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제통화기금(IMF)이 산출한 우리나라 경상수지갭 가운데 절반 이상이 경제 펀더멘털이나 정책 요인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빠른 고령화와 높은 고령층 저축 등 특성이 IMF 평가 모형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BOK 이슈노트 'IMF EBA 모형 개편이 우리나라 경상수지 평가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경상수지 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3.1%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모형으로 설명되지 않는 '잔차'는 1.8%로 전체의 58%를 차지했다.
경상수지 갭은 실제 경상수지가 IMF가 추정한 중기적 균형 수준인 '적정 경상수지'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를 나타낸다.
IMF는 지난 7월 우리나라의 지난해 경상수지를 균형 수준에 '대체로 부합'에서 '상회'로 두 단계 높여 평가했다. 지난해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는 6.6%로 전년(5.3%)보다 확대된 반면 적정 경상수지는 4.7%에서 3.3%로 낮아졌다. 이에 경상수지갭은 0.8%에서 3.1%로 2.3%포인트(p) 커졌다.
한은은 경상수지갭 확대를 단순히 흑자 증가만으로 해석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확대폭 2.3%p 가운데 약 60%인 1.4%p는 IMF가 산정한 적정 경상수지가 낮아진 데서 비롯됐다. 이 중 1.1%p는 인구구조 부문의 모형 개편 영향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분석대상 26개국 가운데 해당 개편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았다.
실제 국내 고령층의 경제활동은 IMF 모형의 기본 가정과 차이를 보였다. 지난해 65세 이상 가구의 평균저축성향은 32.2%로 전체 가구 평균인 30.9%보다 높았다. 65세 이상 고용률도 지난해 39.5%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고령화 속도 역시 변수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지난 2024년 19.8%에서 오는 2029년 24.6%로 4.9%p 높아질 전망이다. 이는 평가대상국 중위값 상승폭의 두 배를 웃돈다. 한은은 현재 고령인구 비중을 중심으로 보는 개편 모형이 이처럼 빠른 고령화 속도를 충분히 포착하기 어렵다고 봤다.
김민 한은 국제국 국제금융연구팀 과장은 "IMF 모형은 빠른 고령화나 반도체 호황 같은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다 담아내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며 "경상수지갭이 얼마나 확대됐는지보다 왜 확대됐는지 그 기저 요인을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 내년엔 '상당폭 상회' 가능성…한은 "수치보다 원인 봐야"
내년 IMF 평가에서는 우리나라 경상수지 갭이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IMF는 내년부터 과거 초과 경상수지 누적분을 제거한 '초과조정 순대외자산'을 EBA 모형에 도입할 예정이다. 한은은 이같은 개편이 우리나라의 경상수지갭을 0.74%p 추가로 확대할 것으로 추정했다.
세 가지 시나리오별 올해 경상수지갭은 13.8~21.1%로 산출됐다. 모두 IMF 기준상 균형 수준을 '상당폭 상회'하는 구간이다. 다만 모형 개편의 최종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실제 평가에서는 한국의 특수성에 대한 IMF의 자체 조정도 반영될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단순한 통계적 착시와 모형의 한계로 인해 한국이 과도한 대외 불균형 국가로 오인받지 않도록 표면적 갭 수치를 넘어선 인구구조 등의 기저요인에 대한 치밀한 논리적 대응과 소통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