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현대엘리베이터(017800)가 에스컬레이터의 부품·기술 기반 문제를 국산으로 풀겠다며 중소기업과 손잡았다. 지난 2014년 중단했던 국내 생산·공급망을 다시 세우는 작업이다.
사업 주체는 K에스컬레이터다. 자회사 현대엘리베이터서비스가 중소 승강기 업체들과 지난 2024년 경남 거창에 설립했다. 작년 첫 납품을 시작으로 연 매출 약 45억원을 올렸다.
공략 대상은 공공시설과 노후설비 교체시장이다. 수주와 함께 주요 부품 국산화율도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해외 진출 준비도 시작했다. 지난달부터 북미 수출에 필요한 글로벌 인증 취득에 나선 것. 국내 납품 실적을 쌓으면서 해외 진입 기반 역시 닦겠다는 전략이다.
생산 거점인 거창은 지난 2019년 승강기밸리산업특구로 지정된 곳이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 승강기안전기술원과 한국승강기대학교, 승강기 전문기업이 모여 있다. 생산과 시험·인증, 인력 양성을 한 곳에서 이을 수 있는 여건이다.
에스컬레이터는 오래 쓸수록 갈아야 할 부품이 늘어난다. △디딤판 체인 △구동장치 △안전장치 △제어부 등이 대표적이다. 이용객이 많은 지하철은 장시간 운행과 반복 하중이 마모를 앞당긴다.

경남 거창군 K에스컬레이터 공장 옆에 높이 21m의 에스컬레이터가 세워져 있다. 지난 2024년 현대엘리베이터서비스와 중소기업들이 함께 경남 거창군에 설립한 'K에스컬레이터'가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서, 국산 에스컬레이터 생태계 복원이 시작됐다는 평가다. ⓒ 현대엘리베이터
숫자로 보면 부담이 뚜렷하다. 고찬양 서울시의회 의원실 등에 따르면 공사가 관리하는 에스컬레이터 중 20년 이상 쓴 설비는 647대로, 전체의 약 34%다. 올해 중보수 예산 55억6700만원 가운데 지난 6월까지 52억3900만원이 이미 집행됐다. 집행률은 94.1%에 달한다.
더 큰 문제는 고장 이후다. 제조사가 사라졌거나 부품이 단종된 기종은 규격에 맞는 제품을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해외 주문 제작에 기대야 하면 조달기간이 길어지고 복구도 그만큼 늦어진다. 수개월, 길게는 수년간 이용이 막히는 사례까지 나온다.
국내 시장은 중국산 완제품을 들여와 설치하는 구조로 굳어졌다. 가격 경쟁이 거세지자 현대엘리베이터도 지난 2014년 국내 생산을 접었다. 그 사이 국내 부품·생산 기반은 약해졌고, 여러 중국 제조사의 제품·기종이 들어왔다.
물론 원산지만으로 고장 원인을 설명하긴 어렵다. 사용연수와 운행량, 관리 상태도 영향을 준다. 다만 일부 수입 기종은 고장이 나면 해외 부품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구조적 약점이 있다.
K에스컬레이터가 내건 해법은 국내 공급망이다. 중소기업과 함께 주요 부품 국산화율을 높이고, 완제품 생산부터 유지보수까지 국내에서 잇겠다는 것이다. 생산과 부품 공급을 묶어 장기 운영을 뒷받침하겠다는 구상이다.
과제는 안정적인 수주다. 민간 시장에서는 값싼 수입품과 맞붙어야 한다. 공공시설 교체 물량은 운영기관의 예산과 발주 일정에 좌우된다. 생산기업과 부품업체가 투자·고용을 이어가려면 지속적인 수요가 받쳐줘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공입찰 평가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초기 구매 가격만 볼 것이 아니라 △내구성 △부품 공급 기간 △유지보수 비용 △안전성을 아우르는 생애주기 비용을 함께 따져야 한다는 얘기다. 오래 쓰는 설비인 만큼 도입 이후의 운영 부담까지 봐야 한다는 취지다.
인력 문제도 남아 있다. 국내 생산이 멈춘 동안 숙련 인력이 흩어지면서 기술 전수 기반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제조·정비 인력 확보가 병행되지 않으면 생산 재개도 반쪽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국내 공공시설과 노후설비 교체 수요에 대응하며 생산과 유지보수를 연결하는 협력 체계를 확대할 방침이다"고 강조했다.
10년 넘게 비어 있던 국산 에스컬레이터의 자리를 다시 채울 수 있을지는 앞으로 따낼 수주 물량과 부품 국산화 속도가 가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