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슈퍼카를 넘어 SUV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려는 맥라렌이 브랜드의 출발점으로 돌아갔다. 영국 제조·엔지니어링 역량에 5억파운드를 투자하고 새로운 차종을 준비하는 시점에 창립자 브루스 맥라렌의 유산을 다시 꺼내 들었다. 제품군이 달라져도 맥라렌이라는 이름이 가진 정체성은 유지하겠다는 구상이다.
맥라렌은 최근 오토모티브와 레이싱을 아우르는 새로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공개했다. 새로운 워드마크를 도입하고 브랜드 컬러를 확장하는 동시에 두 사업부가 공유해 온 역사와 디자인 요소를 하나의 시각 언어로 정리했다. 차량 소유 경험과 개인화 서비스, 팬 커뮤니티까지 브랜드가 활용되는 범위도 넓혔다.

뉴 워드마크를 적용한 맥라렌. ⓒ 브리타니아 오토
특히 맥라렌이 기존 2인승 스포츠카에 더해 퍼포먼스 SUV를 준비한다는 점에서 이번 브랜드 개편은 주목할 만하다.
모터스포츠에서 축적한 기술과 경량화 철학을 바탕으로 고성능 스포츠카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온 맥라렌에 SUV는 새로운 고객층과 사용 환경을 확보할 기회다. 차량의 형태와 용도가 달라지는 만큼 레이싱에서 출발한 브랜드 정체성을 새로운 제품군에도 일관되게 적용해야 하는 과제가 뒤따른다.
맥라렌이 새로운 브랜드의 출발점으로 선택한 것은 창립자 가족이 운영했던 뉴질랜드의 작은 서비스 스테이션이다. 새 워드마크는 오클랜드 레뮤에라에 있던 맥라렌 가족의 서비스 스테이션 간판에서 영감을 받았다. 브루스 맥라렌의 부모인 레스와 루스가 운영했던 이곳은 브루스가 자신의 첫 레이스 우승을 이끈 차량을 제작한 장소이기도 하다.
레이싱팀과 자동차 제조사가 공유하는 역사를 브랜드의 중심에 배치한 셈이다. 맥라렌 오토모티브와 맥라렌 레이싱은 공동 아카이브를 활용해 브랜드 초기부터 이어진 상징과 디자인 요소를 다시 살폈다. 새로운 차종과 사업 영역이 추가되는 과정에서도 두 조직의 출발점이 같다는 사실을 강조하려는 선택으로 해석된다.
기존 상징은 그대로 남겼다. 맥라렌을 대표하는 스피드마크(Speedmark)와 파파야(Papaya) 컬러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색상을 더해 브랜드 컬러 팔레트를 확장했다. 브루스 맥라렌의 뉴질랜드 출신 배경을 상징하는 스피디 키위(Speedy Kiwi)도 계승했다. 새 워드마크를 도입하면서도 오랜 팬들에게 익숙한 요소는 보존하는 방식이다.
맥라렌은 올해 창립자의 로드카 구상을 보여준 M6GT를 재조명하고, 미래 디자인과 퍼포먼스 비전을 담은 McL 6GT를 공개하는 등 브랜드의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레이싱 부문에서는 포뮬러1(F1) 통산 1000번째 그랑프리 출전과 세계내구선수권대회(WEC) 참가를 위한 새로운 하이퍼카 발표도 이뤄졌다.
이런 움직임은 새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디자인 변경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맥라렌은 레이싱과 양산차 개발에서 축적한 역사를 공유하면서 차량 소유 경험과 개인화 서비스, 팬 커뮤니티까지 일관된 브랜드 이미지 안에 담으려 하고 있다.
데이비드 우드하우스(David Woodhouse) 맥라렌 오토모티브 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는 "맥라렌은 역사적으로 이미 정해진 길을 따르는 데 만족한 적이 없다"며 "우리는 언제나 미래를 바라보며 혁신하고 창조하고, 기대를 뛰어넘으려는 열망을 바탕으로 전진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비주얼 아이덴티티는 이런 맥라렌의 정신과 현재 우리가 걸어가고 있는 여정을 담고 있다"며 "맥라렌의 새로운 장을 여는 출발점이자, 브랜드의 미래를 만들어갈 야망과 창의성, 추진력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결과물이다"라고 설명했다.

맥라렌 뉴 워드마크 스케치. ⓒ 브리타니아 오토
또 루 맥이웬(Lou McEwen) 맥라렌 레이싱 최고마케팅책임자는 "맥라렌은 오랜 시간에 걸쳐 크게 성장해 왔지만, 레이싱과 오토모티브가 공유해 온 역사를 돌아보면 브루스 맥라렌의 비전과 정신이 오늘날까지 회사 전반에 깊이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아이덴티티는 맥라렌의 자랑스러운 헤리티지와 미래를 향한 야망을 연결한다"며 "팬과 파트너, 팀원들이 이미 잘 알고 사랑하는 상징과 이야기를 계승하면서도 맥라렌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하나의 일관된 이미지로 보여준다"고 첨언했다.
5억파운드 투자와 제품군 확대를 앞두고 브랜드의 기원을 재조명한 맥라렌에는 기존의 기술·디자인 철학을 새로운 차종에도 일관되게 적용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향후 선보일 퍼포먼스 SUV가 달라진 브랜드 전략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첫 시험 무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