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1. 통계가 말해주는 현실: 조급함이 부르는 '하향 평준화'의 덫
군이라는 특수하고 명예로운 조직에서 청춘을 바치고 사회로 돌아오는 전역예정 제대군인 여러분을 현장에서 만날 때마다, 가장 안타까운 순간은 '하루라도 빨리 아무 일자리나 잡아야 한다'는 조급함을 마주한다는 것이다.
계급정년·근속정년으로 인해 자녀 양육과 주거 마련 등 돈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3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에 전역한다는 점 때문에 전역 직후의 소득 단절이 심리적 압박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노동시장 통계가 보여주는 현실은 분명하다. 준비 없이 서두른 사회 진출은 더 큰 직업적·경제적 위기로 이어진다.
관련 조사에 따르면, 전역 1년 차 제대군인의 취업률은 30%대에 머무른다. 20년 미만 복무 제대군인을 대상으로 한 국가보훈처의 전수조사에서도 취업률이 56.6% 수준에 이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전역자 다수가 몇 년간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지 못한다는 뜻이다.
더 큰 문제는 취업의 질이다. 민간 직무 역량을 사전에 준비하지 못한 채 사회로 나온 전역자 다수가 군에서 쌓은 리더십과 조직 관리 경험을 인정받지 못한다. 실제 취업 직종 통계를 보면 1위는 보안·경비(19.1%), 2위는 사무경영(17.1%), 3위는 건설·시설관리(16.9%)로 나타난다. 진입 장벽이 낮은 직종으로 대거 흡수되는 상황이다.
임금 수준도 마찬가지다. 통계청 중장년층 행정통계에 따르면, 미취업 상태에서 재취업한 중장년 임금근로자의 54.0%가 월평균 200만원 미만의 임금을 받는다. 또 다른 조사연도 자료에서는 재취업 남성 근로자의 임금이 종전 직장 대비 월평균 약 95만원 정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다. 조급한 마음에 무작정 뛰어든 재취업은 당장의 생계는 해결해 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직무 불만족과 조기 재퇴직으로 이어지는 하향 이동의 악순환을 만든다.
2. 법정 전직 준비 기간: 선택이 아닌 '필수 골든타임'이다.
이 악순환을 끊는 유일한 열쇠는 군인사법에 의해 법적으로 보장된 전직 준비 기간(중기복무자 최장 3개월, 장기복무자 최대 1년 내외)을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기간은 그저 전역 전 쉬어가는 시간이 아니다. 내 군 경력을 국가직무능력표준(NCS)과 민간 기업이 이해하는 직무 언어(PM, HR, SCM, 안전관리 등)로 재구성하고, 실질적인 역량을 갖추는 '인생 2막의 골든타임' 으로 삼아야한다.
전역예정 제대군인이 꼭 실천해야 할 3가지 전략
1. 법정 전직 준비 기간을 최대로 확보해야한다.
소극적으로 남겨두지 말고, 전역 전 최소 3개월에서 6개월 이상은 오롯이 직무 역량 강화와 실무 준비에 집중해야한다.
2. 전직지원금 제도를 미리 숙지해야한다.
군인연금 미대상자라면, 국가보훈부의 전직지원금(중기복무자 월 58만원, 장기복무자 월 81만원, 최장 6개월 지급)을 사전에 확인하고 신청 절차를 준비해야한다. 전역 직후 구직 활동 기간의 유용한 소득 완충지대가 된다.
3. 제대군인지원센터의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해야한다.
전역 전부터 직무 교육 및 경력 컨설팅 프로그램에 참여해, 민간 현장에서 요구하는 전문 역량을 확실하게 쌓아야한다.
4. 승리하는 군인은 철저한 준비 끝에 전장에 나선다.
성공적인 전직은 '얼마나 빨리 취업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가치 있는 내 일을 수행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전역 직후의 3~6개월은 인생 전체로 보면 짧은 시간이다. 준비 없이 뛰어든 민간 노동시장에서의 3개월은 평생의 직업 격차를 결정지을 수 있다.
지금 바로 전직 지원 제도를 확인하고, 나의 소득 안전망과 전직 로드맵을 설계해야한다. 확실히 준비된 시간과 경제적 안정이 갖춰졌을 때, 비로소 민간 기업의 채용 담당자 앞에서 대등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역량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이광호 서울지방보훈청 제대군인지원센터 기업협력팀 상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