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기아(000270)가 PBV 전용 생산공장에서 공정 특성에 따라 사람과 자동화 설비의 역할을 나누고 있다. 차체 용접은 100% 자동화했지만 조립공장은 29% 수준이다. 대신 차량마다 다른 사양을 데이터로 구분하고 자동창고·로봇 등을 활용해 다차종 생산에 대응한다.
기아는 지난 8일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 오토랜드(AutoLand) 화성에서 열린 'PBV 생산 허브 테크 데이' Q&A를 통해 화성 EVO Plant East의 자동화 현황과 운영 방향을 공개했다.
현재 EVO Plant East 차체공장은 용접 공정의 자동화율이 100%다. 부품 이송 등 핸들링 작업도 약 80%가 자동화돼 있다. 다만 최종 품질 확인과 수정이 이뤄지는 메탈피니시 라인에는 작업자가 남아 있어 전체 차체공장 자동화율은 80% 초반 수준이다. 반면 조립공장의 자동화율은 약 29%다.

기아 PBV 생산 허브 테크 데이에서 오토랜드 화성 공장장 소득영 전무가 발표하는 모습. ⓒ 기아
공정별 격차가 큰 이유는 다루는 부품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조립공장에서는 약 600개의 부품을 취급한다. 형태가 일정한 부품뿐 아니라 루프 패드와 헤드라이닝처럼 부드럽고 형태가 쉽게 변하는 부품도 포함된다. 이런 부품은 여전히 작업자의 손길이 필요한 영역이 남아 있다. 기아는 EVO Plant East에서 루프 패드와 헤드라이닝의 투입·장착까지 자동화 범위를 넓히고 있다.
100% 자동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기아는 작업자를 완전히 배제하는 방향을 제시하지 않았다. 기아는 "작업자들과 공존하는 공장 건설과 운영을 위해서는 2교대 운영이 현재까지 최적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설비에도 가동을 멈추는 시간이 필요하고 최종 품질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작업자가 맡아야 할 역할도 남아 있다는 판단이다.
◆PV5 180여개 사양…사람 대신 데이터로 구분
자동화의 역할은 사람의 작업을 대체하는 데만 있지 않다. PBV 특유의 다품종 생산을 같은 설비에서 소화하는 데도 활용된다. PV5는 차체공장 기준으로 구분되는 사양만 180여개를 웃돈다. 패신저와 카고, 섀시캡 등 기본 형태가 다르고 각 차량에 적용되는 부품과 사양도 다시 나뉜다.
기아는 이를 처리하기 위해 공장 내부에 자동창고를 구축하고 부품에는 데이터 매트릭스를 적용했다. 작업자가 육안으로 패널을 구별해 투입하는 대신 설비가 데이터를 읽어 사양을 자동으로 구분한다. 앞뒤 차량의 사양이 달라도 각각 필요한 부품을 골라 조립할 수 있도록 생산설비를 구성했다.

아 PBV 생산 허브 테크 데이에서 미디어 Q&A를 진행하는 모습. ⓒ 기아
엠블럼 부착 공정도 같은 방식이다. 카고와 패신저, 섀시캡은 물론 캠퍼와 프라임, WAV(Wheelchair Accessible Vehicle) 등 차량 사양에 따라 어떤 엠블럼을 어느 위치에 붙여야 하는지 설비가 자동으로 판단한다. 차량 생산정보가 실시간으로 전달되면 로봇이 해당 사양에 맞는 엠블럼을 골라 부착한다.
다차종 생산에서는 이런 사양 판별 과정이 중요하다. 한 라인에 서로 다른 차량이 연이어 들어오더라도 작업자가 매번 사양을 확인하고 부품을 바꿔 끼우는 부담을 줄일 수 있어서다.
◆자동화율 9% 높여…품질·운영 효율 10% 개선
자동화 확대에 따른 효과도 수치로 나타났다. 기아에 따르면 EVO Plant East의 자동화율은 기존 화성공장보다 약 9% 높다. 품질과 운영 측면의 효율은 약 10% 개선됐다.
기아는 "자동화가 많이 되다 보니 효율성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라며 "품질이나 운영 측면에서 약 10% 정도의 효율성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기아 PBV 생산 허브 테크 데이에서 PBV컨버전개발팀 이시영 책임매니저가 발표하는 모습. ⓒ 기아
자동화 수준이 높아진 만큼 설비 관리의 복잡성은 커졌다. 라인이 멈추는 주말에는 로봇 티칭 등 추가 작업이 필요하고 사람이 직접 작업할 때보다 설비에 내려야 하는 제어 명령도 많아졌다. 기아는 이런 부담에도 전체적인 생산 효율은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화 기술은 AI 영역으로도 넓어지고 있다. 기아는 터널형 외관 비전검사에 AI를 적용해 알고리즘을 고도화하고 외관 품질을 높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차체공장에서는 AI 용접기를 활용해 다차종 패널별 최적의 용접 품질 확보를 추진 중이다. 고전압 배터리 체결 공정은 로봇이 맡아 차량별 체결 토크값과 작업 결과를 실시간 품질 데이터로 저장한다.
◆West 30% 자동화…검증 기술 양산공장 확대
2027년 가동을 앞둔 EVO Plant West에서는 자동화 수준을 더 높인다. East 조립공장이 20% 후반대라면 West는 30%대 자동화율을 목표로 한다. East에서 적용한 기술을 대부분 이어받고 AMR(Autonomous Mobile Robot, 자율 부품 이송 로봇)과 AI 기술을 추가한다.
West에서 새롭게 적용한 기술은 양산성이 확인되면 East와 기존 양산공장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기아는 West에서 검증된 기술을 PBV 공장뿐 아니라 기존 생산거점에도 전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아의 PBV 생산 자동화는 자동화율 자체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방식과는 조금 다른 방향을 택하고 있다. 반복성과 정밀도가 필요한 영역에는 로봇과 데이터를 적극 투입하고 다양한 변수에 대응해야 하는 공정에는 작업자의 역할을 남겨뒀다.
특히 PV5처럼 180여개 사양을 한 생산체계에서 처리해야 하는 PBV에서는 자동화율보다 서로 다른 사양을 얼마나 정확하게 구분하고 안정적으로 생산하느냐가 중요해진다. 기아가 화성 EVO Plant에서 말하는 '공존' 역시 다차종 생산을 위한 자동화 전략의 한 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