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고려 후기 몽골의 침략에 맞서 끝까지 저항했던 삼별초의 핵심 해상 군사 거점이자 남해안 방어체계의 실체를 품은 유적이 경남도 지정 기념물로 공식 인정받았다.
남해군 서면 서호리 일원에 자리한 고려시대 대규모 유적 '남해 대장군지(南海 大將軍址)'가 10월1일 자로 경남도 기념물로 지정 고시됐다.
이번 지정은 750여 년간 '고려사(高麗史)'의 단편적 기록과 구전 설화로만 전해지던 삼별초 대장군 유존혁(劉存奕)의 해상 작전 기지가 학술 발굴을 통해 완전한 실체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학계와 지역사회의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그동안 삼별초의 대몽항쟁은 '강화도-진도-제주도'로 이어지는 3대 축 중심으로만 인식돼 왔다. 하지만 유존혁은 1270년 고려 조정의 개경 환도 결정에 반기를 든 뒤 남해현을 거점으로 전함 80여척을 모아 연안 해역을 장악했고, 진도 용장성이 함락된 뒤에도 제주 항전으로 이어지는 남해안 군사 네트워크를 결속한 핵심 인물이다.
이번 기념물 지정은 남해가 단순한 보급 경유지를 넘어 남해안 일대 해상 통제권을 쥐고 있던 제2의 주요 전략 기지였음을 행정·학술적으로 공인한 셈이다.
남해군이 경남연구원에 의뢰해 실시한 정밀 발굴조사 결과는 이러한 문헌의 기록을 고고학적으로 완벽히 뒷받침한다.
유적지는 길이 약 141m, 전체 면적 6400㎡에 달하는 계단식 5개 단 대지 위에 높이 5m 안팎의 웅장한 석축과 배수시설을 갖춘 남해 지역 최대 규모의 고려시대 관방·건물터로 확인됐다.
특히 공간 구획과 대형 축대 축조 공법은 1270년 삼별초 정부가 도읍으로 삼았던 진도 용장성과 구조적으로 매우 흡사하다.
이는 대장군지가 고려 중기인 12세기에 처음 조영된 뒤, 13세기 후반 삼별초가 남해로 진출하면서 군사적 요새 목적에 맞춰 대대적으로 증축·확장됐음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고려인들의 뛰어난 토목 기술과 자주적 해양 방어 체계가 동시에 응축된 결과물이다.
남해군은 이번 도 기념물 지정을 계기로 유적지에 대한 추가 학술 발굴조사와 체계적인 종합정비계획을 신속히 수립할 방침이다. 또 진도·제주 등 전국 삼별초 항쟁 유적과의 학술적 연계망을 구축하고, 호국 역사 교육과 해양 관광을 아우르는 지역 대표 역사문화 거점으로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류경완 남해군수는 "남해 대장군지는 남해 바다를 지켜냈던 삼별초의 자주적 저항정신과 고려 후기 건축·토목 기술을 명확히 증명하는 핵심 유적"이라며 "도 기념물 지정을 계기로 원형의 체계적인 보존과 관리에 힘쓰는 등 지역의 대표적인 역사문화 자원으로 적극 계승·활용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