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내 기업들의 매출 증가세가 2분기 들어 두 배 가까이 확대되며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인공지능(AI) 투자 수요에 따른 반도체 호황이 실적 개선을 주도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더라도 성장성과 수익성이 모두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2분기 기업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외부감사 대상 기업의 올해 2분기 매출액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26.7%로 집계됐다.
지난 1분기 13.5%보다 13.2%포인트(p) 확대된 것으로, 비교 가능한 2015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총자산 증가율도 1분기 4.7%에서 2분기 6.8%로 높아졌다.
매출 증가세는 제조업이 이끌었다. 제조업 매출액 증가율은 1분기 21.1%에서 2분기 39.6%로 뛰었다. 반도체 업황 호조세가 이어지면서 기계·전기전자 업종의 매출 증가율이 52.1%에서 88.5%로 확대된 영향이다.
특히 전자영상통신장비 업종의 매출액 증가율은 75.7%에서 119.7%로 급등하며 제조업 전체의 증가세를 크게 끌어올렸다.
다만 반도체 대기업을 제외하더라도 기업들의 전반적인 실적 개선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이미주 한은 경제통계1국 기업통계팀장은 "제조업 매출액 증가율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14.0%로 격차가 축소된다"며 "매출액영업이익률도 두 기업을 제외하면 7.2%로 낮아져 비제조업(5.0%)과의 격차가 그렇게 크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해도 성장성과 수익성이 개선되는 등 전체적으로 영역을 가리지 않고 지표가 좋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제조업 매출액 증가율도 1분기 3.7%에서 2분기 9.7%로 확대됐다. 운수업은 중동전쟁 본격화에 따른 유조선·벌크선 등 해운 운임 상승과 항공화물 수요 확대 영향으로 8.1%에서 13.6%로 높아졌다. 도소매업 역시 반도체 판매업체와 백화점 등 유통업체 전반의 호조에 힘입어 7.1%에서 13.7%로 상승했다.
그동안 부진했던 건설업도 회복 조짐을 보였다. 건설업 매출액 증가율은 1분기 -4.0%에서 2분기 0.3%로 올라 8분기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반도체 공장 공사물량 확대 등이 영향을 미쳤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의 매출 증가율이 16.0%에서 30.5%로, 중소기업은 2.4%에서 10.2%로 각각 상승했다.
◆ 반도체 '영업 레버리지' 효과…영업이익률 16.9%
수익성 개선 폭도 컸다. 매출액영업이익률은 지난해 2분기 5.1%에서 올해 2분기 16.9%로 세 배 이상 상승했다. 이 역시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매출액세전순이익률도 같은 기간 5.3%에서 23.1%로 뛰었다.
제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지난해 2분기 5.1%에서 올해 2분기 24.0%로 크게 높아졌다. 특히 기계·전기전자 업종은 7.4%에서 43.0%까지 급등했다. 고정비 비중이 큰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매출 증가폭보다 영업이익 증가폭이 더 커지는 '영업 레버리지 효과'가 나타난 영향이다.
중동전쟁에 따른 정제마진 상승 수혜를 입은 석유·화학 업종도 영업이익률이 2.5%에서 9.5%로 상승했다. 반면 비제조업은 5.1%에서 5.0%로 소폭 하락했다. 특히 운수업은 고유가와 우회 항로 이용에 따른 비용 증가로 영업이익률이 7.0%에서 4.8%로 떨어졌다.
기업의 전반적인 재무 안정성도 개선됐다. 부채비율은 1분기 87.0%에서 2분기 84.5%로 낮아졌고, 차입금의존도 역시 23.9%에서 22.8%로 하락했다.
중소기업의 재무안정성 지표와 관련해 이 팀장은 "숙박·음식, 도소매 등 비제조업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자금 수요가 커진 영향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하반기에도 AI 투자 수요에 기반한 반도체 호조와 내수 회복 등에 힘입어 기업 지표의 개선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중동전쟁과 미국 관세정책 등 대외 불확실성은 변수로 꼽았다.
이 팀장은 "견조한 AI 투자 수요에 기반해 반도체 업황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고 내수도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전체 지표의 개선 흐름이 반도체 제조업을 중심으로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중동전쟁 전개 상황과 미국 관세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만큼 국내 기업의 경영 여건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내다봤다.
한편 이번 조사는 지난해 말 기준 외부감사 대상 법인기업 2만6509개 가운데 조사 부적합 업종을 제외한 4260개 기업을 표본조사해 추계한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