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김성수 대법관 임명장 수여식에서 조희대(왼쪽) 대법원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청와대
[프라임경제] 대법관 인선을 둘러싼 청와대와 대법원의 충돌이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청와대가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의 임명을 사실상 거부하고 다른 후보자를 제청해 달라고 요구하자 대법원은 3주 넘게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양측의 신경전이 이어지면서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 자리는 200일 넘게 비어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조희대 대법원장은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김성수 대법관 임명장 수여식에서 대면했다. 청와대가 지난달 노 전 대법관 후임으로 제청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에 대해 임명 절차를 밟지 않고 다른 후보자를 제청해 달라고 요구한 이후 첫 대면이다. 두 사람이 별도로 재제청 문제를 논의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靑은 기존 후보 중 재제청 기대…대법원은 후속 절차 고심
청와대는 기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압축한 후보군을 존중해 조 대법원장이 신속하게 다른 후보자를 제청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손 부장판사를 제외하면 김민기·박순영 고법판사와 윤성식 부장판사가 후보군에 남아 있다.
다만 윤 부장판사는 내란전담재판부 재판장을 맡으면서 현실적으로 대법관 후보로 다시 제청되기 어려워졌다는 관측이다. 청와대의 기대대로 기존 후보군에서 재제청이 이뤄질 경우 사실상 선택지는 더욱 좁아지는 셈이다.
조 대법원장이 기존 추천위가 선정한 다른 후보자를 곧바로 제청할지, 추천위원회를 새로 구성해 후보자 천거 단계부터 다시 밟을지도 결정되지 않았다.
조 대법원장이 최근 공식 석상에서 잇달아 '사법권 독립'을 강조한 것도 이번 상황과 맞물려 주목받는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달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가 나온 직후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지만, 지난달 30일 부친상을 당하면서 발표가 미뤄졌다. 이후 3주 넘게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인선 줄다리기에 공석 200일…상고심 부담 가중
양측의 신경전이 길어지는 사이 노 전 대법관의 후임 자리는 200일 넘게 공석이 됐다. 2000년 이후 발생한 대법관 공석 사태 가운데 최장 기간이다. 종전 최장 기록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이상훈 전 대법관 퇴임 이후 후임 임명까지 걸린 약 140일이었다.
대법관 12명이 처리해야 할 상고심 사건을 당분간 11명이 나눠 맡아야 하는 만큼 공석이 길어질수록 사건을 처리하는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이번 인선의 관건은 청와대와 대법원이 재제청 절차에 대한 접점을 얼마나 빨리 찾느냐다. 기존 후보군에서 다시 선택하면 대법원장 제청권을 둘러싼 논란이 남고, 절차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면 공석 장기화를 피하기 어렵다. 양측이 명분을 앞세운 줄다리기를 계속할수록 그 부담은 상고심 적체와 재판 지연을 감수해야 하는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