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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 데이터 쌓은 CJ대한통운…'판단하는 로봇'까지

리얼월드와 RFM 공동 개발·현장 실증…기술 투자 넘어 실질적 협력 단계로 발전

노병우 기자 | rbu@newsprime.co.kr | 2026.09.21 12:19:50
[프라임경제] CJ대한통운이 택배와 풀필먼트, 콜드체인에서 쌓은 데이터를 로봇 학습에 활용한다. 정해진 동작을 반복하는 자동화 설비를 배치하는 단계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주변 상황을 인식하고 스스로 행동을 결정하는 피지컬 AI(Physical AI)를 물류 현장에 맞게 개발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CJ대한통운은 피지컬 AI 기업 리얼월드(RLWRLD)와 '물류 특화 피지컬 AI 전략적 협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지난해 11월 업무협약과 지분 투자를 통해 협력 기반을 만든 데 이어 이번에는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obotics Foundation Model, 이하 RFM) 공동 개발과 물류 현장 실증까지 범위를 넓혔다. 서비스 상용화도 장기 목표에 포함됐다.

RFM은 시각과 언어, 음성, 센서 정보를 함께 받아 주변 환경을 이해하고 로봇의 행동을 결정하는 AI 모델이다. 리얼월드가 RFM과 피지컬 AI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CJ대한통운은 실제 물류 현장에서 쌓은 데이터와 작업 환경을 제공해 자동화 요구사항과 성능 기준을 설계·검증한다.

개발 과정에는 물류센터에서 반복되는 구체적인 작업이 그대로 들어간다. 양사는 택배 운송장이 위를 향하도록 물건을 정렬하는 분류 작업을 대상으로 기술을 검증하고, 정밀한 손동작 데이터도 수집해 학습시킬 계획이다. 로봇이 물건의 위치와 상태를 보고 필요한 동작을 선택하도록 만드는 과정이다.

CJ대한통운과 리얼월드의 '물류특화 피지컬 AI 전략적 협업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식'에 참석한 양사 관계자가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CJ대한통운


물류 현장은 피지컬 AI가 학습해야 할 변수가 많은 공간이다. 상품의 크기와 형태가 제각각이고 피킹·분류·포장·검수마다 요구되는 움직임도 달라진다. 주문량과 상품 구성까지 계속 바뀐다. 하나의 로봇이 여러 공정을 맡으려면 이런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데이터가 지속적으로 쌓여야 한다.

CJ대한통운이 가진 택배·풀필먼트·콜드체인 인프라가 여기서 활용된다. 다양한 물성을 실제로 취급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데이터를 RFM에 투입하고, 같은 현장에서 학습 결과를 다시 검증할 수 있다. 물류회사의 운영 경험이 피지컬 AI 모델을 고도화하는 학습 자원으로 쓰이는 구조다.

현장 적용도 이미 시작됐다. CJ대한통운은 경기 용인 양지 올리브영 물류센터에 휴머노이드 양팔 로봇 2대를 배치해 완충재 투입 작업을 맡기고 있다. CJ대한통운에 따르면 이는 업계 최초로 휴머노이드가 실제 물류 업무를 수행한 사례다.

여기서 축적한 학습과 실증 경험은 피킹과 분류, 검수로 이어질 예정이다. CJ대한통운이 그리고 있는 형태는 공정마다 별도의 로봇을 투입하는 구조보다 한 대가 주변 상황을 파악한 뒤 여러 작업을 연속해서 수행하는 범용 물류 휴머노이드다.

이 구상이 현실화되면 물류 자동화의 투자 방식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공정이 바뀔 때마다 전용 설비를 새로 설치하는 부담을 줄이고, 학습된 로봇의 역할을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로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품 종류와 물동량 변화가 큰 물류센터일수록 활용 폭도 커질 수 있다.

CJ대한통운과 리얼월드의 협력 단계가 달라진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지난해에는 지분 투자와 전략적 협력 기반을 마련했고, 올해는 공동 모델 개발과 실제 현장 검증으로 들어갔다. 기술 투자에서 시작한 관계가 물류 현장에서 작동할 피지컬 AI를 함께 만드는 단계까지 진행된 셈이다.

이종훈 CJ대한통운 미래성장추진단장은 "CJ대한통운이 보유한 국내 최대 수준 물류 인프라와 다양한 물성을 취급하는 현장의 데이터는 AI 학습과 고도화에 필요한 최적의 환경이다"라며 "리얼월드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물류 현장에 최적화된 피지컬 AI 기술 개발·고도화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확인해야 할 부분은 CJ대한통운이 축적한 운영 데이터가 여러 물류센터와 공정에서 반복해서 활용할 수 있는 로봇의 판단 능력으로 바뀌느냐다. 완충재 투입부터 피킹·분류·검수까지 한 대의 로봇이 맡을 수 있는 업무가 늘어난다면, CJ대한통운이 오래 쌓아온 현장 데이터도 물류 운영의 기록에서 피지컬 AI를 학습시키는 기술 자산으로 성격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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