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발전공기업 5사를 하나로 통합한 '㈜한국발전' 출범을 앞두고 충남이 통합본부 유치에 나선 가운데 보령시가 충남 본사 유치와 별개로 기존 한국중부발전 본사를 활용한 신재생에너지 핵심 기능 확보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전력 산하 발전공기업 5개사. ⓒ 프라임경제
통합본사를 충남으로 유치하는 데 도내 역량을 집중하는 동시에 보령에는 기존 발전산업 기반과 한국중부발전 본사를 활용한 재생에너지 사업 기능을 확보해 석탄화력 폐쇄 이후 지역경제의 연착륙을 뒷받침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보령·태안·당진 등 충남 내 발전소 소재 지역이 각각 통합본사 유치에 나설 경우 지역 간 경쟁으로 역량이 분산될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한 접근이다. 충남 전체가 통합본사를 유치하는 공동전선을 구축하고, 보령은 통합 이후 지역재생에너지 사업 등 실질적인 기능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엄승용 보령시장은 최근 주민들과의 대화에서 발전공기업 통합과 관련해 "발전사 통합본부를 보령으로 가져와야 한다는 생각으로 취임 전부터 발 빠르게 움직였다"며 "충남은 전국에서 화력발전소가 가장 밀집한 지역인 만큼 통합본부가 충남으로 와야 한다는 당위성을 먼저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엄 시장은 태안·보령·당진 등이 각각 통합본부 유치에 나설 경우 충남 내부의 역량이 분산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충남 차원의 공동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부는 한국남동발전·한국중부발전·한국서부발전·한국남부발전·한국동서발전 등 발전 5사를 통합해 2027년 10월1일 한국발전을 출범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통합법인은 약 53GW 규모의 발전설비를 갖추게 되며, 통합본사에는 기존 본사 인력 가운데 약 1800명이 배치될 예정이다. 통합본사는 재생에너지·정의로운전환·안전기술·기획관리 등 4개 본부를 중심으로 구성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 가운데 약 600명은 3~4개 지역재생에너지본부에 배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어 통합본사 입지와 함께 지역재생에너지본부의 소재지와 기능도 향후 유치 경쟁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보령시는 이 부분에서 기존 한국중부발전 본사를 비롯한 발전산업 인프라를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성태용 보령시의회 의장은 주민들과의 대화에서 "발전공기업 가운데 규모가 큰 곳이 한국중부발전이고, 보령에는 이미 중부발전 본사가 자리하고 있다"며 "중부발전 본사 건물과 기존 발전시설, 시가 보유한 여러 시설 등 이미 구축된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령만의 강점이 있다"고 밝혔다.
통합본사를 충남으로 유치한 이후 보령에 신재생에너지 관련 본부나 주요 기능을 배치할 경우 기존 발전산업 인력과 시설을 새로운 에너지산업으로 전환하는 기반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성 의장은 발전공기업 유치가 단순한 본사 건물 이전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보령은 기존 발전산업의 기반시설이 갖춰져 있고 북부권 산업단지 등 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 공간도 확보하고 있다"며 "발전산업의 변화 과정에서 신재생에너지와 관련된 기업들을 보령으로 유치한다면 청년 일자리 창출과 인구 증가로 연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령시가 주목하는 것은 석탄화력 중심의 기존 에너지산업을 재생에너지와 미래 에너지산업 중심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존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령에는 한국중부발전 본사와 대규모 발전시설, 관련 협력업체와 전문인력이 이미 집적돼 있다. 여기에 산업단지와 지역 내 기업 기반을 연계하면 발전소 폐쇄 이후 새로운 에너지산업을 유치할 수 있는 기반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논리다.
특히, 한국발전 통합 과정에서 재생에너지 확대와 석탄화력 폐지에 따른 정의로운 전환이 주요 기능으로 포함되는 만큼 보령이 에너지전환 사업의 지역 거점으로 역할을 맡을 경우 기존 발전산업 인력과 경험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이는 앞서 제기된 통합에 따른 '탈석탄 지역의 이중 충격'을 줄이기 위한 지역 차원의 대응과도 맞닿아 있다.
발전 5사가 통합되면서 본사 기능이 한 곳으로 집중될 경우 기존 본사 소재지에서는 인력과 협력업체, 소비 기반 등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특히 석탄화력 폐쇄가 진행되는 보령과 같은 지역은 발전소 폐쇄에 따른 충격에 본사 기능 축소가 더해질 경우 지역경제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따라서 통합본사 입지와 별개로 기존 발전소 소재 지역에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전환 관련 기능을 배치하는 것이 지역경제 충격을 완화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엄 시장도 이러한 점을 강조했다. 엄 시장은 "보령은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피해를 가장 많이 받는 지역 중 하나"라며 "통합본부가 보령에 오지 못하더라도 신재생에너지 사업본부 등 에너지 도시로서 보령의 정체성에 맞는 기능을 확실하게 챙기겠다"고 밝혔다. 보령의 인구와 정주 여건 개선 역시 에너지산업 전환과 함께 풀어야 할 과제로 제시됐다.
성 의장은 서울시와 보령시가 추진 중인 골드시티 사업 등을 통해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병원과 학교 등 생활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규모 에너지기업의 기능과 관련 기업을 유치하더라도 정주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청년층과 전문인력의 지역 정착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보령시가 구상하는 전략은 크게 두 갈래다. 첫째는 충남도와 보령·태안·당진 등 발전소 소재 지자체가 공동전선을 구축해 한국발전 통합본사를 충남으로 유치하는 것이다. 둘째는 통합 이후 한국발전이 추진할 지역재생에너지 사업과 정의로운 전환 기능 가운데 일부를 보령에 배치해 기존 한국중부발전 본사와 발전 인프라를 활용하는 것이다.
본사는 충남의 광역 에너지정책 거점으로, 보령은 에너지전환 사업의 현장 거점으로 역할을 분담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구상이 현실화될 경우 보령은 기존 석탄화력 중심의 발전도시에서 재생에너지와 미래 에너지산업을 연결하는 전환도시로 역할을 확대할 수 있다.
다만, 구체적인 통합본사 입지와 지역재생에너지본부의 배치 및 기능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정부는 통합본사 입지를 기존 전력공기업의 지역별 배치와 정의로운 전환에 미치는 영향, 정주·근무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정책과 연계해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결국 충남의 한국발전 유치전은 어느 한 지역이 본사를 가져가는 경쟁에서 벗어나 충남 전체가 통합법인의 에너지전환 기능을 어떻게 나눠 맡을 것인지로 논의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
충남이 통합본사를 유치하고 보령이 한국중부발전 본사를 기반으로 신재생에너지 관련 핵심 기능을 확보하는 구도가 마련된다면 본사 유치와 탈석탄 지역 지원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지역 모델이 될 수 있다.
한국발전 통합이 단순한 조직 재편을 넘어 에너지산업의 지역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충남과 보령이 기존 발전산업의 기반을 미래 에너지산업의 자산으로 어떻게 전환할지에 관심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