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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락 재구성] 람보르기니가 한국서 보여준 큰 그림

본사 핵심 경영진 방한·국내 첫 브랜드 행사…판매 실적 넘어 고객 경험 강조

노병우 기자 | rbu@newsprime.co.kr | 2026.10.08 20:03:39
[프라임경제] 8일 람보르기니가 한국에 가져온 것은 신차 두 대뿐이 아니었다. 수십 년 전 슈퍼카부터 최신 하이브리드 모델까지 한자리에 세웠고, 본사 디자인 책임자가 직접 그림을 그리는 자리도 마련했다. 고객이 원하는 색상과 소재로 자신만의 차를 만드는 개인화 프로그램까지 소개했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본사 핵심 경영진도 대거 한국을 찾았다.

신차 발표회라기에는 보여주는 것이 많았다. 람보르기니가 한국에서 처음 개최한 브랜드 행사에는 과거와 현재의 자동차, 앞으로의 기술 방향, 고객과의 관계를 강화하려는 구상이 함께 담겼다.

이탈리아 슈퍼카 브랜드가 한국에 이 정도의 공을 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출발점에는 달라진 한국 시장의 위상이 있다. 하지만 이번 행사의 의미를 판매 실적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람보르기니가 준비한 내용이 훨씬 폭넓었다.

오토모빌리 람보르기니 코리아는 8일 서울에서 '람보르기니 데이 코리아 2026(Lamborghini Day Korea 2026)'을 개최했다. 국내에서 처음 열린 람보르기니 데이에는 스테판 윙켈만(Stephan Winkelmann) 회장 겸 CEO를 비롯해 페데리코 포스키니(Federico Foschini) 최고 마케팅 및 세일즈 책임자, 페르민 소네이라(Fermín Soneira) 최고 기술 책임자, 밋챠 보커트(Mitja Borkert) 디자인 디렉터 등이 참석했다.

오토모빌리 람보르기니 회장 겸 CEO 스테판 윙켈만. ⓒ 오토모빌리 람보르기니 코리아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본사 임원들에 프란체스코 스카르다오니(Francesco Scardaoni)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까지 합류했다. 판매뿐 아니라 기술과 디자인, 브랜드 운영을 책임지는 인사들이 함께 한국을 찾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람보르기니가 이번 행사에서 강조한 한국의 성적표는 분명하다. 한국은 2026년 상반기 차량 인도량 기준 아시아·태평양 2위, 전 세계 6위 시장이다. 폭스바겐그룹코리아 산하 람보르기니 수입 사업이 시작된 이후 국내 누적 3000번째 차량 인도도 이번 행사에서 기념했다.

대량 생산을 기반으로 판매 규모를 키우는 일반 자동차 브랜드와 달리 람보르기니는 상대적으로 제한된 고객층을 대상으로 사업을 운영한다. 이런 브랜드에 한국이 글로벌 판매 상위권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본사가 주요 제품을 소개하고 고객과 직접 소통할 만한 시장으로 한국을 평가할 근거가 생긴 것이다.

이날 윙켈만 회장은 한국을 아시아·태평양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 중 하나로 평가했다. 그는 국내 첫 람보르기니 데이 개최와 주요 신차의 아시아·태평양 최초 공개가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최신 모델인 우루스 SE 퍼포만테와 레부엘토 SV가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초로 공개됐다. ⓒ 오토모빌리 람보르기니 코리아

그렇다면 람보르기니는 한국 고객들에게 무엇을 보여주려 했을까. 행사장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우루스 SE 퍼포만테(Urus SE Performante)'와 '레부엘토 SV(Revuelto SV)'의 아시아·태평양 최초 공개였다. 두 모델은 람보르기니를 대표하는 서로 다른 영역에 속한다. 우루스 SE 퍼포만테는 슈퍼 SUV의 고성능 모델이고, 레부엘토 SV는 자연흡기 V12 엔진을 계승한 슈퍼 스포츠카다.

우루스 SE 퍼포만테는 4.0ℓ V8 트윈터보 엔진과 전기모터를 결합해 합산 최고출력 812마력을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3.3초가 걸리고 최고속도는 시속 312㎞다.

레부엘토 SV는 더욱 극단적인 성능을 추구한다. V12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기반으로 합산 최고출력 1065마력을 발휘하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2.4초 만에 도달한다. 최고속도는 시속 345㎞ 이상이다. 람보르기니 창립 연도인 1963년을 기념해 전 세계 1963대만 생산한다.

두 차량을 나란히 공개한 장면은 현재 람보르기니의 제품 구성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SUV의 활용성과 고성능을 결합한 우루스, 브랜드를 상징하는 V12 엔진과 한정 생산의 가치를 앞세운 레부엘토 SV가 각각 다른 고객의 기대에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람보르기니를 대표하는 V12 모델인 쿤타치, 무르시엘라고 로드스터, 아벤타도르 SVJ도 함께 전시돼 람보르기니의 풍부한 V12 헤리티지와 세대를 거듭하며 진화해 온 고유의 DNA를 보여줬다. ⓒ 오토모빌리 람보르기니 코리아

이날 행사의 구성은 최신 제품 소개에서 끝나지 않았다. 람보르기니는 쿤타치(Countach)와 무르시엘라고 로드스터(Murciélago Roadster), 아벤타도르 SVJ(Aventador SVJ)도 전시했다. 모두 브랜드의 역사를 대표하는 V12 모델이다. 특히 쿤타치는 람보르기니 특유의 날카로운 디자인과 슈퍼카 이미지를 상징하는 차종으로 꼽힌다.

최신 하이브리드 슈퍼카 옆에 과거의 V12 모델을 배치한 것은 기술 변화 속에서도 브랜드가 무엇을 지켜왔는지 보여주는 구성이다. 현재 람보르기니는 우루스 SE와 레부엘토, 테메라리오를 중심으로 전 라인업의 하이브리드화를 마쳤다. 세 모델은 모두 전기모터를 활용하지만 내연기관 엔진도 유지한다. 레부엘토는 V12, 우루스 SE와 테메라리오는 V8 엔진을 사용한다.

전동화는 자동차 산업 전반의 흐름이지만 슈퍼카 브랜드에는 다른 고민도 따른다. 강력한 출력과 가속 성능을 확보하는 동시에 엔진의 존재감과 브랜드 고유의 주행 감성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람보르기니는 과거 V12 모델과 최신 하이브리드 차량을 함께 전시하며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는 과정에서도 오랜 시간 구축해 온 브랜드 이미지를 이어가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번 행사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부분은 자동차를 구매하는 과정과 소유한 이후의 경험이다. 람보르기니는 디자인 스튜디오를 마련하고 밋챠 보커트 디자인 디렉터가 직접 라이브 스케치를 선보였다. 고객 개인화 프로그램인 '애드 퍼스넘(Ad Personam)' 전시에서는 다양한 색상과 마감재를 소개했다.

오토모빌리 람보르기니 디자인 디렉터 밋챠 보커트가 라이브 스케치를 통해 람보르기니의 디자인 DNA를 생생하게 선보였다. = 노병우 기자

슈퍼카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차량의 성능이나 가격은 중요한 선택 기준이다. 하지만 같은 모델을 소유하더라도 자신의 취향을 얼마나 반영할 수 있는지 역시 고급 자동차 시장에서는 중요한 가치가 된다. 개인화 프로그램은 고객이 색상과 소재 등을 선택해 자신만의 차량을 구성하도록 하면서 구매 과정 자체를 브랜드 경험의 일부로 만든다.

디자인 책임자의 방한과 개인화 프로그램을 함께 준비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완성된 자동차뿐 아니라 그 자동차가 만들어지는 디자인 철학과 개인의 취향을 반영하는 과정까지 소개했기 때문이다. 판매 규모가 커진 한국 시장에서 고객과의 관계를 강화하려는 람보르기니의 방향을 엿볼 수 있다.

슈퍼카는 일반 승용차와 구매 주기나 고객층이 다르다. 브랜드의 역사와 디자인을 이해하고 특별한 행사에 참여하며 자신의 취향을 차량에 반영하는 과정도 고객 경험의 일부다. 이번 람보르기니 데이 코리아는 이런 요소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행사의 마지막에는 우루스 SE와 레부엘토 SV, 테메라리오가 함께 등장했다. 과거의 V12 모델로 시작해 최신 하이브리드 라인업으로 이어진 전시는 람보르기니가 지켜온 정체성과 앞으로의 기술 방향을 함께 보여줬다. 디자인과 개인화 프로그램까지 더해지면서 고객들은 자동차를 둘러싼 브랜드의 다양한 면모를 경험할 수 있었다.

람보르기니가 한국에서 준비한 행사의 규모와 구성은 달라진 한국 시장의 위상을 보여준다. 글로벌 판매 상위권에 오른 한국은 이제 본사 최고경영진이 직접 찾고 브랜드의 역사와 미래를 함께 소개하는 무대가 됐다. 신차 두 대가 이번 행사의 주인공이었다면, 그 신차를 둘러싼 역사와 기술, 고객 경험은 람보르기니가 한국에서 펼쳐 보인 더 큰 그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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