 따라 재량적으로 지급하는 포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명칭보다 규정의 실질적인 내용을 살펴보았다.

해당 규정은 연구개발의 동기 부여와 기술경쟁력 제고를 목적으로 하고 있었고, 기술이전 과제에 대한 인센티브 지급 내용도 포함하고 있었다. 

법원은 이러한 내용이 직무발명 보상제도의 취지와 맞닿아 있고, 회사 스스로 과거 외부기관에 해당 규정을 직무발명보상규정으로 제출한 사정 등을 종합해 이를 직무발명에 관한 근무규정으로 판단했다.

다수의 기업들에서도 '성과급', 'R&D 인센티브', '특허 포상금' 등의 이름으로 여러 보상제도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특허 출원이나 등록, 기술이전, 라이선스 수익 등을 기준으로 연구자에게 금전을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다면, 그 규정이 실질적으로 직무발명보상규정으로 해석될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따라서 연구개발 인센티브와 직무발명보상을 별도로 운영하려는 경우에는 두 제도의 목적과 지급요건, 산정방식, 절차를 명확히 구분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 보상 절차를 정했다면 실제로 운영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 중요한 쟁점 중 하나는 소멸시효였다.

일반적으로 직무발명보상금 청구권은 회사가 종업원의 직무발명에 관한 권리를 승계한 시점에 발생한다. 다만 직무발명보상규정에서 별도의 지급요건이나 지급절차를 두어 지급시기를 정한 경우에는 달리 볼 수 있다.

해당 회사의 규정은 기술이전 과제에 대한 인센티브를 지급하기 위해 심의위원회를 열고, 대상자와 기여 정도를 심의한 뒤 금액을 정하도록 하고 있었다. 그런데 회사는 해당 직무발명에 관해 이러한 심의위원회를 개최하지 않았다.

법원은 회사가 스스로 마련한 보상절차를 진행하지 않은 이상, 연구원에게는 보상금 청구권을 행사하는 데 법률상 장애가 있었다고 보았다. 그 결과 회사가 주장한 소멸시효 완성도 인정되지 않았다.

따라서 보상절차를 상세히 정하는 것 자체는 바람직하지만, 규정만 만들어 놓고 실제 심의나 지급 절차를 진행하지 않으면 오히려 장기간 법적 불확실성이 이어질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특히 '사업화 후 심의', '기술이전 후 위원회 결정', '일정한 수익 발생 시 보상'과 같이 장래의 절차나 사건을 지급 조건으로 두는 경우에는 그 조건이 충족되었는지를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할 것이다.

■ 기술이전 수익이 크다면 보상금도 커질 수 있다

직무발명보상금은 반드시 특허 출원이나 등록 당시의 소액 포상금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직무발명을 회사가 실제 사업화하거나 제3자에게 실시하게 하면서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면, 그 이익이 보상금 산정 과정에서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회사는 제3자와 기술이전계약을 체결하고 제품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기술료로 지급받았다. 법원은 회사가 이미 받은 기술료뿐 아니라 특허권 존속기간이 끝날 때까지 합리적으로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술료까지 고려해 회사가 얻을 이익을 산정했다. 

장래 기술료를 계산하는 과정에서도, 법원은 가장 최근 실제 지급된 기술료를 기준으로 남은 기간의 예상 수익을 추산하는 방식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 기술이전계약에서는 '무엇에 대한 대가인지'를 나눠야 한다

이번 판결에서 기술기업이 특히 주목할 부분은 기술이전계약의 대가 구조다.

해당 계약에는 특허권의 실시뿐 아니라 균주의 사용, 상표권 사용, 노하우와 실험자료 제공 등이 함께 포함돼 있었고, 상대방은 이를 모두 사용하는 대가로 제품 매출액의 5%를 기술료로 지급했다. 그러나 계약서에는 전체 기술료 중 각각의 권리에 대한 대가가 얼마인지는 정해져 있지 않았다.

이에 법원은 계약의 목적과 실제 활용 내역을 바탕으로 전체 기술료를 나누어 판단했다. 특허발명의 실시료 40%, 균주의 사용대가 40%, 상표권 사용료 10%, 노하우와 실험자료 제공 대가 10%로 평가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스타트업의 라이선스나 기술이전계약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하나의 계약에 특허, 소프트웨어, 데이터, 노하우, 상표 등 여러 자산이 함께 포함되면서 이를 통틀어 하나의 로열티로 정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계약 체결 당시에는 전체 대가만 정해도 거래 진행에 문제가 없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후 직무발명보상금, 세금, 계약 종료 후 권리관계 등을 판단할 때는 해당 로열티가 정확히 어떤 권리의 대가인지가 중요한 문제가 된다.

따라서 복수의 기술자산을 함께 이전하는 경우에는, 각 권리나 자산의 대가 구조를 가능한 한 계약서에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좋을 것으로 판단된다.

■ 회사의 사업화 노력도 보상금 산정에 반영된다.

회사에 큰 수익이 발생했다고 해서 그 이익 전체가 곧바로 발명자의 몫이 되는 것은 아니다. 발명의 완성과 사업화 과정에서 회사와 연구자가 각각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가 별도로 고려된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연구원이 연구 방향을 조정하고 개발팀을 이끌며 직무발명을 완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동시에 회사가 연구원 입사 전부터 관련 연구를 장기간 진행해 왔고, 연구개발 조직과 설비를 제공했으며, 발명 완성 이후에도 대량생산 기술 확보, 인허가, 제품화, 기술이전 등에 상당한 투자와 노력을 기울인 점도 중요하게 보았다.

그 결과 법원은 발명자의 공헌도를 10%로 인정했다.

특히 바이오, 의료기기, AI와 같은 딥테크 분야에서는 발명이 완성된 뒤에도 실제 제품이나 서비스로 연결되기까지 상당한 추가 개발과 검증, 인허가, 생산체계 구축, 영업활동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회사의 후속 투자와 사업화 노력도 보상금 산정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회사는 연구개발 단계뿐 아니라 발명 이후의 추가 연구, 제품화, 양산, 인허가, 사업화 과정을 체계적으로 기록해 둘 필요가 있다.

■ 직무발명보상규정은 '작성'보다 '운영'이 중요하다

직무발명보상제도는 단순히 연구자에게 보너스를 지급하는 제도가 아니다. 회사가 종업원의 발명에 관한 권리를 승계하고 이를 사업의 핵심 자산으로 활용하는 대신, 그 발명으로 얻는 이익과 당사자의 기여 등을 고려해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제도다.

기술이 회사 가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스타트업이라면 직무발명 문제를 회사가 성장한 이후에 정리하려 해서는 곤란하다. 기술이전이나 대규모 라이선스 계약이 성사된 뒤 과거의 발명자를 다시 확인하고 보상기준을 정하려 하면 회사와 연구자가 서로 다른 기준을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특허법원 판결에서도 수년 전 만들어진 내부 규정과 연구개발 자료, 기술이전계약, 제품 사업화 과정이 모두 직무발명보상금 산정의 근거로 활용되었고, 최종적으로 약 15억 6천만 원의 보상금이 인정되었다.

초기 기술기업이라면 연구개발 초기부터 직무발명의 신고와 권리승계, 보상기준과 지급시기, 심의절차를 명확하게 정해 둘 필요가 있다. 그리고 기술이전이나 사업화가 이루어진 경우에는 규정에 따른 보상절차가 실제로 진행되고 있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직무발명보상규정을 만들어 두는 데 그치지 않고, 회사의 연구개발과 특허관리, 기술이전 프로세스 안에서 실제로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직무발명보상규정은 분쟁이 발생한 뒤에 비로소 확인하는 규정이 아니라, 기술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회사와 연구자 사이의 권리관계를 미리 정리하는 장치로 활용해야 한다.

서지원 법무법인 디엘지 변호사 / 고려대학교 약학과 졸업 /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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