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완경 이후 당뇨병과 이상지질혈증을 함께 앓던 50대 박모씨는 의료진의 권고에 따라 약을 처방받았다. 그러나 유튜브에서 약 복용을 권하지 않는다는 말을 믿고 지속적으로 복용을 미뤘다. 결국 다시 병원을 찾았을 때 콜레스테롤 관련 위험 수치가 오히려 높아진 것으로 확인됐고, 의료진은 치료보다 먼저 약을 먹지 않은 이유부터 확인해야 했다.
이처럼 온라인에서 접한 검증되지 않은 의료정보가 실제 치료 현장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늘면서 학계가 대응에 나섰다. 특히 이상지질혈증은 특별한 증상이 없어 치료 필요성을 체감하기 어려운 데다 완경 이후 여성과 당뇨병·고혈압·비만 등 동반질환이 있는 환자에서 위험도가 높아지는 만큼 정확한 정보 전달과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1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에서 제15회 국제학술대회 ICoLA 2026(The 15th International Congress on Lipid & Atherosclerosis)을 앞두고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내 이상지질혈증의 최신 유병·관리 현황과 치료 방향을 공유했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10일 콘래드 서울에서 '제15회 국제학술대회 ICoLA 2026'을 앞두고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문민경 홍보이사(서울의대 내분비대사내과)가 국내 이상지질혈증의 최신 유병 및 관리 현황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 = 박선린 기자
이날 학회는 '2026 이상지질혈증 팩트시트'와 새롭게 개정한 '2026 이상지질혈증 진료지침'을 공개했다. 아울러 잘못된 의료정보가 환자와 의료진에게 미치는 영향과 학회 차원의 대응 방안, 국가건강검진과 보험 급여기준 등 이상지질혈증 관련 정책 현황 및 향후 과제도 제시했다.
이상지질혈증은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등 혈중 지질에 이상이 나타나는 상태를 말한다. 이 가운데 LDL 콜레스테롤이 높을수록 급성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 심뇌혈관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여성은 완경을 전후해 LDL 콜레스테롤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건강영양조사 2016~2022년 자료를 분석한 한국 이상지질혈증 팩트시트(2024)에 따르면 LDL 콜레스테롤이 160㎎/㎗ 이상이거나 콜레스테롤 약을 복용 중인 '고LDL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은 20~40대까지 남성이 여성보다 높았다. 하지만 50대부터는 상황이 뒤집혔다.
50대 고LDL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은 남성 29.1%, 여성 33.6%였으며 60대에서는 남성 33.2%, 여성 50.0%로 여성의 유병률이 크게 높았다. 완경 이후 여성의 콜레스테롤 관리가 갱년기 증상 관리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상지질혈증 자체는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치료의 걸림돌로 꼽힌다. 여기에 온라인상에서 확산하는 치료제 관련 정보가 환자의 약물 복용 여부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의료진의 설명 부담도 커지고 있다.
박상민 의료정보이사(을지의대 심장내과)는 잘못된 의료정보가 환자와 의료진에게 미치는 영향과 학회의 대응 방향을 발표하며 스타틴 치료에 대한 오해를 지적했다. 그는 "어떤 약재든지 부작용이 발생할 순 있다"면서 "스타틴의 경우에도 간 효소 수치 증가, 근육통, 혈당 상승 등의 부작용이 거론되지만, 굉장히 드물다"고 말했다.

10일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기자간담회 중 발표 화면 일부.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이상지질혈증 관련 허위·왜곡 의료정보 확산'에 대한 학회 성명서가 담겨있다. = 박선린 기자
학회는 유튜브와 SNS, 블로그 등을 통해 이상지질혈증과 스타틴 치료에 대한 허위·왜곡 정보가 확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일반인이 의료정보의 진위를 판단하기가 더욱 어려워진 만큼 단순한 환자 교육을 넘어 의료정보 자체의 신뢰도를 높이는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학회는 공식 디지털 콘텐츠를 확대하고 온라인 의료정보 팩트체크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국민 대상 교육과 공공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잘못된 의료정보가 치료 중단이나 지연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학회 차원에서 직접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국내 이상지질혈증 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이번 간담회에서 확인됐다. 문민경 홍보이사(서울의대 내분비대사내과)는 '2026 이상지질혈증 팩트시트'를 통해 국내 유병 및 관리 현황을 소개했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고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은 2010년 11.9%에서 2024년 30.3%로 크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질환 인지율은 2010~2012년 45.5%에서 2022~2024년 70.8%로 높아졌고, 치료율도 35.8%에서 64.8%로 상승했다. 조절률 역시 28.6%에서 58.9%로 개선됐다.
치료와 질환 인지 수준은 과거보다 개선됐지만 유병률 자체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치료 약제에서는 스타틴이 여전히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스타틴과 에제티미브를 함께 사용하는 2제 병용요법도 증가하는 추세다.
학회는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이상지질혈증 치료제의 보험 급여기준을 현실화하는 한편 현재 고혈압과 당뇨병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사업에 이상지질혈증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만성질환 등록사업에 이상지질혈증을 포함하기 위한 근거 마련과 관련 협의도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