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항 사람들 추진위원회 사무실서 진행된 제1기 학생기자단 발대식. ⓒ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부산항의 역사는 오랫동안 컨테이너와 선박, 물동량으로 기록돼 왔다. 하지만 거대한 항만을 움직이고 오늘의 부산항을 만든 것은 결국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이다.
부두에서 화물을 싣고 내린 노동자와 선원, 해운·물류 종사자, 안전과 보안을 책임진 이들, 어획물 위판부터 가공·냉동·유통까지 수산업을 떠받친 수많은 이들이 주인공이다.
문제는 시설과 산업의 변화는 각종 통계와 문서로 남았지만, 이를 몸으로 겪은 이들의 경험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의 삶과 노동, 숙련의 시간을 찾아 부산의 산업 자산으로 남기려는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더팩트 부산울산본부와 부산노동포럼이 추진하는 '부산항 사람들'이다. 항만·해운·수산 분야 주역을 발굴해 경험과 기술, 기억을 다음 세대로 전하는 공익 프로젝트다.
◆통계에 없는 부산항의 시간
부산항은 지난 수십 년간 급격하게 변했다.
사람의 손에 크게 의존하던 하역은 대형 장비와 자동화 시스템 중심으로 재편됐고 선박은 대형화됐다. 물류·운송과 안전·보안 체계도 고도화됐다. 수산업 역시 어획과 위판에서 가공·냉동·유통까지 산업 구조와 작업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그러나 어떤 기술이 사라지고 새로운 작업 방식이 어떻게 자리 잡았는지, 산업의 위기를 어떻게 넘겼는지는 공식 자료만으로 온전히 복원하기 어렵다.
수십 년간 한자리를 지킨 이들의 기억 자체가 부산항의 산업사인 이유다. 문서와 통계에 담기지 않은 기술과 노하우, 동료들의 이야기와 애환을 목소리로 남기겠다는 것이 프로젝트의 출발점이다.
◆청년이 묻고, 현장 세대가 답한다
이 작업에는 부산지역 대학생들도 참여한다.
지난 10일 부산 중구 '부산항 사람들' 추진위원회 사무실에서는 제1기 학생기자단 발대식이 열렸다. 기자단은 앞으로 관련 산업 현장을 찾아 종사자들을 인터뷰하고 기사와 사진, 영상으로 담는다.
취재 대상은 항만 노동자와 선원, 해운·물류 종사자, 수산업 관계자 등이다.
처음 현장에 들어왔던 순간부터 산업이 변해온 과정, 몸으로 익힌 숙련 기술, 기억에 남는 사건과 동료,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듣는다.
학생기자단은 행사의 주인공이 아니라 기록 전달자다. 부산항의 과거를 살아온 세대에게 청년이 질문하고, 그 답을 다음 세대로 넘기는 역할을 맡는다.
발대식에서는 위촉장 수여와 함께 취재·인터뷰 방법, 기사 작성 원칙 등에 대한 기본교육도 진행됐다. 기자단은 이번 사업이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기록사업으로 자리 잡도록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기록 넘어 '예우'까지
프로젝트는 인터뷰와 취재에서 끝나지 않는다.
발굴된 이들을 다시 항만 역사의 주인공으로 세우고, 오랜 노동과 삶을 시민들과 함께 기억하고 예우하는 과정까지 이어진다.
그 무대가 오는 11월25일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에서 열리는 '부산항人 동행 페스티벌-부산항 사람들'이다.
행사에서는 항만·해운·수산 분야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이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헌정과 시상을 진행한다.
단순히 공로자를 선정해 상을 건네는 기존 시상식과는 다르다. 한 사람이 어떤 자리에서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그 삶과 함께 지역 산업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춘다.
현장 주역들이 직접 변화의 시간을 말하는 토크쇼와 헌정공연도 마련된다.
부산항의 다양한 직업을 청년들에게 소개하는 'JOB SHOW'도 열린다. 선박 운항과 하역, 물류·운송, 안전·보안, 정비, 해운·수산 등 항만을 움직이는 직업 세계를 미래세대와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학생기자단이 취재한 기사와 사진, 영상 역시 페스티벌과 연계해 시민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항만은 앞으로도 자동화되고 선박은 더 커진다. 시설과 시스템 역시 계속 바뀐다.
그러나 그 변화를 몸으로 겪어낸 이들의 기억은 지금 남기지 않으면 되찾기 어렵다.
부산항을 만든 사람을 기록하고, 그 노동을 예우하며, 축적된 경험을 다음 세대로 넘기는 것. '부산항 사람들'이 만들려는 또 하나의 항만 역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