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양천구 목동 르엘 라운지. = 전훈식 기자
[프라임경제] 서울 목동 한 공간에 들어서자 도심 모델하우스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화려한 장식 대신 나무와 석재의 질감, 부드러운 곡선과 절제된 색감이 시선을 사로 잡는다. 숲속을 연상하는 빛과 소리, 곳곳에 배치된 미술 작품도 공간의 분위기를 더했다.
이곳은 롯데건설이 목동 신시가지 재건축 수주를 위해 마련한 '목동 르엘 라운지'다. 단순 아파트 평면·마감재를 보여주는 견본공간과는 성격이 다르다. 롯데건설이 향후 목동 재건축에서 구현하려는 주거 철학을 먼저 경험하도록 만든 일종 브랜드 체험 공간이다.
롯데건설이 꺼내든 핵심 키워드는 '소르본 프로젝트(Sorbonne Project)'다. 프랑스 파리 소르본과 라탱지구에서 모티브를 얻어 목동이 지난 40여년간 축적한 교육과 자연이라는 정체성에 지성·예술·문화를 결합한다는 구상이다.
"단순히 목동에 어떤 새 아파트를 짓겠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목동이 지난 40년간 쌓아온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재건축 이후 목동은 어떤 도시가 돼야 하는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목동 신시가지 14개 단지는 기존 2만6629가구 392개동에 달한다. 롯데건설은 전체 재건축 예상 공사비를 약 30조원 규모로 보고 있다. 사실상 서울 정비사업 시장에서 손꼽히는 대형 수주전인 셈이다.
◆목동 '교육·숲'에 파리 '지성·예술' 더했다…공간 아닌 생활문화 경쟁
롯데건설이 소르본을 끌어온 배경에는 목동 지역적 특성이 자리한다.
지난 1980년대 계획도시로 조성된 목동은 교육 인프라뿐만 아니라 넓은 보행공간과 녹지, 가로수와 공원이 함께 성장했다. 특히 목동에는 1986년 한불수교 100주년을 기념해 조성된 파리공원도 위치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이 연결고리에 주목했다. 목동 '교육·가족·녹지'와 파리 라탱지구 '지성·인문·예술·문화'를 접목해 미래 목동 주거상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서울 양천구 목동 르엘 라운지. = 전훈식 기자
"지식의 나무가, 목동의 숲이 된다."
롯데건설은 이를 △지식의 나무 △목동의 숲 △예술과 문화로 구체화했다. 라이브러리와 북카페, 프리미엄 학습공간, 에듀케어를 통해 교육을 단순한 커뮤니티 시설에서 생활 콘텐츠로 확장하고, 수경시설과 정원·건축을 연결해 자연을 일상으로 끌어들이는 '바이오필릭 리빙'을 구현한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현대미술과 미디어아트, 음악·클래식 등 문화 프로그램을 더한다.
롯데건설이 목동 생활권을 고려해 마련한 'L'est(르에스트)'와 'L'ouest(르웨스트)' 두 라운지도 해당 철학을 공간으로 옮기는 데 초점을 맞췄다. 프랑스 숲과 정원 등에서 영감을 얻은 공간에는 자연 빛과 그림자, 재료의 질감과 절제된 색감을 적용했다.
실제 도슨트 안내를 따라 라운지 안쪽으로 들어가면 도시 풍경이 숲으로 변화하는 영상이 이어진다. 숲 빛과 바람을 표현한 공간을 지나 카페테리아와 갤러리형 공간으로 연결된다. 화려함이 아닌, 좋은 소재와 절제된 디자인을 강조하는 '사일런트 럭셔리'라는 게 롯데건설 측 설명이다.
김환기와 김창열 등 작가 작품도 공간에 배치했다. 미술품을 단순히 장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주거공간에서도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한다는 전략이다. 향후 라운지는 특정 재건축 단지 조합원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목동 주민에게 개방하고, 주 1회 렉처 콘서트를 비롯한 문화 프로그램과 상담 서비스 등을 운영할 계획이다.
롯데건설이 이날 강조한 건 결국 '하드웨어에서 라이프웨어로'의 전환이다.
실제 롯데건설은 아파트 시장 변화를 △주택 공급 △고층·대단지 △브랜드 아파트 △커뮤니티 경쟁 △하이엔드 △생활문화 경험 총 6단계로 구분했다. 입지와 외관, 대규모 커뮤니티, 고급 마감재를 중심으로 경쟁한 기존 하이엔드 주거와는 다르게 앞으로는 교육·예술·자연·웰니스·기술 등 콘텐츠가 실제 거주자 일상에서 어떻게 운영되는지가 중요해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앞으로 하이엔드 아파트 가치는 외관이 얼마나 화려한지, 커뮤니티가 몇 평인지, 어떤 마감재를 사용했는지만으로 결정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 모든 것을 하나의 생활문화로 연결하는 게 우리가 생각하는 6세대 주거문화"라고 강조했다.
◆그룹 계열사와의 연계…준공 이후 운영까지 수주 경쟁력으로
화려한 콘셉트만큼 관심을 끈 건 롯데건설이 실제 목동 재건축 수주전에서 어디를 겨냥하고 있느냐는 점이었다.
롯데건설은 현재 목동 신시가지 14개 단지를 모두 검토하고 있으며, 특히 △2단지 △7단지 △11단지 △14단지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직 입찰이 진행되지 않은 만큼 최종 수주 참여 여부는 각 사업장 사업성과 추진 여건, 경쟁 환경 등을 종합 고려해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서울 양천구 목동 '르엘 라운지 L’est' 내 미디어아트월. Ⓒ 롯데건설
"처음에는 14개 단지를 모두 대상으로 활동했지만, 사업성과 입지 등을 고려해 현재 4개 단지를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 특히 목동 신시가지 저층·중층 구성 등 단지별 사업 여건도 검토 요소 가운데 하나다."
수주 경쟁에서는 르엘 브랜드에 그치지 않고, 금융조건과 준공 이후 운영까지 차별화 카드로 내세웠다.
롯데건설은 최근 재무건전성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향후 실제 입찰에서는 경쟁사와 비교해 경쟁력 있는 금융조건을 제시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롯데그룹 계열사와의 연계도 강조했다. 호텔 서비스와 유통, 문화·예술 등 그룹 보유 인프라를 주거 서비스와 연결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직접 운영 경험을 가진 컨시어지 시설 등 토대로 아파트 준공 이후 커뮤니티 운영까지 고려하고 있다.
이는 건설사가 커뮤니티 시설을 만들어 인도하는 데서 역할을 끝내는 기존 방식과 차이가 있다. 시설 규모를 키우는 경쟁에서 나아가 입주 후 공간이 어떻게 활용되고 프로그램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는지까지 수주 제안에 담겠다는 것이다.
물론 롯데건설은 목동 재건축 수주전의 구체적인 설계와 금융조건, 계열사 협업 프로그램 등이 확정된 단계는 아니다. 이날 공개된 소르본 프로젝트 역시 개별 단지 완성된 설계안이 아닌, 목동 전체를 바라보는 큰 방향이다.
다만 화려한 청사진이 실제 수주 경쟁력으로 이어질지는 별개 문제다. 이날 롯데건설이 공개한 '소르본 프로젝트'는 목동 전체를 아우르는 콘셉트에 가깝다. 중점 공략 대상으로 꼽은 2·7·11·14단지의 구체적인 설계와 금융조건, 계열사 연계 서비스는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결국 조합원 입장에서는 '라이프웨어'라는 새로운 개념보다 이를 각 단지 사업성과 분담금, 설계·서비스에 어떻게 구현하느냐가 판단의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성수에서 '맨해튼 프로젝트'를 앞세운 롯데건설은 목동에서는 '소르본 프로젝트'를 승부수로 꺼냈다. 교육·자연·예술을 결합한 차별화 전략은 선명하지만, 목동 재건축은 대형 건설사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시장이다.
3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목동 재건축 시장에서 '교육·자연·예술'과 '라이프웨어'라는 전략이 실제 조합원들의 선택을 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