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정부가 추진하는 미래대응기금의 세부사업 140개 가운데 기획예산처가 직접 성과관리 대상으로 지정한 사업이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형성과 인적자본 투자 등 기금 취지에 부합하는 사업 비중도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는 지난달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미래대응기금 비공개 당정협의를 진행했다. © 연합뉴스
10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한 '미래대응기금, 미래? 저당기금!' 긴급토론회에서 김우철 한국재정학회장은 미래대응기금 사업·재원 운용방식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총지출 820조9000억원을 편성했다. 미래대응기금은 총 162조원 규모로 조성, 이 가운데 104조4000억원을 여유자금으로 적립해 민간 금융기관 등에 맡겨 목표수익률 3.85% 수준으로 운용할 계획이다.
문제는 같은 기간 국가채무 증가 규모와 기금 적립액이 비슷하다는 점이다. 내년도 국가채무(D1) 증가액은 106조원으로, 미래대응기금 여유자금 적립액 104조4000억원과 약 1조6000억원 차이에 불과하다.
김 회장은 "정부 전체를 하나의 대차대조표로 본다면 적자가 거의 없는 해에 채무가 106조원 늘어나는 이유는 미래대응기금 적립금 단 하나"라고 분석했다.
박 의원은 기금의 목표수익률과 자금조달 금리 간 차이가 크지 않아 운용 실익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금리와 수익률 차이가 없어 기대 순수익은 거의 없고 이자만 연 3~4조원 발생할 것"이라며 "통장에 넣으려고 빚을 내는 이해할 수 없는 돌려막기"라고 비판했다.
미래대응기금 중 실제 사업에 투입되는 45조원의 구성도 도마에 올랐다. 박 의원실과 김 회장 분석에 따르면 총 140개 세부사업 가운데 자본형성과 인적자본 투자 등 미래대응기금 취지에 부합하는 사업 비중은 42%에 그쳤다. 반면 경상이전과 현금성 지원, 지방 일반재원 등은 40%를 차지했다.
또 140개 사업 가운데 61개, 18조3000억원 규모는 기존 사업을 미래대응기금으로 이관한 것으로 분석됐다. 기획예산처 성과계획서상 140개 사업 가운데 직접 성과관리 대상으로 지정된 사업도 한 건도 없었다. 예산처는 그 사유로 '타 부처 수행사업'을 제시했다.
박 의원은 "예산처가 타 부처 사업으로 미루고 성과관리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미래대응기금으로 따로 사업을 분류하고 예산을 편성할 이유도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는 전남·광주 이관사무 지원 6500억원, 농어촌 기본소득 1조1658억원, 한국전력공사 출자 5000억원, 행정통합 인센티브 2조8500억원 등이 기금 취지에 맞지 않는 주요 사업으로 분류됐다.
김 회장이 분류한 관련 주요 사업 20개의 규모는 총 21조7000억원에 달한다.
기금 도입을 위한 입법 절차가 충분한 숙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행정절차법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 입법예고 기간을 40일 이상으로 두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정부는 기금법·국가재정법·교부세법·교부금법 등 관련 법률 4개를 묶어 5일 동안 입법예고 절차를 진행했다는 것이 김 회장의 설명이다.
이날 송헌재 서울시립대 교수는 "호황기에 벌어들인 세수의 우선순위를 부채 상환에서 신규 곳간 적립으로 옮기는 것이 과연 미래 세대를 위한 선택인지 정부는 답해야 한다"고 짚었다.
황상현 상명대 교수는 "재정민주주의와 지방자치 재정권, 거시건전성 측면에서 위험 요소가 있다"고 지적, 장혜성 고려대 박사는 국회 예산통제 약화와 재원 지속가능성 문제 등을 우려했다.
박 의원은 "미래세대를 위해 일시적 초과세수는 법에 따라 국가채무부터 갚아야 한다"며 "국회 논의 과정에서 혈세가 함부로 쓰이지 않도록 철저하게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