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사실 오늘이 출시 99일째입니다. 내일이 100일인데 벌써 1000만식을 팔았습니다."

채혜영 삼양식품 상품부문본부장이 짜르르의 출시 성과와 향후 우지 제품군 확대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김은수 기자
7일 서울 중구 삼양라운드스퀘어 본사에서 열린 삼양식품(003230) '짜르르' 미디어 시식회에서 채혜영 삼양식품 상품부문본부장은 짜르르의 출시 성과와 향후 우지 제품군 확대 계획을 공개했다.
지난 7월 시장에 나온 우지 짜장라면 '짜르르'는 출시 100일을 채우기도 전에 누적 판매량 1000만개를 넘어섰다. 출시 두 달 만에는 짜장라면 시장 점유율 2위에 올랐다. 신제품 출시가 많지 않은 짜장라면 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운 셈이다.
삼양식품은 이번 제품을 단순히 짜장라면 신제품 하나로 보지 않는다. 지난해 '삼양 1963'을 시작으로 우지를 활용한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향후 '우지'를 삼양식품만의 브랜드 자산으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매년 줄어드는 짜장라면 시장에 돌 던지고 싶었다"
삼양식품이 짜르르를 내놓은 배경에는 정체된 짜장라면 시장이 있다. 회사에 따르면 비국물 라면 시장 규모는 약 7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짜장라면이 약 40%를 차지한다. 짜장라면 시장만 놓고 보면 약 2600억원 규모다. 하지만 시장은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신제품이 활발하게 등장하는 시장도 아니다. 삼양식품은 오히려 이 지점에서 기회를 찾았다.
채 본부장은 "짜장라면은 오래된 시장이지만 그렇게 역동적이지 않고 신제품도 많이 나오지 않는 시장"이라며 "정체되고 잔잔한 시장이라도 확실한 차별화와 좋은 제품력이 있다면 돌을 던져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출시된 삼양식품 '짜르르'. = 김은수 기자
삼양식품 입장에서는 기존 장수 제품인 '짜짜로니'의 존재도 있었다. 짜장라면 제품을 오랫동안 판매해 온 만큼 새로운 제품으로 카테고리 내 경쟁력을 다시 끌어올릴 필요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제품 개발 과정에서는 소비자 불만부터 다시 들여다봤다. 삼양식품이 소비자 의견을 분석한 결과 '예전과 맛이 달라졌다'거나 단맛과 짠맛의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주요 불만으로 나타났다. 감칠맛과 면 식감, 적은 건더기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다.
채 본부장은 "짜장라면 소비자에게서 '옛날 그 맛이 아니다', '싱거워졌다', '맛이 변했다'는 의견을 많이 들었다"며 "이같은 소비자 목소리와 시장 상황을 바탕으로 짜르르를 출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짜장 맛집 100곳 돌고 450번 소스 실험
삼양식품이 짜르르에서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짜장 맛집에서 먹는 맛'을 라면으로 구현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전국 짜장 맛집 100여곳을 직접 방문했다. 볶음향과 소스 농도, 면의 굵기와 찰기, 소스가 배어드는 정도 등을 분석했다. 소스 개발에만 1년 반 이상이 걸렸다. 배합 실험은 450회 넘게 진행했다.
이병훈 삼양식품 연구소장은 "개발의 첫 질문은 '맛있는 짜장이란 무엇인가'였다"며 "볶은 춘장의 향과 고기·채소에서 나오는 감칠맛과 단맛, 짙게 졸아든 소스와 이를 머금은 쫄깃한 면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병훈 삼양식품 연구소장이 '짜르르' 개발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김은수 기자
특히 짜르르는 분말이 아닌 액상소스를 택했다. 삼양식품은 분말소스의 경우 제조 과정에서 일부 향미가 날아가고 유지 배합과 원물의 풍미를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액상소스는 춘장의 향과 채소·고기 풍미를 보다 직접적으로 구현할 수 있고 면을 고르게 감싸는 데도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소스에는 고온에서 볶은 춘장을 바탕으로 채소와 소고기의 풍미를 쌓고 볶음향을 더했다. 연구 과정에서는 숯불과 짚불, 연탄 등 서로 다른 불에서 나타나는 향미까지 비교했다. 건더기도 늘렸다. 일반적인 라면 후레이크가 2~3g 수준인 것과 달리 짜르르는 5g을 넣었다. 소고기 다이스와 조미 콩단백 등 고기 풍미와 씹는 식감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면에 든 기름부터 바꿨다"…팜유 대신 우지
제품을 가르는 가장 큰 차이는 면이다. 삼양식품은 일반적인 팜유 대신 우지로 면을 튀겼다. 유탕면 자체에 상당량의 기름이 포함되는 만큼 면을 튀기는 기름부터 바꿔야 짜장라면의 풍미 자체를 바꿀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소장은 "면에 풍미가 없으면 아무리 소스 풍미가 강해도 희석된다"며 "유탕면에 들어가는 기름 자체를 바꿔야 짜장라면의 본질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삼양식품에 따르면 팜유가 상대적으로 향이 적은 데 비해 우지는 소고기 특유의 구수한 향과 로스팅 풍미 등 여러 향미를 낸다. 특히 춘장을 기반으로 한 짜장소스와 결합할 때 고기 풍미를 강화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면 개발에도 300회가 넘는 배합 실험이 이뤄졌다. 면을 기존보다 두껍게 만들고 반죽을 치밀하게 설계했다. 소스 속에서도 쉽게 퍼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같은 설계는 짜르르의 또 다른 특징인 '물 버리지 않는 조리법'과 연결된다. 330ml가량의 물에 면을 넣고 끓인 뒤 물을 버리지 않고 자작해질 때까지 졸이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짜장라면처럼 면수를 버릴 경우 우지에서 나온 풍미까지 함께 빠져나가는 만큼 이를 소스에 그대로 남기도록 했다. 면수에 밴 우지 풍미가 액상소스와 섞이면서 짜르르 특유의 고기 풍미를 살린다.
◆짜짜로니 안 잡아먹었다…"오히려 매출 5% 성장"
신제품이 기존 짜장라면 '짜짜로니'의 수요를 가져갈 수 있다는 우려와 달리 삼양식품은 카니발라이제이션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짜짜로니 역시 지난해 누계 매출 대비 올해 약 5% 성장했다"며 "짜르르가 기존 제품을 대체한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매출을 더하는 효과를 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출시된 삼양식품 '짜르르'. = 김은수 기자
삼양식품은 짜짜로니를 비교적 저렴한 제품으로 유지한다. 짜르르는 프리미엄 제품군을 맡는다. 이를 통해 짜장라면 포트폴리오를 넓힐 계획이다. 회사 측은 짜르르 출시 당시 짜장라면 시장 2위와 매출 100억원을 목표로 잡았다. 시장 2위는 이미 달성했고 매출 목표도 달성을 앞두고 있다.
출시 초기에는 예상보다 높은 수요 탓에 제품 공급이 부족하기도 했다.
삼양식품은 "온라인 사전 예약 판매 이후 전 채널로 유통망을 넓혔는데 소비자 관심과 유통사 초도 발주량이 예상보다 높아 공급 가능한 수량을 넘어섰던 것이 사실"이라며 "현재는 수요 예측을 통해 전 유통 채널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지, 신제품 한 번으로 끝내지 않는다
삼양식품이 그리는 다음 단계는 '우지 유니버스' 확장이다. 지난해 봉지면인 '삼양 1963'을 선보인 데 이어 올해 5월 용기면 제품인 '우지파개장', 7월에는 짜르르까지 내놓으면서 봉지면과 용기면, 짜장라면으로 제품군을 넓혔다.

김정수 삼양식품 회장도 이날 행사장을 찾았다. = 김은수 기자
채 본부장은 "단발성 신제품 출시를 넘어 우지를 활용한 라인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며 "삼양식품만의 핵심 헤리티지이자 자산을 살려 향후 국내뿐 아니라 해외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짜르르 용기면은 당장 출시하지 않는다. 삼양식품에 따르면 짜장라면 시장에서 봉지면 비중은 약 80%, 용기면은 20% 수준이다. 회사는 올해 중 짜르르 용기면 출시 계획은 없지만 향후 시장성과 소비자 수요에 따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우지 사용에 따른 수출 제약도 풀어야 할 숙제다. 국가별로 동물성 지방에 대한 규제가 달라 모든 시장에 같은 제품을 내놓기 어렵기 때문이다. 삼양식품은 우지 제품 수출이 가능한 국가부터 공략하고 있다. 삼양 1963은 이미 미국과 일본에 수출 중이다. 향후 우지 제품도 국가별 규제와 연구개발 가능성을 검토해 순차적으로 수출 국가를 확대할 예정이다.
김정수 삼양식품 회장도 이날 행사장을 찾았다. 김 회장은 "소비자들에게 진짜 짜장면의 맛을 라면으로 재현해 드리고 싶다는 생각에서 만든 제품"이라며 "개발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제품을 맛보고 완성도를 높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