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8월 731대. 한국GM의 국내 성적표는 분명 초라하다. 8월 내수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39.4% 감소했고, 올해 1~8월 누적 판매도 6768대로 35.9% 줄었다.
국내 시장만 보면 '부진'이라는 표현이 전혀 과하지 않다. 한때 국내 완성차 시장의 한 축을 맡았던 브랜드라는 점을 생각하면 월 1000대에도 못 미치는 판매량은 존재감이 크게 줄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국GM은 정말 장사가 안 되는 걸까.
제너럴 모터스(General Motors, 이하 GM) 입장에서 답은 조금 다르다. 한국GM의 8월 해외 판매는 2만2311대로 전년 동월 대비 12.4% 늘었다. 올해 1~8월 누적 해외 판매도 33만3916대로 14.3% 증가했다.
내수가 크게 줄었는데도 수출 덕분에 전체 판매는 34만684대로 12.6% 늘었다. 한국에서 차는 잘 안 팔린다. 그런데 한국에서 만든 차는 해외에서 잘 팔린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살펴보자. 8월 국내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36.7% 줄었지만 해외 판매는 16.1% 증가했다. 트레일블레이저와 함께 지난해 미국에서만 42만2792대가 팔렸고, 미국 소형 SUV 시장의 약 43%를 차지했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국내 승용차 수출 1위도 기록했다.

인천 부평구 한국GM 부평공장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차량이 출고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내 소비자에게는 존재감이 줄어든 쉐보레의 주력 모델이지만, GM에게는 글로벌 판매를 책임지는 핵심 상품이다. 이쯤 되면 한국GM을 어떤 기준으로 봐야 할지 다시 묻게 된다.
GM이 한국GM에 기대하는 역할은 이미 분명하다. GM은 지난 3월 한국GM에 6억달러, 약 88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한국을 글로벌 소형 SUV 핵심 생산 거점으로 규정했다.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 등의 수출 성공을 한국GM의 경쟁력으로 직접 언급했고, 연간 50만대 생산 능력을 갖춘 글로벌 생산기지라는 점도 강조했다.
국내 판매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쉐보레의 브랜드 존재감이 약해지는 건 분명 GM에도 아쉬운 일이다. GM은 쉐보레에 GMC와 뷰익을 더하는 멀티 브랜드 전략을 통해 국내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겠다는 계획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현재 숫자를 보면 한국GM의 핵심 임무는 국내 점유율 확대보다 글로벌 수요를 받아 생산하고 수출하는 쪽에 훨씬 가깝다. 그리고 그 임무는 지금 꽤 잘 수행되고 있다. 이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숫자가 있다.
연간 50만대.
GM은 2023년부터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을 중심으로 연간 50만대 규모의 생산 체제를 강조해왔다. 하지만 실제 판매는 번번이 50만대 문턱을 넘지 못했다. 판매는 △2023년 46만8059대 △2024년 49만9559대 △2025년 46만2310대에 머물렀다. 특히 2024년에는 불과 441대를 남기고 50만대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 전체 46만2310대 가운데 수출만 44만7216대였다.
올해는 조금 다르다. 한국GM은 1월 4만4703대로 출발해 3월 5만1215대, 4월 4만7760대, 5월 4만7081대, 6월 4만8134대, 7월 4만2119대를 판매했다. 올해 1~8월 가운데 6개월이 월 4만대를 넘었다. 상반기만 27만5523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기 대비 10.5% 증가했다. 8월에는 하계휴가와 설비공사가 겹치며 전체 판매가 2만3042대까지 내려왔지만, 해외 판매 자체는 전년 동월보다 12.4% 늘었다.
8월까지 누적 판매는 34만684대. 50만대를 채우려면 남은 넉 달 동안 15만9316대, 월평균 약 3만9800대가 필요하다. 올해 1~8월 월평균이 약 4만2600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2023년부터 번번이 놓쳤던 50만대가 올해는 상당히 현실적인 숫자로 다가왔다.
중간에 변수도 있었다. 한국GM의 주력 수출 시장이 미국인 만큼 미국의 자동차 관세 확대는 한때 한국 생산 물량의 경쟁력을 흔들 수 있는 상당한 위험요인으로 꼽혔다. 다만 적어도 현재 판매 실적에서는 관세 충격이 수출 흐름을 꺾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관세 위험이 사라졌다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숫자만 보면 한국GM의 50만대 도전을 가로막는 결정적인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지는 않는다.
결국 월 731대라는 숫자는 한국GM의 한쪽 얼굴만 보여준다. 국내 판매 회사로 보면 부진하다. 하지만 글로벌 생산기지라는 GM의 기대 역할은 충분히 해내고 있다. 해외 판매는 증가하고 있고 8800억원의 추가 투자도 확정됐으며 2023년부터 바라보던 연간 50만대도 다시 가시권에 들어왔다.
그래서 한국GM의 내수 부진은 GM 입장에서 아쉽기는 해도 치명적이지 않은 문제다. 한국에서 월 731대에 그치는 건 분명 아쉽다. 다만 GM에게 더 중요한 건 부평과 창원에서 얼마나 경쟁력 있게 차를 만들어 글로벌 시장에 공급하느냐다.
올해 마침내 50만대까지 넘어선다면 더 선명해진다. 한국에서 차를 많이 팔지는 못해도 한국에서 차를 많이 만들어 해외에 파는 회사. 지금 한국GM의 정체성은 그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