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집중호우로 산사태 경보가 울리거나 기록적인 폭염이 닥쳤을 때, 마을 어르신들의 안부를 가장 먼저 확인하고 위험지대를 돌며 주민을 대피시키는 이들은 다름 아닌 '이장'이다.
행정의 손길이 닿기 전 재난의 최일선에서 뛰는 이들의 헌신에 걸맞은 제도적 보상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온 가운데, 의령군이 선제적인 지원책을 들고나왔다.
의령군은 내년부터 관내 이장들에게 분기별 10만원, 연간 총 40만원의 '재난특별활동비'를 신설·지급한다. 경남도의 도비 지원 방침이 확정되면서 관련 자치법규를 신속히 손질하고 내년도 본예산 편성 작업에 즉각 돌입한 것이다.
현재 전국 시·도의 이·통장 처우는 여전히 '봉사적 성격의 명예직'이라는 전통적 인식의 틀에 갇혀 있다. 행정안전부 기준에 따라 기본수당이 월 40만원 선으로 현실화됐으나, 실제 이들이 감당하는 행정 보조 및 현장 업무의 강도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특히 기상이변이 일상화되면서 농촌 지역 이장들의 역할은 '단순 행정보조'를 넘어 사실상 준(準) 방재 공무원 수준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다수 지자체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기본수당 외 별도 수당 신설을 주저해 왔으며, 지원이 있더라도 일회성 유류비나 통신비 보조 등 미봉책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의령군은 상해보험 가입, 건강검진, 자녀 장학금 등 기존의 후생복지망을 유지하면서도 '재난대응'이라는 특정 공무 성격의 활동을 명시해 고정 수당 체계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타 지자체와 뚜렷한 대비를 보인다. 현장의 위험과 노고를 공식적인 제도권 안에서 보상하겠다는 행정적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지방행정 전문가는 "고령화가 심각한 농촌 기초자치단체일수록 재난발생 초기 공무 인력이 현장에 즉각 도달하기 어렵다"라며 "이장들의 조기 경보와 주민 대피 유도가 인명 피해를 막는 결정적 열쇠인데, 이를 '주민 봉사'로만 치부해선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 의령군의 재난활동비 지급은 현장 방재 책임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현실적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방재안전 전문가 역시 "현행 재난안전법 체계에서도 민관 협력이 강조되지만 정작 현장 활동가의 신체적 위험이나 활동 경비에 대한 보상은 제도적 사각지대에 있었다"며 "상해보험 보장에 더해 재난활동비를 별도로 책정한 것은 이장단에게 공적 책무성과 자긍심을 동시에 부여하는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행정지원의 확대는 현장의 사기 진작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5일 의령군민공원 다목적구장에서 열린 '2026년 의령군 이장가족 한마음대회' 현장은 군의 전폭적인 지원 정책에 화답하듯 활기로 가득 찼다.
오태완 의령군수와 관내 이장 및 가족, 경남 시·군 지회 관계자 등 500여명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서 도·군정 발전에 헌신한 이장 45명에 대한 표창 수여와 함께 화합을 다지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김판시 지회장은 "현장에서 뛰는 이장들의 안전과 실질적인 복지까지 세심하게 살펴주는 군의 적극 행정에 감사드린다"며 "주민과 행정을 단단히 잇는 가교로서 안전하고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오태완 군수는 "이장들은 주민 가장 곁에서 마을의 희로애락을 살피고, 위기 순간 가장 먼저 현장을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이라며 "앞으로도 이장들의 헌신에 걸맞은 합당한 대우와 안전한 활동 여건을 보장하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기상이변에 따른 재난 위협이 갈수록 고조되는 지금 '최일선 방재 파수꾼'을 대우하는 의령군의 선제적 실험이 전국 지자체로 확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