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2019년 국내에서 유일하게 우주항공 분야 강소연구개발특구로 닻을 올린 진주시가 시험·실증 중심의 기초 체력 다지기를 끝내고 '기술이 돈이 되고 기업이 세계로 뻗어가는' 딥테크(Deep Tech) 생태계의 전면 가동을 선언했다.

강소특구 우주항공 첨단테크 허브 집중 육성 사업설명회. ⓒ 진주시
단순히 비행체와 부품을 깎고 조립하는 하드웨어 제조 기지에 머물지 않고, 고난도 원천기술 발굴부터 우주 데이터 서비스 산업까지 아우르는 '우주항공 첨단테크 허브'를 조성한다.
이에 따라 경상국립대학교의 연구진과 한국산업기술시험원, 한국세라믹기술원 등 국내 최고 수준의 시험·인증 전문기관들이 한데 뭉치자 실험실에 잠들어 있던 기술들이 시장으로 쏟아졌다.
지금까지 설립된 연구소기업만 48곳, 새롭게 탄생한 기술 스타트업은 78곳에 달한다. 139건의 원천기술 이전은 공허한 구호에 그치지 않고 950억원을 웃도는 누적 매출과 690여명의 양질의 일자리, 378억원이 넘는 민간투자 유치라는 실질적인 경제적 효과를 나타냈다.
이 같은 성과는 지자체와 연구기관이 협력해 기술기반의 자생적 산업 생태계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매우 고무적인 모범 사례다.
초기 기술 기업들이 시장 진입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이른바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를 극복하기 위해 진주시는 '3단계 성장 사다리'를 체계화했다. 시제품 제작과 초기 사업화 자금을 조달하는 마중물 단계부터 핵심기술 개발 등 본격적인 스케일업(규모 확장)으로 이어지는 밀착 지원이다.
이에 따라 특구 1호 연구소기업의 한 자회사는 까다롭기로 정평이 난 유럽항공안전청과 국토교통부의 공인 인증을 동시에 획득하며 기술적 신뢰도를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126억원 규모의 상장 전 지분투자(Pre-IPO)를 유치하는 쾌거를 거뒀다.
또 다른 연구소기업은 압전 에너지 변환 기술의 독보성을 인정받아 현대자동차그룹과 손잡고 미국 현지 생산공장 공정에 이를 도입하는 40억원 규모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지역 강소기업이 글로벌 대기업의 핵심 제조 파트너로 도약할 수 있음을 입증한 순간이다.
특히 진주시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12대 국가 전략기술을 선별·매칭하는 '기획형 딥테크 창업'과 아이템 진단부터 대기업 오픈이노베이션, 민간투자까지 연계하는 'W.I.N.G.S 2.0'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 성공률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렸다.
뿐만 아니라 가좌캠퍼스의 스타트업 그라운드에 이어 칠암캠퍼스에 들어서는 325억원 규모의 그린 스타트업 타운은 청년 엔지니어와 창업가들이 모여드는 거대한 혁신 베이스캠프가 될 전망이다.
우주항공 분야는 특성상 단일 국가의 내수 시장만으로는 생존이 불가능하다. 진주시는 일찌감치 특구 기업들의 해외진출 통로를 개척하는 발판을 마련해 왔다.

경상국립대학교와 경남진주강소특구지원센터가 영국에서 열린 GACP Summit 2026에 참가해 해외 기관들과 항공우주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 진주시
대표적인 것이 해외 유수 시험평가 기관들과 연계한 'G-Aero 글로벌 인증 지원 플랫폼'이다.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막대한 비용과 복잡한 절차 때문에 해외 인증의 벽을 넘지 못하던 중소기업들에게 국제 규격 획득의 지름길을 터준 것이다.
진주시는 이를 디딤돌 삼아 세계 최대 항공 행사인 영국 판버러 에어쇼 현장에서 유럽 유력 투자유치기관들과의 공동 연구개발 및 펀딩 논의를 이어가고 있으며, 세계항공우주클러스터파트너십 네트워크를 가동해 지역 부품 기업들이 보잉이나 에어버스 같은 글로벌 체인에 직간접적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판로를 넓히고 있다.
이번 청사진에서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특화 산업의 전략적 패러다임 전환이다. 진주시는 지금까지 다져온 비행체·위성 제작 및 지상 시험 인프라 위에 '위성 데이터 활용 산업'이라는 고부가가치 소프트웨어 영역을 세우기로 했다.
지자체 단위에서는 최초로 자체 기획·개발해 우주로 쏘아 올린 초소형 위성 '진주샛-1B'의 실전 경험과 앞으로 본격 가동될 위성 지상국의 데이터 수신 역량이 그 든든한 밑거름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진주시는 우주에서 내려받은 원천 데이터를 가공해 정밀농업, 재난안전, 도시계획, 해양 모니터링 등 행정과 민간산업 전반에 필요한 첨단 솔루션으로 변환하는 새로운 데이터 비즈니스를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조규일 진주시장은 "그동안 우주항공산업의 기반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그 기반 위에서 기술을 기업으로, 기업을 시장으로 연결할 것"이라며 "진주 강소특구를 중심으로 대학, 연구기관, 기업의 역량을 결집해 기업의 성장과 세계시장 진출로 이어지도록 행·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