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라임경제] 돈 낼 우리는 아직 계산기 두드리고 있는데 돈 받을 미국 대통령은 벌써부터 성과를 과시하며 생색을 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 투자를 일방적으로 기정사실화하면서 한미 간 '투자 속도전'을 두고 미묘한 온도 차가 감지되고 있다.
▲대규모 투자 발표, 사실은 '전략투자' 재탕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월 30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한국이 최대 2000억 달러를 투자해 텍사스 발전시설, 미국 내 대형 원전 8기, 알래스카 LNG 파이프라인을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이 중 알래스카 사업에만 500억 달러 이상이 투입된다고 구체적인 액수까지 못 박았다. 트럼프 측은 관세 인하를 위한 대가로 이 같은 투자가 이뤄진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이번에 거론된 2000억 달러는 새로 추가된 자금이 아니다. 지난해 한미 무역협의에서 약속했던 총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 중 조선 협력 몫을 제외한 전략투자 잔여분이다. 총액을 약속한 것과 개별 프로젝트의 투자 승인을 동일시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진'과 '검토'의 괴리, 외교적 압박 비화?
현재 한국 정부가 공식화한 대미 투자 단계는 사업별로 제각각이다. 텍사스 가스복합화력발전소는 대미 전략투자 1호 사업으로 확정됐고, 원전 8기 건설 역시 후속 협의 단계에 들어갔다. 반면 알래스카 LNG 사업은 이제 막 상업적 합리성과 국내법상 요건을 따져보는 '검토 착수' 단계에 불과하다.
협의 중인 사안을 미국이 확정된 투자처럼 대대적으로 공표하면서 우리 정부 입장이 곤혹스러워졌다.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해 실제 투자를 거절할 경우 미국이 이를 외교적 갈등이나 관세 보복의 빌미로 삼을 수 있는 정치적 부담이 생기기 때문이다.
▲속도보다 중요한 '거절할 수 있는 주권'
이런 상황에서 미국 입장의 성과는 뚜렷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알래스카에 최대 1만 2000개의 건설 일자리와 1000개의 운영 일자리가 생기고, 지역 에너지 비용이 줄어들 것이라 강조했다. 이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경합 지역 표심을 공략하기에 매력적인 카드다.
반면 한국이 따져봐야 할 계산서는 전혀 다르다. 원금 회수 시점부터 공사비 급증 시 부담 주체, 공기 지연 손실 분담, LNG 구매 조건의 가격 경쟁력 등 어느 것 하나 확실한 것이 없다. 앞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역시 현재로서는 투자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미국 대통령의 선거 일정과 정치적 생색이 한국의 투자 심사 일정을 대신할 수는 없다.
'아직 확정된 바 없다'는 원론적인 해명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부가 진정 보여주어야 할 것은 미국의 일방적인 발표에 맞춘 외교적 속도전이 아니라 철저한 경제성 검증 끝에 타당성이 없다면 당당히 거절할 수 있는 실질적인 결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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