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내 사립 상급종합병원의 77%가 특정 도매업체 1곳으로부터 의료기기의 90% 이상을 공급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수관계에 있는 간접납품회사(간납사)가 공급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어 건강보험 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의료기기안전정보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사립 상급종합병원 35곳 중 27곳(77.1%)이 특정 도매업체 한 곳으로부터 의료기기의 90% 이상을 공급받았다.
이 가운데 17곳은 단일 업체의 공급 비중이 99%를 넘었다. 반면 국공립 상급종합병원 12곳 중 특정 업체의 공급 비중이 90% 이상인 곳은 없었다.
사립 상급종합병원의 공급 집중 현상은 매년 확대되고 있다. 2023년 24곳에서 2024년 25곳, 2025년 26곳, 올해 27곳으로 늘었다.
특히 병원·학교 측과 인맥·지분 관계로 연결된 간납사, 도매업체를 통한 거래도 확인됐다. 서울성모병원은 학교법인(가톨릭학원)이 대주주인 간납사 오페라살루따리스로부터 2023년 의료기기 공급액의 99.72%인 526억원, 2024년 99.43%, 695억원을 공급받았다. 지난해에는 99.24%인 480억원을 공급받았다. 해당 간납사는 지난해 학교법인 가톨릭학원에 90억원을 기부하고 명목상 대주주인 (주)평화드림에는 10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는게 감사보고서 내용이다.
최근 사회적 논란이 된 MBK파트너스가 소유한 지오영의 계열사 케어캠프도 작년 사립 상급종합병원 10곳에 의료기기의 90% 이상을 독접 납품했다. 2134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남 의원은 간납사가 의료기기를 저렴하게 구매해 병원에 비싸게 공급하고 그 차액을 배당이나 기부금 형태로 병원·학교법인 등에 돌려주는 구조를 문제 삼았다.
앞서 남 의원은 지난 7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도 의약품 간납사의 수익구조를 지적했다. 남 의원에 따르면 경희대병원에 의약품을 공급하는 간납사 팜로드의 공급 비중은 87%에 달한다. 팜로드는 의약품 공급업체인 백제약품과 백제인베스트먼트 등이 참여해 설립한 업체다. 경희대에 36억원을 배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남 의원은 한양대병원과 조선대병원 사례도 거론하며 간납사의 수익이 배당과 기부금 형태로 병원 측에 돌아가는 구조를 지적했다. 이어 "지분을 50% 미만으로 낮춘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라며 환자 본인부담금과 건강보험 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그런 피해를 줄이는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한다"며 "현재 간납사 실태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고 말씀 주신 사례들도 감안해서 대응방안을 마련해 보고드리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정 장관은 오는 12월까지 실태조사를 진행한 뒤 지분율 규제 외 추가 관리 방안을 검토해 내년 초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