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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현대차 5세대 투싼, 과감함·편안함 함께 잡은 기술

성형 검증 3~5배 늘려 디자인 구현…245PS 하이브리드·커진 차체에도 비용·중량 억제

노병우 기자 | rbu@newsprime.co.kr | 2026.10.09 10:23:33
[프라임경제] 글로벌 누적 판매 1000만대. 현대자동차(005380) 투싼이 가진 숫자는 강점인 동시에 5세대 개발의 제약이었다. 전 세계에서 폭넓은 고객층을 확보한 만큼 어느 한쪽의 성능이나 취향에 치우쳐 기존 공식을 크게 흔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지난 7일부터 이틀간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공개한 5세대 완전변경 모델인 '디 올 뉴 투싼(The all-new TUCSON)'의 기술을 들여다보면 변화의 방식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신형 투싼은 차체를 키우고 디자인을 더 과감하게 가져갔다. 하이브리드 출력도 높였다. 그러면서 중량과 생산비 증가는 억제했고 승차감은 기존보다 편안하게 조율했다. 새로운 기능을 모두 집어넣기보다 가격과 고객 수요를 고려해 V2L은 제외했다.

5세대의 방향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한쪽을 얻기 위해 다른 한쪽을 포기하는 폭을 줄이는 작업'이다.

디 올 뉴 투싼 테크·익스피리언스 데이에서 현대차 현대외장디자인1팀 최태욱 책임연구원이 발표하는 모습. ⓒ 현대자동차


최상인 현대차 MLV프로젝트1팀 책임연구원이 제시한 지난 22년간의 판매 데이터도 이런 방향을 뒷받침한다. 투싼 고객은 연비와 주행의 즐거움, SUV의 견고함과 일상 편의성까지 함께 추구했다. 최 책임연구원은 투싼 고객이 "다방면의 가치를 추구한다"고 짚었다. 이에 맞춰 신형 투싼을 "모든 면에서 타협 없는 완성도 높은 준중형 SUV"로 개발했다는 설명이다.

이번 테크·익스피리언스 데이(The all-new TUCSON Tech·Experience Day)에서 현대차는 개발 콘셉트와 디자인, 차체 성형 기술, 파워트레인, 패밀리카 상품성, 안전 성능을 각각 나눠 공개했다. 그러나 실제 개발 과정에서는 각 영역이 따로 움직이지 않았다. 디자인을 과감하게 만들수록 양산 난도는 높아지고 차체를 키우면 중량 부담이 커진다. 성능과 편의 기능을 늘리면 가격과 효율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디자인 확장·중량 억제…양산 부담까지 낮춰

가장 선명한 사례는 외관이다. 5세대 투싼에는 현대차 디자인 언어 '아트 오브 스틸(Art of Steel)'이 적용됐다. 후드는 더 길고 입체적으로 만들었고 리어 펜더의 볼륨도 키웠다. 후드 양쪽 볼륨은 기존보다 50%, 전체 길이는 15% 늘렸다. 리어 펜더 볼륨 역시 20% 확대했다. 

디 올 뉴 투싼 테크·익스피리언스 데이에서 현대차 성형검증선행생기팀 최수영 책임매니저가 발표하는 모습. ⓒ 현대자동차


디자인의 변화는 곧 철판을 이전보다 더 넓고 깊게 성형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철판을 깊게 당기면 크랙 위험이 커지고 반대로 소재가 한쪽으로 몰리면 주름이 발생한다. 양산성에 맞춰 형상을 단순화하면 처음 의도한 디자인이 흐려질 수 있다.

최수영 현대차 성형검증선행생기팀 책임매니저는 성형기술을 "디자이너의 의도를 실제 양산할 수 있도록 개발하는 역할"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디자인 과정에서 만들어진 모든 형상을 그대로 생산하기는 어렵지만 성형성에 맞춰 디자인을 단순화하면 당초 의도했던 콘셉트에서 크게 벗어날 수 있다"고 짚었다. 

이 때문에 신형 투싼은 개발 초기부터 디자인과 성형기술이 함께 형상을 검토했고 크랙과 굴곡 가능성을 사전에 해석했다. 성형해석으로 철판 성형성을 최대 95%까지 예측하면서 초기 디자인을 양산 단계까지 유지했다는 게 최 책임매니저의 설명이다. 

검증량도 크게 늘었다. 디 올 뉴 투싼은 다른 차종보다 최소 3배 이상의 성형 해석과 검증을 진행했다. 사이드 아우터는 약 3배, 후드는 약 5배까지 횟수를 늘렸다. 난도는 실제 수치에서도 드러난다. 리어 펜더의 성형 깊이는 기존 40㎜에서 71㎜로 늘었고 성형 각도는 약 13도 더 가팔라졌다.

디 올 뉴 투싼 주행 사진. ⓒ 현대자동차


홍규선 현대차 현대성형개발1팀 책임매니저에 따르면 초기 성형해석에서는 돌출부에 인장력이 몰리며 크랙이 발생했고, 급격한 스킨 단차로 주름까지 동시에 나타났다. 현대차는 철판을 여러 방향으로 당기는 다방향 인장제어 기술과 형상을 단계적으로 만드는 다단성형 공법으로 두 문제를 함께 줄였다. 

개발 단계에서 늘어난 부담을 양산 이후 비용으로 넘기지 않은 것도 눈에 띈다. 현대차는 통상 약 3개월인 사전 검토·검증 기간을 투싼에서는 약 5개월로 늘렸다고 했다. 기존보다 3~5배 많은 사전 검증을 거쳤지만 현물을 완성한 뒤 생산비 증가는 거의 없었다는 설명이다.

복잡한 형상을 별도 가니시나 추가 부품으로 처리하지 않고 차체 패널 자체로 구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개발 초기에 더 많은 시간과 검증을 투입해 디자인을 살리는 대신 양산 단계의 부품·재료비 부담을 줄이는 방식을 택했다. 

커진 차체에는 중량이라는 또 다른 숙제가 따라붙었다. 5세대 투싼은 전장 60㎜, 전폭 40㎜, 전고 20㎜, 휠베이스 30㎜가 늘었다.

디 올 뉴 투싼 테크·익스피리언스 데이에 전시된 디 올 뉴 투싼 사이드 아우터 패널. ⓒ 현대자동차


김한수 현대차 MLV프로젝트1팀 연구원은 최대 1760MPa 초고장력강을 확대 적용하면서 차체 평균 인장강도를 이전보다 약 9.7% 높였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도 주요 경쟁 모델보다 차체 중량을 약 20㎏ 가볍게 만들었다. 비틀림 강성은 기존보다 20.7%, 굽힘 강성은 34.5% 높아졌다. 차체 크기와 강성을 함께 키우면서 무게 증가 폭은 억제한 것이다. 

◆출력·효율 함께 높여…패밀리 SUV 성격 강화

파워트레인에서도 한쪽 성능만 끌어올리지는 않았다. 1.6 터보 하이브리드는 현대차그룹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해 시스템 최고출력을 기존보다 10PS 높은 245PS로 높였다. 복합연비도 기존 대비 약 7% 개선된 17.4㎞/ℓ를 확보했다.

김영진 현대차 전동화프로젝트2팀 책임연구원은 차세대 하이브리드의 핵심을 P1·P2 두 개의 모터와 고전압 배터리에서 찾았다. 

디 올 뉴 투싼 테크·익스피리언스 데이에 전시된 디 올 뉴 투싼 후드, 4세대 투싼 후드(왼쪽부터). ⓒ 현대자동차


P1 모터는 기존 P0와 달리 엔진에 직접 연결돼 더 넓은 운전 영역에서 힘을 보태고, P2 모터는 엔진이 효율이 높은 영역에서 작동하도록 구동력 배분을 돕는다. 김 책임연구원은 "이를 통해 패키징과 동력 성능, 연비를 함께 개선했다"고 말했다. 

효율 개선은 동력계에만 맡기지 않았다. 김 책임연구원은 "동력을 만들어내는 과정뿐 아니라 가속과 감속을 반복하면서 에너지를 사용하고 회수하는 과정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회생제동 범위를 ABS 작동 직전까지 넓히고 관성 주행 안내를 적용해 불필요한 가속을 줄였다. 공력도 함께 손봤다. 액티브 에어 플랩과 리어 스포일러, 17인치 공력 휠 등을 적용해 공기저항계수(Cd)는 기존 0.33에서 0.30으로 낮아졌다. 

반대로 전동화 기능을 모두 넣지는 않았다. 대표적인 것이 V2L이다. 현대차는 V2L이 기술적으로 적용할 수 없는 기능은 아니라고 했다. 가격 상승과 소비자 분석을 고려해 우선순위를 조정했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모든 사양을 다 적용하면 차가 좋아지는 것은 분명하지만 타깃에 맞춰 최적 가격을 구현하려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V2L은 우선순위가 밀렸다"고 했다.

디 올 뉴 투싼 테크·익스피리언스 데이에 전시된 안전 및 주행 성능 관련 전시물. ⓒ 현대자동차


대신 정차 중 엔진을 구동하지 않고 공조와 전장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스테이 모드를 넣었다. 전동화 기능의 숫자보다 가격과 실제 사용성을 함께 따진 선택으로 볼 수 있다. 

5세대 투싼의 성격 변화는 공간과 섀시에서 더 뚜렷하다. 외관은 박시한 비례와 볼륨을 강조해 한층 러기드해졌지만 주행은 오히려 편안함을 키웠다. 구영우 현대차 총합시험팀 책임연구원이 제시한 목표도 명확했다. "기존 준중형 SUV 역할을 넘어 패밀리 SUV로서의 가치를 극대화했다"는 것이다. 구 책임연구원이 꼽은 핵심은 차급을 뛰어넘는 편안하고 안정적인 주행감각 그리고 탑승객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정숙성이었다. 

커진 차체는 2열과 적재공간으로 이어졌다. 2열 레그룸은 14㎜, 헤드룸은 29㎜ 넓어졌고 가솔린 모델 기준 트렁크는 기존 622ℓ에서 645ℓ로 늘었다. 2열 도어는 최대 83도까지 열리도록 해 카시트 이용이나 부피가 큰 짐을 싣고 내릴 때 편의성도 높였다. 

승차감과 정숙성을 위한 변화도 폭넓다. 전륜 스트럿 연결부와 후륜 구조 강성을 보강하고 신형 쇽업소버 밸브를 적용했다. 1열에만 적용했던 차음 글라스는 2열까지 확대했고 1열 측면 유리 두께는 1㎜ 늘렸다. 엔진룸과 실내 사이 대시 아이소 패드의 차음층 면적도 약 51% 넓혔다. 

디 올 뉴 투싼 테크·익스피리언스 데이에서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 현대자동차


트랜스미션 마운트에는 현대차 최초로 듀얼 스토퍼 구조를 적용했다. 가솔린 모델의 시동 진동과 하이브리드 모델에서 엔진·모터가 전환될 때 발생하는 진동을 줄이기 위한 장치다. 

질의응답에서는 현대차가 의도한 주행 성격이 더 분명하게 드러났다. 현대차는 "개발 콘셉트가 러기드한 디자인에 굉장히 컴포트하고 편안한 주행 감각을 구현하는 것이었다"며 "기존에는 조금 더 날쌔고 날렵한 C-SUV 느낌이었다면 신형은 커진 차체와 한 체급 높은 차를 타는 느낌을 주기 위해 컴포트를 극대화했다"고 설명했다. 4세대의 편안함을 5.5로 본다면 신형은 6.5~7 정도로 조율했다는 표현도 덧붙였다.

5세대 투싼의 변화를 관통하는 건 신기술의 개수가 아니다. 무엇을 강화하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부담을 어디에서 줄였느냐가 더 중요하다.

과감한 디자인을 위해 성형 검증은 크게 늘렸지만 양산비 상승은 억제했다. 차체와 공간을 키우면서 중량 부담을 낮췄다. 하이브리드는 출력과 연비를 높였지만 가격 부담이 커지는 일부 기능은 덜어냈다. 외관은 강인하게 바뀌었지만 주행 감각은 가족용 SUV에 맞춰 더 편안하게 조율했다.

글로벌 누적 판매 1000만대를 넘어선 모델일수록 한쪽으로 크게 기울기 어렵다. 다양한 지역과 고객이 원하는 가치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5세대 투싼에서 현대차가 택한 방향은 더 과감해졌지만 만들기 어렵고 비싼 차가 되지 않게, 더 커지고 강해졌지만 무겁고 거친 차가 되지 않게 하는 데 있다. 이번 테크데이에서 공개된 기술들의 공통점도 결국 서로 충돌하는 요구를 한 대의 차 안에서 얼마나 함께 풀어냈느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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