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기업의 인공지능(AI) 도입 속도와 사람의 변화 속도 사이에 간극이 벌어지고 있다. Harvey Nash가 전 세계 기술 전문가 3600여명을 조사한 올해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75%는 AI 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고 답했지만, 5명 중 1명은 AI를 사실상 독학했고 23%는 공식적인 AI 교육을 기다리고 있었다. 젊은 세대의 불안도 크다. 글래스도어 조사에서는 X세대 직장인의 거의 절반이 AI를 긍정적으로 바라본 데 비해 Z세대는 3명 중 1명 수준이었다. 미국 신입직 공고가 전년 대비 35% 감소한 가운데 올해 졸업예정자의 약 90%가 AI·자동화로 신입 직무가 대체될 가능성을 우려한다는 조사도 나왔다. 'AI 네이티브'가 오히려 AI로 첫 일자리가 사라질 것을 걱정하는 역설이다.
이제 기업의 인재육성도 달라져야 한다. 지금까지 AI 교육은 생성형 AI 사용법과 프롬프트 작성, 업무 자동화에 집중해왔다. 하지만 AI를 많이 사용한다고 성과가 자동으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CIO가 소개한 메타 사례에서는 소프트웨어·인프라 코드 변경 건수가 전년보다 220% 증가했지만 실제 사용자에게 전달된 신규·개선 기능은 36% 증가하는 데 그쳤고, 기술·보안 사고는 40%, 이를 수습하는 직원의 시간은 70% 늘었다. AI는 생산량을 늘릴 수 있지만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 그 결과가 가치 있는지를 판단하는 책임까지 대신하지 않는다. 필요한 인재는 'AI를 많이 쓰는 사람'이 아니라 AI로 문제를 정의하고 결과를 검증해 성과로 연결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AI 리스킬링도 기술 재교육을 넘어야 한다. AI를 업무에 적용하는 활용 역량, 답을 검증하는 판단 역량, 해결해야 할 문제를 찾아내는 문제정의 역량, 사람과 역할을 연결하는 협업 역량, 변화에 따라 자신의 역할을 바꾸는 경력개발 역량을 함께 길러야 한다. 하버드비즈니스스쿨·MIT·워싱턴대 연구진이 숙련 평가자 22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에서는 거대언어모델(LLM)이 추천과 설명을 함께 제공할 때 인간이 AI 판단에 동조하기 쉬워지는 현상도 나타났다. AI 시대에는 AI에게 판단을 맡기는 교육이 아니라 AI의 판단을 다시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을 만드는 교육이 필요하다.
기업의 HRD 역시 '교육 제공'에서 ‘직무 재설계’로 범위를 넓혀야 한다. 직원에게 AI 강의를 제공하고 이수율을 관리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자신의 업무 중 AI에게 맡길 일과 인간이 책임져야 할 일을 구분하고, AI로 새롭게 생겨나는 역할을 발견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특히 청년에게 "AI를 배워라"고 요구하는 데 그치지 말고 "AI가 이 일을 담당한다면 당신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해야 한다. 결국 AI 교육은 도구교육→업무재설계→직무재설계→경력재설계로 이어져야 한다.
대학의 인재육성 역시 같은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 기업이 원하는 사람이 'AI를 사용할 줄 아는 인재'에서 'AI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인재'로 바뀐다면 대학도 사용법만 가르쳐서는 안 된다. 실제 기업과 지역사회의 문제를 학생에게 제시하고, AI로 정보를 분석하되 결과를 검증하고 협업을 통해 해결안을 실행하도록 해야 한다. 최근 기존 '직업기초능력'이 '직업공통능력'으로 개편되면서 AI 활용 능력뿐 아니라 문제해결능력, 협업능력, 경력개발능력 등이 함께 강조된 것도 이러한 변화와 맞닿아 있다. 새 표준은 프로젝트와 현장 적용 활동, 프로젝트 성과와 포트폴리오 등을 교육·평가 방법으로 제시한다.
AI가 답을 빠르게 만들어낼수록 사람은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 그 답을 믿어도 되는지, 다음에는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를 결정해야 한다. 따라서 기업과 대학이 물어야 할 질문도 "AI를 사용할 줄 아는가"에서 "AI와 함께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로 바뀌어야 한다. AI 시대에 필요한 것은 AI를 닮은 사람이 아니라, AI가 커질수록 자신의 역할을 다시 만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다.
이윤선 인력경영학자/원광대 미래인재개발처 초빙교수