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비만치료제 시장 확대와 글로벌 신약 경쟁이 맞물리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해외 사업 전략도 달라지고 있다. 단순 기술수출을 넘어 생산시설 인수와 해외 신약 도입 등 직접적인 사업 기반 확보에 나서며 글로벌 성장동력의 외연을 넓히는 모습이다.
5일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제약·바이오 전문매체 바이오파마 APAC는 올해 1월1일부터 9월23일까지 아태 기업이 참여한 인수·합병(M&A)과 기술이전 등을 평가해 10대 거래를 선정했다. 계약 규모뿐 아니라 전략적 의미와 확정 지급금, 실제 시장에 미친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했다.
국내 기업 중 가장 높은 순위에 오른 곳은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다. 스위스 펩타이드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폴리펩타이드 인수 계약이 6위를 차지했다. 거래 규모는 약 18억달러다.
이번 인수는 비만·당뇨병 치료제 시장 확대에 대응해 생산능력과 공급망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평가됐다. 바이오파마 APAC 역시 해당 거래를 비만치료제 수요 증가에 앞서 관련 공급망을 확보한 사례로 분석했다.
이어 SK바이오팜(326030)은 미국 바이오헤이븐으로부터 뇌전증 신약 후보물질 '오파칼림'을 도입한 거래로 7위에 올랐다. 계약에 따른 확정 지급액은 4억달러이며 전체 계약 규모는 최대 7억9500만달러다.
특히 핵심 임상 결과가 나오기 전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신약 후보물질을 확보했다는 점이 주목됐다. SK바이오팜이 미국에서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의 직접 판매망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사업화 측면에서 강점으로 평가된다.
다만 오파칼림의 향후 임상 성과가 이번 거래의 실질적인 가치를 좌우할 전망이다. 선제적으로 투입한 투자금이 사업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후속 임상에서 유효성과 개발 가능성을 입증해야 한다.
한미약품(128940)은 차세대 비만치료제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근육 보존형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HM17321'을 로슈 자회사 제넨테크에 이전한 거래가 9위에 선정됐다.
계약은 선급금 1억9000만달러를 포함해 최대 약 23억달러 규모다. 비만치료제 시장의 경쟁 축이 단순 체중 감량에서 근육량 보존 등 치료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국내 대사질환 연구 역량을 글로벌 제약사가 주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국내 기업들의 거래 형태가 기술수출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도 눈에 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해외 생산시설을 인수했고, SK바이오팜은 해외 신약 후보물질을 직접 도입했다. 한미약품은 자체 개발한 후보물질을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수출하며 서로 다른 방식으로 글로벌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알테오젠(196170)과 노바티스의 최대 32억2300만달러 규모 피하주사 제형 개발 계약도 주요 거래로 소개됐다. 다만 선급금이 공개되지 않은 데다 옵션 행사와 개발 성과 등에 따라 지급액이 달라지는 구조여서 10대 거래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전체 1위는 인도 선파마의 미국 오가논 인수였다. 부채를 포함한 거래 규모는 117억5000만달러에 달했다. 전체 10건 가운데 4건은 아태 기업이 해외 기업이나 기술에 자금을 투입한 거래로 나타났다. 아태 제약·바이오 기업이 기술을 수출하는 것을 넘어 해외 기술과 사업 기반을 확보하는 투자 주체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대형 기술이전 계약을 평가할 때는 발표된 총액과 실제 확보되는 금액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선정된 라이선스 거래 7건의 총 계약 규모는 544억달러였지만 실제 지급이 확정된 금액은 약 45억달러로 8% 수준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