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전고체 동맹' 가동…화재 안전성·런타임·무게중심 설계 필수

유일로보틱스가 2대 주주인 SK온과 손잡고 휴머노이드 전용 전고체 배터리 공동 개발에 본격 착수한다. ⓒ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프라임경제] 유일로보틱스(388720)가 2대 주주인 SK온과 손잡고 휴머노이드 전용 전고체 배터리 공동 개발에 본격 착수한다. 국내 로봇 하드웨어 제조사와 글로벌 배터리 거인이 연합해 차세대 피지컬 AI 의 핵심 동력원 기술과 공급망을 선점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유일로보틱스와 SK온은 정부가 추진하는 휴머노이드용 교체형 표준 배터리 기술개발 사업의 세부 과제 수행기관으로 선정됐다.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플랫폼에 탑재할 전고체 배터리 셀 및 특화 팩 모듈, 배터리관리시스템(BMS) 공동 연구개발(R&D) 프로젝트다.
유일로보틱스가 보유한 로봇 동역학 해석 및 기구 설계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출력·고안전성을 갖춘 SK온의 전고체 배터리를 유기적으로 통합하는 형태다.
◆ 단순 공정 납품 넘어선 '완제품 동맹'…지분 투자·콜옵션 이어 시너지 '가속'
양사의 협력 심화는 예견된 궤적이라는 평가다. SK온은 앞서 미국 법인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를 통해 약 367억원 규모의 유일로보틱스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 지분 14.6%를 확보하며 단숨에 2대 주주로 올라섰다.
특히 계약 조건에는 향후 SK온이 김동헌 유일로보틱스 대표 등의 지분을 매수해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할 수 있는 콜옵션(주식매도청구권) 조항이 포함돼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이에 더해 SK온의 전략기획 및 기술 출신 인사들이 유일로보틱스 사내외 이사진에 합류하며 사실상 공동 경영·협력 라인을 구축해 왔다.
기존 협력이 SK온 조지아주 공장 등 글로벌 생산 기지에 유일로보틱스의 스마트팩토리 솔루션과 협동·직교로봇을 납품하는 수준이었다면, 이번 전고체 공동 개발은 협력의 체급을 '차세대 완성형 로봇 시장'으로 단번에 끌어올린 분기점으로 꼽힌다.
유일로보틱스는 연초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현지 법인을 설립해 북미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으며, SK온의 글로벌 인프라와 결합해 현지 제조·물류 현장 투입용 로봇 완제품 개발까지 시야를 넓히고 있다.
◆ 휴머노이드 전고체, 밀도·안전성·설계 자유도의 '3대 난제 해결사'
테슬라, 보스턴다이내믹스, 피규어AI 등 글로벌 로봇 기업들이 상용화 단계에서 가장 큰 벽으로 마주하는 문제는 다름 아닌 '배터리'다. 휴머노이드 환경에서 기존 리튬이온(액체 전해질) 배터리는 명확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으며, 전고체 배터리가 유일한 돌파구로 지목되는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는 절대적 안전성이다. 산업 현장과 물류 라인, 나아가 서비스 현장에서 사람과 부딪히며 작업해야 하는 휴머노이드는 배터리 열폭주로 인한 화재 위험을 완벽히 차단해야 한다.
유기 액체 전해질 대신 불연성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전고체 배터리는 외부 충격이나 관통, 낙하 시에도 발화 위험이 극히 낮아 사람과 공존하는 협업 로봇의 전제 조건으로 꼽힌다.
둘째는 연속 가동 시간(런타임)과 에너지 밀도의 혁신이다. 수십 개의 액추에이터(모터)를 쉴 새 없이 구동하는 동시에 고성능 온디바이스 AI 컴퓨팅을 실시간으로 처리해야 하는 휴머노이드는 극심한 전력 소모를 겪는다.
현재 개발된 대다수 휴머노이드의 작동 시간은 2~3시간에 불과해 1교대(8시간) 작업조차 감당하기 어렵다. 동일 무게·부피 대비 에너지 밀도가 압도적으로 높은 전고체 배터리가 탑재되면 로봇 본체 무게 증폭 없이도 가동 시간을 비약적으로 늘릴 수 있다.
셋째는 무게중심(CoG)과 폼팩터 자유도다. 이족보행 휴머노이드는 보행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골반이나 흉부 등 협소하고 비정형적인 공간에 배터리를 집중 배치해야 한다. 전고체 배터리는 셀 팽창(스웰링) 제어가 용이하고 슬림화·맞춤형 모듈화가 가능해, 로봇의 동역학적 밸런스를 유지하고 페이로드(가반하중)를 늘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 'K-로봇·배터리 연합'의 출격…빅테크 패권 경쟁 속 '독자 생태계' 구축
테슬라의 '옵티머스', 현대차그룹-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 삼성전자의 레인보우로보틱스 투자 등 글로벌 빅테크 진영이 앞다퉈 로봇 수직계열화에 나서는 가운데, SK그룹 역시 유일로보틱스를 핵심 축으로 삼아 '피지컬 AI' 밸류체인의 밑그림을 구체화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휴머노이드 경쟁의 성패가 단순한 거대언어모델(LLM) 기반의 두뇌 싸움을 넘어, 신뢰성 높은 전원 공급 및 구동 하드웨어의 결합력에서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로봇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휴머노이드의 지능은 빠르게 평준화되고 있는 반면, 공장에서 하루 종일 안전하게 버틸 수 있는 '심장(배터리)'과 '관절(구동기)'의 물리적 완성도는 여전히 병목 현상"이라고 짚었다.
이어 "SK온의 셀 기술력과 유일로보틱스의 메카트로닉스 설계 역량이 결합된다면 하드웨어 완성도 측면에서 글로벌 톱티어에 필적하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