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행정기관의 문턱은 종종 일방통행으로 느껴지기 쉽다. 제도나 시설이 마련돼 있어도 당사자의 언어가 통하지 않거나 휠체어 탄 이의 손이 닿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되곤 했다.

진주시 시민 편의증진 맞춤형 민원 서비스 확대. ⓒ 진주시
그러나 진주시가 보여주는 행정의 보폭은 사뭇 다르다. 관공서가 정해놓은 틀에 시민을 맞추는 대신, 시민이 털어놓은 일상의 불편을 행정이 직접 주워 담아 정책으로 구현해 낸다.
변화의 물꼬를 튼 것은 지난 5월 온라인 참여 창구인 '국민생각함'에 올라온 소소한 목소리들이었다.
거창한 정책 담론이 아니라 "기계 언어가 낯설어 서류 떼기가 겁난다", "아이를 안고 짐을 든 채 민원 서류를 쓰기 벅차다" 같은 일상의 하소연이었다. 진주시는 이를 단순 건의로 넘기지 않고 행정의 최우선 개선 과제로 올렸고, 불과 서너 달 만에 실제 현장의 풍경을 바꿔놓았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무인민원발급기다. 관내 외국인 주민과 다문화가정, 해외 방문객이 자주 찾는 14개 거점에 한국어 외에도 영어, 일본어, 중국어는 물론 동남아권 이주민이 많은 지역 특성을 반영해 베트남어, 필리핀어, 태국어까지 7개 국어 지원 체계를 완성했다.
말이 통하지 않아 창구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던 외국인 주민들에게 가장 실질적인 행정 해방구가 열린 셈이다.
여기에 휠체어 이용자의 눈높이를 고려한 화면 개편, 손끝 감각을 돕는 점자 키패드 교체, 동전·지폐 투입구의 위치 재배치까지 단행하며 노약자와 장애인이 겪던 물리적 장벽도 함께 걷어냈다.
시청사 내부의 풍경도 세심해졌다. 지난여름 청사 로비에 들어선 민원인 전용 물품보관함이 대표적이다.
두 손에 든 무거운 짐과 가방을 내려놓고 마음 편히 서류를 작성하고 부서를 오갈 수 있게 되면서, 방문객들이 느끼는 심리적·물리적 피로도가 크게 줄었다는 평가다. 사소해 보이지만 행정의 섬세한 배려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주목할 점은 이 같은 변화가 민원실 안쪽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진주시는 '문제가 생기면 신고하라'는 식의 수동적 행정 관행을 깨고, 2명의 전담 공무직으로 꾸려진 '120기동대 순찰반'을 도심 거리로 내보냈다.
파손된 보도블록, 훼손된 교통안전시설, 방치된 쓰레기나 상하수도 이상 등 시민 생활을 위협하는 요소를 현장에서 매의 눈으로 먼저 찾아내 관련 부서로 직배송한다. 시민이 불편을 접수하기 전에 행정이 한발 앞서 해결책을 내놓는 선제적 기동 체계를 안착시킨 것이다.
부서 간 보이지 않는 칸막이를 허무는 행정 내부의 체질 개선도 병행됐다. 복잡한 허가 절차 탓에 이 부서 저 부서를 전전해야 했던 복합민원 원스톱 처리 대상에 하천점용 허가, 폐기물 처리시설 사용개시 신고, 골재 채취 허가 등 까다로운 인허가 11종을 추가해 총 37종으로 확대했다.
민원인은 접수창구 한 곳만 거치면 내부 협의와 심의가 유기적으로 진행되도록 프로세스를 압축했다.
진주시 관계자는 "복합민원 원스톱서비스 확대는 민원인의 불편을 줄이고, 시민중심의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앞으로도 민원인의 입장에서 민원처리 과정을 꼼꼼히 살피고 개선해 더욱 편리하고 만족도 높은 민원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