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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선의 인력경영] 투자의 대가가 노동의 대가보다 커 보이는 사회

코스피 7000과 AI 시대, 이제 '일자리 수'가 아니라 노동시장에 머물 이유 만들어야

이윤선 원광대학교 초빙교수 | onestar4u@gmail.com | 2026.09.29 09:32:04
[프라임경제] 요즘 노동의 대가보다 투자의 대가가 더 크게 보인다. 지난 25일 코스피는 7080.92로 마감했고, 투자자예탁금은 100조9826억원에 달했다. 

주가가 오르면서 한 달 일해서 받는 월급보다 며칠간의 투자 수익이 더 크게 보이는 순간도 생긴다. 문제는 투자가 아니다. 자산을 형성하기 위한 투자는 필요하다. 하지만 '일해서 얻는 보상'보다 '돈이 돈을 버는 보상'이 훨씬 매력적으로 보이기 시작한 점은 문제다.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 인공지능(AI)은 노동의 영역으로 빠르게 들어오고 있다. AI는 질문에 답하고 문서를 작성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트'로 진화하고 있다. 

메타의 개인용 AI 에이전트 '뮤즈'는 이메일과 쇼핑, 여행 예약뿐 아니라 전화까지 대신하도록 설계됐다. 출시 2주 만에 250만회 이상 다운로드됐고, 메타 주가는 출시 이후 20% 넘게 상승했다. 반면 AI가 처리하기 어려운 일부 업무는 외부 계약직 사람이 대신 수행하는 '휴먼 컨시어지'가 맡았다. AI가 사람을 완전히 대체한다기보다 인간과 AI 사이의 업무 배분 자체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이미 좁아진 노동시장 입구와 겹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8월 전체 취업자는 전년보다 18만4000명 증가했지만 청년층 고용률은 44.1%로 1년 전보다 1.0%포인트 하락했고, '쉬었음' 청년도 39만5000명에 달했다. 

미국 인구조사국 연구진은 AI 노출도가 높은 전공 졸업생들이 생성형 AI 등장 이후 첫 취업 확률이 5%포인트 낮아지고 초기 소득도 13%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AI가 모든 일자리를 없앤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노동시장에 처음 진입하는 청년들이 변화의 충격을 먼저 받을 가능성은 주목해야 한다.

여기에 투자 열풍이 겹친다. 취업하기는 어려워지는데 주식과 가상자산에서는 누군가 큰돈을 벌었다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들려온다. 그렇다면 청년들은 자연스럽게 묻게 된다. 힘들게 취업해 월급을 받는 것보다 투자하는 편이 낫지 않은가. 

그러나 투자시장과 노동시장은 다르다. 노동에서 멀어지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직무 경험과 숙련의 축적이 중단된다. 특히 AI처럼 기술 변화가 빠른 시대에는 2~3년의 공백이 단순한 시간의 공백을 넘어 '역량의 공백'으로 이어져 노동시장으로 돌아오는 문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

그래서 앞으로의 고용정책은 '몇 개의 일자리를 만들 것인가'를 넘어 사람들이 왜 노동시장에 남아 있어야 하는가에 답해야 한다. 일하면 경력이 쌓이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면 더 좋은 직무와 보상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기대가 살아 있어야 한다. 

기업도 신입에게 처음부터 완성된 역량을 요구하기보다 AI와 함께 일할 인재를 조직 안에서 키워야 한다. 정부 역시 실직 이후의 재취업 지원에 머물지 말고 재직 중 학습과 직무전환, 경력 이동을 지원해 노동시장과의 연결이 끊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인력경영의 관점에서 노동은 월급을 받기 위해 시간을 제공하는 것만이 아니다. 경험이 숙련으로, 숙련이 다시 개인의 시장가치로 축적되는 인적자본 형성 과정이다. 따라서 노동시장의 장기 이탈은 개인의 소득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의 인적자본이 축적되지 않는 문제로 이어진다. 

코스피가 오르고 AI가 발전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자본의 수익률이 높아지는 만큼 노동의 기대수익도 높아져야 한다.

AI 시대의 진짜 위기는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만이 아니다.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노동시장을 떠나고, 다시 돌아올 이유마저 사라지는 것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노동과 투자 중 하나를 선택하게 만드는 사회가 아니다. 투자하면서도 일하고 싶고, 일하면서 자신의 미래가 더 나아질 것이라고 믿을 수 있는 노동시장을 만드는 일이다. AI 시대의 노동정책과 인력경영은 바로 여기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윤선 인력경영학자/원광대 미래인재개발처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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