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그야말로 인공지능(AI) 시대입니다. 어느 기업이든 미래 성장성을 놓고 AI를 논하지 않고선 살아남을 수 없게 된 모습이죠.
이에 따라 AI 데이터센터가 빠르게 늘면서 전력 수요도 폭증하는 추세입니다. 즉, 데이터센터를 언제 가동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전력 인프라가 사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른 상태입니다.
여기서 에너지저장장치(ESS)라는 키워드가 주목받게 됩니다. 하루 24시간, 1년 365일 전기를 먹어 치워 '에너지 먹는 하마'로 불리는 데이터센터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선 해법이 필요했기 때문이죠.
ESS는 쉽게 말해 거대한 산업용 보조배터리입니다. 에너지저장장치라는 이름처럼 말입니다. 전력이 남을 때 저장해뒀다가 부족할 때 꺼내 쓰는 설비입니다. 잡은 물고기를 통발에 넣어놨다가 필요할 때 꺼내 먹는 구조랄까요.
태양광·풍력 등 날씨와 환경에 따라 발전량이 들쭉날쭉한 재생에너지의 약점을 메우는 용도로 주로 사용돼 왔습니다. 간헐성을 보완해 주는 보조 설비였죠.

LG에너지솔루션 전력망용 ESS 배터리 컨테이너 제품. ⓒ LG에너지솔루션
하지만 이젠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 수요를 감당하고, 안정성까지 지켜주는 역할을 하게 됐습니다.
데이터센터는 수만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서버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부하가 급변하는데, ESS는 이런 전력 변동을 줄이고 발전량과 실제 수요 차이를 조정해 정전 등의 전력 공백을 줄이죠.
시장 전망도 밝습니다. 최근 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ESS 시장은 지난 2023년 185GWh에서 2035년 1449GWh로 급성장할 전망입니다. 연평균 성장률은 19%에 달합니다.
특히 국내 배터리업계에서 기존 전기차 중심의 사업 구조를 ESS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전기차 캐즘이 장기화된 것도 사업 중심축을 옮기는 데 직접적인 계기가 됐습니다.
AI가 몰고 온 전력난이 역설적으로 K-배터리에겐 반등의 발판을 마련해주게 된 셈이죠. 전기차라는 외길에서 벗어나 ESS라는 새 활주로를 발견한 것입니다.
전기차 캐즘 위기론이 대두되는 상황 속 유일한 대안 시장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물론 과제도 있습니다. 중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입니다. 중국의 공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미국의 대중국 규제 강화로 미국 현지에서 생산 기반을 갖춘 K-배터리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기회가 커지는 만큼 세계 최대 ESS 시장 중 하나인 미국에서 얼마나 큰 성과를 가져오고, 글로벌 주도권을 쥘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